[지식채널ⓐ 13]
추운 겨울이 만든 납작배추…부드럽고 수분 많아 생으로 먹으면 굿!
요즘 SNS를 보면 초록빛 봄동을 수북이 올린 ‘봄동 비빔밥’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제철 채소 한 그릇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봄을 먼저 맛보는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마트에서 봄동을 집어 들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왜 이렇게 납작하지?”
겹겹이 속이 단단히 찬 배추와 달리 봄동은 잎이 둥글게 모이지 않고 바닥에 퍼지듯 펼쳐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덜 자란 배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봄동은 아예 다른 채소일까요? 이번 지식채널ⓐ에서는 봄동이 왜 속을 채우지 않고 납작하게 자라는지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왜 속이 차지 않고 납작해질까?
배추가 머리를 단단히 채우는 ‘결구’는 잎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며 서로 겹쳐 구를 이루는 과정이다. ©더농부
배추가 머리를 단단히 채우는 ‘결구(結球)’는 잎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며 서로 겹쳐 구를 이루는 자연적인 생장 과정입니다. 겉잎이 안쪽 잎을 감싸며 점점 속을 채워가는 구조인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적절한 온도와 빛 그리고 충분한 생육 속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빛이 부족하거나 기온이 낮아지면 결구 형성은 더디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죠.
*결구식물
: 결구 식물은 잎이 서로 말려 공처럼 둥글게 뭉쳐 포기(구)를 이루는 작물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결구상추·결구배추·결구양상추 등이 있습니다.
봄동은 생장 에너지가 ‘속을 채우는데’ 쓰이기보다 ‘추위를 버티는데’ 사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봄동은 이름 그대로 ‘봄(Spring) + 동(冬, Winter)’이 합쳐진 말입니다. 가을에 씨를 뿌려 추운 겨울을 밭에서 나기 때문에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해주는 채소라는 의미에서 ‘봄동’이라 불리게 됐다고 하네요. 때문에 일반적으로 봄동이라함은 겨울을 난 노지 배추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봄동은 한 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버틴 기적의 채소입니다. 겨울철 낮은 기온은 식물의 세포 분열과 신장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는데요. 생장 에너지가 ‘속을 채우는데’ 쓰이기보다 ‘추위를 버티는데’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낮은 온도를 견디기 위해 지면에 최대한 몸을 낮게 붙이고 잎을 옆으로 넓게 펴서 지열(땅의 온도)을 얻고, 더 많은 햇볕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잎을 벌리는 것입니다. 또한, 동그랗게 모여 있으면 안쪽 잎이 얼어버릴 수 있지만, 옆으로 퍼지면 잎이 단단해지고 당분이 축적되어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고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결구가 충분히 진행되기 전에 수확 시기가 다가오고, 잎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으로 펼쳐집니다. 그래서 봄동은 둥글게 뭉친 배추가 아니라 잎이 넓게 퍼진 ‘납작한 형태’로 자라게 되는 것이죠.
🥬봄동이 납작한 이유🥬
결구 형성에 필요한 온도·생육 조건이 충분하지 않음
저온으로 인해 세포 분열과 성장 속도가 느려짐
잎이 안으로 말리기 전에 수확되며 펼쳐진 형태 유지
이 때문에 봄동은 속을 꽉 채운 배추가 아니라 겨울을 견디며 피어난 넓은 잎의 채소로 자랍니다. 속을 꽉 채우는 대신, 넓은 잎을 펼친 채 겨울을 견딘 결과가 바로 우리가 식탁에서 만나는 봄동의 모습인 것이죠.
납작한 잎이 생으로 더 맛있는 이유
봄동은 땅에 바짝 붙어 자라 일부 지역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떡배추’ 등으로도 불립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형태적 특징이 곧 ‘정체성’인 셈인데요. 잎이 둥글게 뭉치지 않고 넓게 펼쳐지면 조직 구조에도 차이가 생기죠. 일반 배추는 결구가 진행되면서 잎이 서로 밀착되고 섬유질이 압착된 형태가 되지만, 봄동은 잎 사이 공간이 비교적 넉넉해 조직이 부드럽고 연합니다.
