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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의 예약제 다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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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진의 귀촌 일기 137]

난 커피를 즐겨 마신다. 그렇다고 커피매니아는 아니고, 아침과 점심 식사 후에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정도다. 그것도 숭늉처럼 묽은 아메리카노를. 예전에는 커피를 아예 달고 살기도 했다. 하루에 커피 여섯, 일곱 잔은 기본이었으니까. 또 귀촌 후 한동안은 믹스커피를 즐겨 먹기도 했다. 농사일로 힘들 때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시면 금세 힘이 솟아나곤 했다. 그 당시는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셔대도 몸에 아무런 반응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랬었는데 언젠가부터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치곤 한다. 커피를 마시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이젠 저녁에는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다. 마시는 커피도 많이 묽어졌다. 요즘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커피는 원 샷만 넣어주세요!” 지금 내 입맛으로는 카페에서 파는 커피가 너무 진하다.

나는 날마다 커피를 즐겨 마신다. 숭늉처럼 묽은 커피를. ©윤용진

이따금 지인들과 만나 외식을 한다. 세 부부가 함께 만나는데 공교롭게도 남자들 모두가 동갑내기다. 동갑내기라고 하면 좋은 점이 서로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고,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오랜만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카페에서 모두가 커피 대신 다른 음료를 찾고 있었다. “커피를 저녁때 마시면 잠이 잘 안 와서요!” 저녁때 나만 커피를 피하는 게 아닌가 보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차로 옮겨갔다. “요즘 일본에서는 말차가 유행이래요.” “발효차도 좋은 것 같아요. 차를 마시면 속이 편해지거든요!” 차에는 완전히 문외한인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눈만 껌벅거려야 했다. 나는 차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에게 다도(차를 달여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의 예법)란 너무 격식을 차리는, 바쁜 일상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차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느긋하게 앉아 차를 마실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다원이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만큼 경치도 끝내준다. ©윤용진

“문경에 예약제로 운영하는 다원이 있어요. 우리 한 번 같이 차 마시러 가요!” “경치도 멋있고,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우리 부부를 빼곤 모두 그곳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일부러 다원을 찾아갈 리는 없을 테고, 이번 기회에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문경 다원을 찾아가게 됐다.

경치가 좋다더니만, 다원은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찾아가는 도중에 ‘이런 깊은 산속에 뭐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길은 겨울에 눈이 오면 못 다니겠네!” 아내의 말마따나 오랫동안 시골에 살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좁은 산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 드디어 다원이 나타났다. 확 트인 전망에, 위치가 높은 만큼 경치는 끝내준다.

이곳은 퇴직한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다원이다. 다원 옆에는 녹차밭도 있고, 실제로 차를 덖을 때 사용하는 커다란 무쇠솥도 설치되어 있다. 봄이면 찻잎을 수확하여 직접 차를 만드시는데, 다원은 일주일에 3일만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한다. 우리는 일요일 오후에 그곳을 방문했는데, 북적거리지도 않아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를 덖다’는 물기를 아예 넣지 않거나 아주 적은 양의 물기만 있는 상태에서, 찻잎을 솥이나 냄비에 넣고 볶아서 익히는 제다(製茶) 기술을 말한다.

다원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또 일요일 오후인지라 한적하다. ©윤용진

다원 옆과 언덕 아래로 넓은 녹차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감탄하는 우리를 보고 교수님은 “2500평이나 되는 녹차밭 가꾸느라 죽을 맛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사실 그 넓은 밭을 직접 가꾼다는 건 웬만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같은 농사꾼으로서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간다.

교수님이 설명을 곁들여가며 직접 차를 내려 주시는데, 덕분에 차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녹차를 즐겨 마신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차가 들어온 지는 오래지만, 예전에는 일부 승려와 지배층만 차를 마셨고, 차가 대중화된 건 1980년대 이후라고 한다. 반면에 중국과 일본은 차 문화가 아주 오래전에 정착했고, 심지어 영국에 홍차가 전해진 것도 17세기경이라고 하니 우리보다는 훨씬 빠른 편이다.

발효차를 우려내고 말차를 만드는 데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윤용진

찻잎을 찌거나 덖어 만든 것이 녹차고, 그 녹차를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것이 말차다. 찻잎을 부분적으로 산화시키면 우롱차, 완전히 산화시키면 홍차, 미생물의 후발효를 거치면 보이차가 된다. 같은 찻잎인데 가공법에 따라 맛도 효능도 달라지나 보다. 그간 티백에 들어 있는 녹차만 먹곤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발효차와 말차를 맛볼 수 있었다.

먼저 발효차를 우리 앞에서 직접 우려주셨는데, 80도의 물에 차를 잠시 우려낸 다음 작은 잔에 따라주셨다. 차는 여러 차례 나누어 마시는데, 두 번째 잔부터는 좀 더 오래 우려내면 된다.

발효차를 마신 후에 이번에는 말차를 만들어 주셨다. 사발에 말차 가루를 넣고 대나무 도구를 이용해 거품이 나도록 휘저어 준다. 이는 말차 가루가 고르게 퍼져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발효차는 물에 우려내어 마시지만, 말차는 곱게 빻아 만든 말차 가루를 물에 섞어 마신다. 즉석에서 만든 말차를 마셔보니 발효차를 마실 때보다 녹차의 풋향과 쌉싸름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녹차의 카페인 함량은 커피보다 훨씬 적다고 하니, 녹차를 마시면 카페인 걱정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다.

다원 옆과 아래에는 커다란 녹차밭이 있다. ©윤용진

나도 앞으로는 녹차를 마셔볼까? 예전에 선물로 받은 일본 녹차를 꺼냈다. 몇 년 전에 받은 건데, 차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 뜯지도 않고 봉투째 장에 넣어 두었었다. 그런데 꺼내 보니 유통기한이 2024년 10월로 한참이나 지나 있었다. 교수님은 “녹차는 유통기한이 대략 6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니, 녹차는 좋은 것부터 먼저 먹어야 해요. 공연히 아끼다가 버리게 되거든요!”라고 하셨는데, 딱 나를 두고 하신 말씀인 것 같다. 그런데 살다 보면 아끼다 버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인가?

기한이 지났지만 버리기는 아깝고, 조금 먹어봤는데 맛에 별 차이를 모르겠다. 어차피 분별력도 없는 내 입맛이니, 유통기한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 몸이 점점 카페인에 민감해지니 앞으로 커피는 아침 한 잔으로 끝내고, 점심 이후에는 녹차를 마셔볼 생각이다.

살다 보면 사람도 변하는 법! 평생 커피를 즐겨 마셨지만, 이제는 커피보다 녹차가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윤용진 작가의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를 만나 보세요. ▼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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