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11]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의 상징…장수·풍요·새 출발이 담겼다
설날 아침, 상 위에 가장 먼저 오르는 음식은 떡국입니다.
“설날엔 당연히 떡국이지.”
너무 익숙해서, 왜 먹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죠.
어릴 적에는 “떡국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에 괜히 한 그릇을 더 먹고 싶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였죠.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이번엔 나이를 빨리 먹기 싫어 딱 한 그릇만 먹게 됩니다. 같은 떡국인데도 마음은 이렇게 달라지네요.
그렇다면 문득 궁금해집니다. 다른 특별한 음식도 많은데, 왜 새해를 여는 음식은 늘 떡국이었을까요? 이번 지식채널ⓐ에서는 흰 가래떡 한 조각에 담긴 상징부터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에 얽힌 이야기까지. 설날 떡국이 가진 역사와 의미를 풀어보겠습니다.
🍡 떡국은 왜 ‘흰색’일까? 흰색에 담긴 새해의 의미
떡국의 가장 큰 특징은 ‘흰색’입니다. 쌀을 쪄서 만든 가래떡은 하얗고, 국물 역시 맑게 끓이는 경우가 많죠.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 가장 먼저 입에 넣는 음식이 ‘하얀 떡’이라는 점은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큰데요.
떡국의 ‘흰색’에 담긴 의미는 정결함·깨끗함·새로운 시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해를 깨끗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나쁜 기운은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다짐이 음식에 담긴 셈이죠. 특히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불릴 만큼 흰옷을 즐겨 입었던 우리 민족에게 흰색은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색이었습니다.
흰색의 의미
정결함
깨끗함
새로운 시작
새해 첫날에 의미를 부여해 하얀 떡국을 먹는 풍습 역시, 이런 문화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떡국 한 그릇은 “깨끗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는 다짐이 담긴 상징적인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백의민족(白衣民族)
: 흰색은 빛의 색이자 태양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빛·태양·하늘을 숭배하는 사상을 실천함으로써 흰옷을 즐겨 입었다고 합니다.
🍡 왜 길게 뽑고, 왜 둥글게 썰었을까? 떡 모양에 숨은 상징
긴 가래떡에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장수’의 소망이 담겨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떡국에 들어가는 가래떡은 유난히 길게 뽑아 만듭니다. 이 길쭉한 모양에는 조리 방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장수’를 의미합니다. 가래떡처럼 길게 뻗어 나가듯 가족의 삶도 건강하게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것이죠.
길게 이어진 형태의 의미
무병장수
끊어지지 않는 복
오래 삶을 이어간다는 뜻
떡국떡의 둥근 모양(좌)과 원형 형태의 엽전(우) ©게티이미지뱅크, AI생성
그렇다면 왜 그 긴 떡을 다시 둥글게 썰어 국에 넣었을까요? 가래떡을 어슷하게 썰면 단면이 타원형이 되는데 이 모양이 옛 엽전과 닮아 있습니다. 엽전은 조선 시대의 화폐였죠. 둥근 모양은 자연스럽게 ‘재물’과 ‘풍요’를 상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둥근 형태의 의미
복
재물
풍요
길게 뽑은 떡에는 ‘오래 살기’의 뜻을, 둥글게 썬 단면에는 ‘풍요롭게 살기’의 뜻을 함께 담은 셈입니다. 한 그릇의 떡국 안에 ‘장수’와 ‘재복’이라는 두 가지 소망을 동시에 담아낸 것이죠. 설날 떡국은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함께 기원하는 상징적인 음식 문화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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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 = 오래 살기 + 풍요롭게 살기 |
🍡 떡국 한 그릇에 ‘한 살’이 담겼다? 설날과 나이의 관계
설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듣던 말이 있습니다. “떡국 몇 그릇 먹었니?” 어릴 때는 한 살이라도 더 빨리 먹고 싶어 한 그릇을 더 달라던 기억, 어른이 되고 나서는 괜히 한 살 더 먹는 게 아쉬워 웃으며 넘기던 기억도 있으실 텐데요. 그렇다면 정말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걸까요?
떡국은 한 살 더 성장했음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통과 의례’에 가깝다. ©더농부
과거에는 지금처럼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세지 않았습니다. 설날이 되면 모두가 함께 한 살씩 나이를 더하는 ‘세는 나이’ 문화가 일반적이었죠. 개인의 생일이 아니라 새해 첫날이 곧 나이를 더하는 기준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새해를 맞았음을 인정하고, 한 살 더 성장했음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통과 의례’에 가까웠던 것이죠.
*세는나이
: 출생 시 1세로 시작해 매년 1월 1일이 되면 한 살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생일과 무관하게 새해에 나이가 증가했다.
설날이 되면 모두가 함께 한 살씩 나이를 더하는 ‘세는 나이’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더농부
“떡국 먹었어?”
“그럼 한 살 더 먹었네.”
이 말 속에는 농담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고, 나 또한 그 시간 속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사회적 선언이었던 셈입니다. 떡국 한 그릇에는 ‘시간’과 ‘성장’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 떡국에 꿩이 들어갔다고? ‘꿩 대신 닭’의 유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속담 가운데 떡국에서 유래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꿩 대신 닭”입니다. 지금은 쇠고기나 닭고기로 떡국을 끓이는 것이 익숙하지만, 조선 시대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동국세시기』(1849)와 『경도잡지』(1800년대)에는 설날 떡국에 꿩고기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속담인 “꿩 대신 닭”은 떡국에서 유래됐다. ©AI 생성
꿩은 겨울철에 사냥으로 구할 수 있는 고기였고, 당시에는 비교적 귀한 재료로 여겨졌습니다. 설날이라는 특별한 날에 맞춰 좋은 재료를 넣어 떡국을 끓였던 것이죠. 하지만 꿩은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사냥이 여의치 않거나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에서 기르던 닭으로 대신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표현이 바로 “꿩 대신 닭”입니다.
꿩고기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닭으로 대신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겼다. ©YTN
*꿩 대신 닭
: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비유하는 의미이다.
즉, 떡국은 그 시대의 생활 환경과 식재료를 함께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닭 육수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꿩을 사용하던 옛 풍습의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죠. 설날 떡국 한 그릇에도 이렇게 시대에 따라 재료가 바뀌어 온 역사와 일상 속 속담까지 이어진 문화적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새해를 여는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에 담긴 의미를 한 번쯤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장수와 풍요,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던 마음을 되새기며
따뜻한 떡국으로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지식채널ⓐ, ‘설날엔 왜 꼭 떡국일까?’ 이야기 어떠셨나요?
평소 궁금했던 질문이 조금은 정리되셨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궁금증을 풀어볼까요?
우리가 자주 먹는 농식품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더농부 인턴 조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YTN, 「짤막상식 | 설날에 떡국을 먹는 이유」
국립민속박물관, 「새해엔 왜 떡국을 먹었을까?」
한식진흥원, 「무병장수·풍요의 복(福) 가득 담긴 새해 첫날 첫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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