봄동은 땅에 바짝 붙어 자라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떡배추’ 등으로도 불린다. ©EBS 한국기행
특히 겨울 저온 환경에서 천천히 자란 잎은 세포벽이 과도하게 두꺼워지지 않아 질기지 않습니다. 수분 함량이 높고 조직이 유연한 상태에서 수확되기 때문에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적죠. 씹었을 때 ‘톡’ 하고 끊어지는 아삭함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봄동은 묵은 김치보다는 겉절이, 나물, 비빔밥처럼 가볍게 무쳐 먹는 조리법에 더 잘 어울리는데요. 열을 오래 가하지 않아도 식감이 살아 있고, 넓은 잎이 양념을 고루 머금어 풍미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기 때문이죠.
봄동은 열을 오래 가하지 않아도 식감이 살아 있고, 넓은 잎이 양념을 고루 머금어 풍미를 끌어올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SNS에서 ‘봄동 비빔밥’이 유행하는 것도 단순히 제철이라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초록빛 잎이 시각적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펼쳐진 잎 구조가 밥과 어우러지며 부드러움과 아삭함을 동시에 전달하는데요. 실제로 농가 인터뷰에서도 “추위를 견딘 봄동이 오히려 달큼하고 식감이 좋다”라고 전해지며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겨울을 지나며 천천히 자란 생육 특성이 맛의 장점으로 이어진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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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 먹어야 더 맛있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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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부드럽고 수분이 풍부함 |
섬유질이 거칠지 않아 생채에 적합함 |
넓은 잎이 신선한 식감을 높임 |
이처럼 봄동의 ‘납작한 모양’은 단순한 형태 차이가 아니라, 맛과 식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겨울이 만든 이 구조 덕분에 봄동은 봄 식탁에서 더욱 가볍고 산뜻한 채소로 자리 잡고 있죠.
덜 자란 배추가 아닌 계절이 완성한 또 하나의 배추
봄동은 ‘미완성 작물’이 아니라 계획된 수확 시점에 맞춘 작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들이 봄동을 보고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배추 같다”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봄동은 ‘미완성 작물’이 아니라 계획된 수확 시점에 맞춘 작물인데요. 봄동은 보통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수확합니다. 일반 배추가 가을 수확을 목표로 재배되는 것과 달리 봄동은 애초에 월동 후 출하를 전제로 한 재배 방식을 택합니다. 일정한 잎 크기와 품질을 갖췄을 때 수확해 상품화하는 것이죠.
봄동은 2~3월 사이 봄동 물량이 늘어나 제철 농산물로 자리 잡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봄동 배추’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며 월동 재배 특성에 맞춰 관리됩니다. 즉, 봄 출하를 목표로 결구가 덜 된 상태 자체가 상품성인 셈이죠. 또한 계절적 가치도 분명한데요. 겨울 채소가 서서히 끝나가는 시점, 봄동은 시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초록 채소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에게는 ‘봄을 알리는 채소’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실제로 도매시장 가격 동향을 보면 2~3월 사이 봄동 물량이 늘어나 제철 농산물로 자리 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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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
수확 시점을 달리한 월동형 배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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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결구가 아닌 목표한 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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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봄철 대표 채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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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단단히 찬 배추가 가을의 완성이라면, 잎을 넓게 펼친 봄동은 겨울을 지나 도착한 봄의 완성입니다.
이번 봄, 봄동 비빔밥 한 그릇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렇게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 납작한 잎은 덜 자란 흔적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온 시간의 결과라는 사실을.
오늘 지식채널ⓐ, ‘봄동은 왜 잎이 납작할까?’ 이야기 어떠셨나요?
평소 궁금했던 질문이 조금은 정리되셨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궁금증을 풀어볼까요?
우리가 자주 먹는 농식품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더농부 인턴 조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우수 식재료 디렉토리, 「봄동」
aT KAMIS, 「식재료 백과(카미위키)_봄동」
KBC NEWS, 「아삭하고 달큼한 진도 봄동…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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