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진의 귀촌 일기 125]
“오늘 바쁘지 않으면 점심이나 같이할까?” 오랜만에 옆집 아저씨께서 전화를 하셨다. 그러잖아도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반가운 전화다.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동네에 새로 개업한 식당을 찾아갔다. 먼저 있던 식당이 폐업한 이후 오랫동안 문이 닫혀 있던 곳인데, 작년 언젠가부터 실내 공사를 다시 시작했던 것 같다.
새해 들어 그 식당이 개업을 했다. 그런데 사장이 외지인이란다. “다른 지역에서 식당을 했었는데 그곳 정리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대. 저 매니저란 분이 사장 딸이야!” 이미 탐색을 끝낸 아저씨는 식당 운영에 대해서도 훤히 뚫고 계셨다. “식당을 하려면 도시로 가야지, 왜 하필이면 사람도 별로 없는 시골로 왔대요?” 벌써 3번째 바뀐 식당인지라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돼지갈비로 점심을 먹었다. “맛은 괜찮은데? 가격도 시내보다는 싸고.”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평가를 한다. “요즘은 맛있다고 소문만 나면 멀리서도 찾아온다니까요!”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데 꾸준함이 문제다. 처음에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도 어느 순간 양이 줄고 맛이 바뀐다. 인구는 적고 소문은 번개처럼 빠른 시골이니, 행여 “예전만 못한 것 같은데?”란 소문이 도는 순간 그 식당은 끝이다.
일 년 넘게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식당은 올 초에 개업을 했다. ©윤용진
식사 후에 “어디 가서 커피나 한잔할까?”라고 말씀하셨다. “멀지도 않고 경치도 좋은 카페 알아요!” 아주머니는 신이 나서 말씀하셨다. 시간만 나면 이곳저곳 카페 탐방을 다니시는 분들이니 조금 젊은(?) 우리 부부가 항상 따라다니는 꼴이다. 집에서 30분쯤 떨어진 이웃 마을 카페를 찾아갔다. 역시나 그곳도 처음 가보는 곳이다.
카페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저씨는 갑자기 주식 얘기를 꺼내셨다. “얼마 전 시내 이발소에 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거든. 그런데 xx 주식 사가지고 몇 개월 만에 두 배를 벌었대. 하루에 이백만 원을 번적도 있다나? 나도 주식 한 번 해보고 싶은데 혹시 자네 어떻게 하는 건지 아나? 시내에도 증권사가 없어서 휴대폰으로 해야 한다던데”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평생 주식이란 걸 해 본 적도 없는 분이 남들 따라 주식을 하시겠다고? 예전에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증권사에 들락거리면 상투(주가가 상승세를 타다가 정점에 도달한 상태)라고 하던데, 지금이 꼭 그런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일에는 절대로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잘 되면 점심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자칫하면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그때 저 녀석이 모른다고만 했어도 내가 주식에 손을 대지 않았을 텐데”라고 두고두고 나를 원망하실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내가 알기론 그 아저씨는 현금보다는 땅에 대부분의 재산이 묶여 있고, 나이도 내일모레면 80세이시다.
요즘은 시골 카페도 대형화가 추세인가 보다. 왼쪽 2층 유리 건물이 카페다. ©윤용진
나이 들어서는 현찰이 최고다. 해가 지날수록 더욱 절실히 느끼는 말이다. 시골서는 땅 부자도 소용없다. 시골 땅은 내가 원할 때 바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넓은 땅을 놀리지 않으려면 평생 죽어라 일만 해야 한다. 그렇다고 농사지어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젊을 때는 힘도 의욕도 넘쳐 버틴다지만, 나이 들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바로 땅이다.
그래서 시골에는 노는 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교통이 좋은 곳은 낫겠지만, 토심이 약하거나 조각난 땅에는 아무도 농사를 지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기계화가 되었다 해도, 농사는 아직도 사람 몸 쓰는 일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시골 살면서 “이담에 자식 놈이 농사짓게 저 땅을 물려줘야지!”라고 말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신에 다들 이렇게 말한다. “이담에 저 땅 팔리면 자식 놈들에게 돈 몇 푼 남겨줄 수는 있겠지!” 대를 이어 농사지으라고 권하는 부모는 없다.
큰 나무 두 그루가 있는 시골 풍경을 수채화로 그려봤다. ©윤용진
도움을 요청하는 아저씨에게 무조건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고, 먼저 차근차근 설명을 해야 했다. “지난 몇 개월간 주식이 많이 오른 건 맞아요. 하지만 제가 시골로 내려온 이후 작년까지 거의 18년 넘게 주식이 제자리였어요. xx 주식도 지난 3년간 오히려 떨어졌다가 최근에야 비로소 올랐죠. 물론 앞으로 전망이 좋아 보인다고는 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몇 개월 전, 칼럼에서 읽은 ‘대기업 김 부장’ 얘기도 해드렸다.
칼럼의 내용인즉슨, ‘김 부장은 대기업 다니다 은퇴를 했는데, 서울에 집도 있고 퇴직금도 5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더 불리려 상가를 샀다가 사기당해 퇴직금을 날렸다고 한다. 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비가 부족하니 뒤늦게 육체노동을 하며 생활비를 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김 부장이 조금 덜 욕심을 내고 꾸준히 소득이 나는 곳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두 배의 수익은 아니겠지만, 연금에 그 수익을 합쳤더라면 김 부장은 노후에도 크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믿었던 아내마저도 주식한다고 날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윤용진
통계상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은 80세 초반이다.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도 짧고. 앞으로 살날을 따지자면 그리 많이 남지도 않았다. 나이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기 두 배로 수익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꾸준히 생활비가 들어오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노후에는 병원비 걱정 없는 안정적인 삶이 더 중요하니까. 아저씨 나이가 조금만 젊으셨어도 내 이렇게까지 모른 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떡이셨지만 앞으로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같이 뜨거운 주식시장에 과연 내 생각이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저씨는 나한테 도움받기는 틀렸고, 그래도 원한다면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시겠지.
그런데 이웃집 아저씨도 주식을 하시겠다니 지금이 상투인가? 어쩌면 상투라는 건 시장보다는 남의 수익이 부러워지는 순간 마음속에서 먼저 만들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러는 나는? 아! 나도 주식을 조금 갖고 있다. 나는 아직도 젊으니까! 아내도 최근에 xx 주식 몇 주를 사가지고는 날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글쎄, 우리 부부의 이런 모습을 보면 주식시장 상투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윤용진 작가의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를 만나 보세요. ▼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 농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