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 닫아주고 건당 24달러 수익
제대로 안 닫으면 차량이 움직일 수 없어
문 닫는 작업뿐 아니라 견인까지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로보택시가 실제 도로를 누비며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있고, ‘운전사’라는 직업 자체가 곧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고, 도로 위에서는 더 이상 사람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르다. 로보택시가 늘어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도로 위에서는 다시 사람이 호출되고 있다. 단, 이들은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할 일은 단순하다. 누군가 열어두고 내린 자동차 문을 닫아주는 것, 혹은 멈춰 선 차량을 다시 움직이게 해주는 것뿐이다. 자율주행의 최전선에서, 예상치 못한 ‘인간 구조대’라는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만능인 줄 알았더니, 문도 못 닫네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는 견인 애플리케이션 혼크(honk)와 계약을 맺고, 고장 난 로보택시를 현장에서 돕는 작업을 외주로 맡기고 있다. 작업자는 차량의 문을 닫아주는 단순한 업무에 건당 최대 24달러 (한화 약 34,500원)의 보수를 받는다. 만약 차량이 주행 중 멈춰 서는 등 보다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량을 다시 움직이게 하거나 견인하는 대가로 60달러에서 80달러 (한화 약 86,000원~115,000원)를 받는다.

이러한 작업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승객이 하차하면서 문을 제대로 닫지 않는 경우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로보택시는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주행을 시작하지 못하고, 누군가 와서 직접 문을 닫아줄 때까지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된다. 이때 혼크의 알림을 받은 작업자들이 출동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 위치한 밀라그로 견인업체의 소유주 세자르 마렌코는 혼크 앱을 통해 웨이모 관련 작업을 일주일에 평균 3건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요 업무는 열린 문을 닫아주는 일이거나, 충전소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방전된 로보택시를 견인하는 것이다.

LA에서 또 다른 견인업체를 운영하는 에반젤리카 쿠에바스 역시 비슷한 작업을 진행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사례를 두고,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오히려 그 빈틈을 메우는 새로운 인간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로봇의 구조 요청받는 사람들
이 같은 ‘로보택시 구조 작전’은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도시 전반의 신호등이 작동을 멈추자, 웨이모 로보택시들은 이를 모두 정지 신호로 인식했고, 도로 곳곳에서 멈춰 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요 도로에서는 대규모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웨이모 측은 “(정전에도 운행은 가능하지만)가장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미국과 전 세계에서 2만 5,000명 이상의 구조대원에게 웨이모 활용법을 교육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웨이모 구출 작전에 동원되는 작업자들 반응을 살펴보면 해당 작업의 선호도는 낮은 듯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알파 견인업체의 매니저 헤수스 아주이니가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웨이모의 견인 요청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웨이모가 제시한 견인 요금이 자신이 일반적으로 사륜구동 차량을 견인하며 받는 250달러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결국 연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이 일이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웨이모 입장에서도 인간 인력을 계속 투입하는 방식은 비용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웨이모는 기존에 사용하던 재규어 I-PACE 대신, 지커(ZEEKR)의 새로운 로보택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규어 I-PACE는 수동으로 문을 닫아야 하지만, 지커의 신형 로보택시는 미니밴처럼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도록 설계됐다.
과도기를 지나 완벽한 기술이 될 때까지
이처럼 로보택시를 둘러싼 새로운 직업들은 분명 생겨나고 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기술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일자리인 만큼, 기술이 한 단계 더 진화하는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닫히지 않은 문도, 꺼져버린 신호도, 정전 상황도 스스로 극복하는 결함 없는 로보택시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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