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진의 귀촌 일기 127]
“혹시 올해 묘목시장 개장했나요?” 산림조합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예, 월요일부터 개장했어요!” 드디어 우리 지역에도 묘목시장이 생겼다.
재작년인가 처음 개장했다는데, 해마다 3월부터 5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작년에 뒤늦게 알고 찾아갔는데,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탓인지 남은 묘목이 거의 없었다. 올해는 묘목이 다 팔리기 전에 일찌감치 다녀와야겠다.
올해 구입하기로 결정한 묘목은 사과와 살구나무다. 작년 가을에 복숭아 두 그루는 이미 심었고, 올해 사과나무와 살구나무만 더 심으면 끝이다. 그러면 기존에 있던 유실수와 더불어 웬만한 과일나무는 다 구색을 갖추게 된다. 아마도 앞으로는 일 년 내내 집에서 직접 키운 과일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과수원 운영할 때는 잘 몰랐는데, 없으니 과일 생각이 더 간절해졌던 것 같다.
묘목시장 갔다 산 플라밍고 셀릭스. 멀리 올해 심은 나무들도 보인다. ©윤용진
묘목을 구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직접 시장에 가서 묘목을 골라도 되고, 온라인으로 묘목을 주문해도 된다. 봄이면 시골 장터에서 묘목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다만 그곳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찾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묘목을 사러 옥천까지 다녀오곤 했다. 집 근처 묘목시장 중에서는 그곳이 제일 컸으니까. 딱히 구입할 나무가 없더라도 해마다 봄이 되면 구경 삼아 그곳을 방문했던 것 같다. 그곳에 가면 처음 보는 나무와 예쁜 꽃들로 눈이 휘둥그레지고, 홀린 듯 꽃이나 나무를 사게 돼 곤 했다.
지금 우리 집에 자리 잡은 황금 회화나무나 플라밍고 셀릭스, 층꽃나무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구매한 나무들이다. 지나고 보니 묘목시장에 가서 구경만 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무 한두 그루쯤은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게 더 편하다. 인터넷으로는 설명이 곁들어진 사진을 보며 품종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이 방법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데, 묘목 상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고른다면 뿌리가 잘 발달한 묘목을 찾겠지만, 배송된 묘목은 복불복이었다. 참고로 작년에 인터넷으로 구입한 체리는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키가 60cm다.
나무가 덩치만 컸지 막상 살구는 열리지도 않았다. 결국 퇴출! ©윤용진
아! 시골 살다 보면 이따금 주위에서 유실수를 공짜로 캐가라는 경우도 있다. 공짜라니 웬 떡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 방법은 그리 추천할 게 못된다. 일단 심은 지 몇 년 된 유실수라면 장비 없이 캐기가 만만치가 않다. 또 서투른 아마추어가 나무를 캐다 보면 뿌리를 다치기 마련이고, 큰 나무는 옮겨 심어도 살리기가 어렵다. 더욱 황당한 건, 어렵게 나무를 키웠는데 나중에 제대로 열매가 열리지 않는 경우다.
예전에 옆집 할아버지께서 큼직한 살구나무 한 그루를 캐가라고 하셨다. 알도 굵고 맛도 좋다는 말에, 키가 3미터는 되는 커다란 살구나무를 옮겨 심었다. 그때 반나절 이상을 끙끙거리며 고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옮겨 심은 지 몇 년이 지나도, 맛도 없는 작은 살구 몇 개만 열리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에게 준 나무는, 씨가 땅에 떨어져 저절로 자란 아들 살구나무라고 한다.
씨앗으로 발아한 나무는 부모의 형질을 그대로 물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똑같으려면 씨앗을 심을 게 아니라 접목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 파는 묘목들은 거의 접목을 한 나무다. 공짜 좋아하다가는 나처럼 3년이란 아까운 시간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우리 지역에 맞는 품종만 있으니 1차 심사는 통과한 묘목들이다. ©윤용진
사과나무는 추석 때 수확하는 품종이 좋겠고, 살구는 키가 좀 작은 품종이었으면 한다. 이전에 설명했듯이, 늦게 수확하는 사과 품종은 맛도 저장성도 좋지만 대신에 늦게까지 방제를 해야 한다. 집에서 한두 그루 키우는 거라면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말고, 병충해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수확하고 끝내는 게 더 낫다. 살구 역시 품종이 중요한데, 예전에 심은 살구는 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품종이었다. 너무 키가 크게 자라는 품종도 관리가 어렵다.
기대감 속에서 묘목시장에 들어섰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아직까지도 많은 묘목들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제일 먼저 사과나무와 살구나무를 찾아 나섰다. 어라? 막상 묘목을 고르려니 대부분의 사과나무가 늦게 수확하는 품종뿐이다. 더구나 살구는 딱 한 종류밖에 없었고. 처음부터 내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곤 여기 있는 묘목들 중에서 그냥 고르든지, 아니면 다른 묘목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묘목 시장 한쪽에는 예쁜 꽃도 판다. ©윤용진
“묘목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네요?” 약간은 실망해서 말을 했던 것 같다. 묘목 파시는 분은 “우리 지역에 맞는 묘목만 들여놨거든요. 원예조합에서 특별히 골라준 품종들만 있어요!”라고 말씀을 하셨다. 우리 지역에 맞는 묘목들이라고? 그 말은 여기 있는 묘목들은 내가 굳이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1차 심사를 통과한 품종들이라는 말이다. 나보다야 전문가의 결정이 백배 더 낫겠지. ‘전문가가 특별히 선정한 품종’이라는 말 한마디로 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적어도 여기서 묘목을 사면 겨울에 얼어 죽지는 않을 거야!’
‘이지플!’ 내가 고른 사과 품종이다. 사과농사 접은 지 몇 년이나 됐다고, 처음 듣는 이름이다. 9월 중순에서 말까지 수확한다고 하니, 일찌감치 수확하고 끝내겠다는 내 계획에 딱 들어맞는다. 이지플은 홍로와 감홍 사과를 교배해서 육종한 품종이라고 한다.
이번에 구입한 살구는 ‘하코드’라는 품종이다. 자가수분이 잘 되는 품종으로 수분수가 없어도 어느 정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키가 3~4미터까지 자란다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묘목을 심을 때는 물이 빠진 다음에 다시 흙을 채워 넣어야 한다. ©윤용진
구입한 묘목들은 며칠간 텃밭에 가식했다가 날씨가 풀리자 곧바로 밭에 옮겨 심었다.
나무를 심는 방법은, 먼저 나무를 물에 몇 시간 담근다. 발근제나 뿌리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넣어주면 좋다. 뿌리보다 크게 구덩이를 파고, 접목부위의 비닐을 벗긴 묘목을 구덩이에 넣는다. 이때 흙은 뿌리를 덮을 정도로 조금만 넣는다. 그다음 물을 충분히 뿌려주고, 물이 다 흡수되면 흙으로 덮고 발로 꾹꾹 밟아준다.
막상 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데, 한 가지 유의점은 묘목의 접목 부위가 꼭 흙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나무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다.
사과도 살구도 심은 지 3년이면 수확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니, 내년에도 과일 몇 개는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묘목도 다 심었고, 슬슬 텃밭농사 준비를 해야겠다.
▼윤용진 작가의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를 만나 보세요. ▼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 농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