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5]
꿀에 생긴 하얀 덩어리, 설탕이 아니라 ‘○○○’입니다.
꿀을 오래 두었다가 바닥에 하얀 설탕 같은 결정이 생긴 모습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흐르던 꿀이 갑자기 굳어버리면 “혹시 가짜꿀 아니야?” 하고 걱정되기 마련입니다. 인터넷에는 “진짜꿀은 안 굳는다”거나 “하얀 건 설탕이다” 같은 글도 흔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사실과 다릅니다. 꿀이 굳는 건 설탕을 넣어서가 아니라, 꿀 자체가 지닌 성분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죠.
결정화 현상이 진행되는 모습 ©한국양봉협회
꿀이 굳는 가장 큰 이유는 ‘포도당 결정화’입니다.
꿀은 과당과 포도당이 매우 높은 농도로 들어 있는 과포화 용액입니다. 포도당이 과당보다 많을 때 하얀 결정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보는 ‘굳은 꿀’입니다. 겉으로 보면 설탕처럼 보여도 상한 것이 아니며 안심하고 드셔도 괜찮습니다. 꿀 성분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품질이 떨어졌다는 신호도 아닙니다.
결정화는 꿀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뚜렷합니다. 유채꿀, 잡화꿀, 싸리꿀처럼 포도당 비율이 높은 꿀은 결정이 잘 생기고, 아카시아꿀이나 밤꿀, 대추꿀처럼 과당이 많은 꿀은 오래도록 액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래서 어떤 꿀은 몇 달이 지나도 흐르고, 어떤 꿀은 금세 굳어버리는 차이가 생깁니다. 꽃가루 같은 작은 입자가 섞여 있을 경우 결정이 더 빨리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진짜·가짜’ 기준으로 보면 안 되고, 각각의 성분 특성으로 이해하는 게 정확합니다.
사양꿀이어도, 천연꿀이어도 모두 결정화가 일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많은 분이 굳은 꿀을 보면 사양꿀을 의심하시지만, 사양꿀과 천연꿀 모두 결정화가 일어납니다. 꿀벌이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가 결정화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꿀 안에 있는 포도당과 과당의 비율이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토종꿀처럼 포도당 함량이 높은 꿀에서 결정이 더 잘 생긴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결국 결정화 여부는 진짜꿀을 판단하는 기준이 전혀 아닙니다.
15도 이하에서 결정화는 활발하게 일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결정화는 보관 온도에 따라서도 속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10~15도 정도에서는 결정화가 가장 활발합니다. 많은 분들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라고 생각해 찬장을 이용하시는데, 오히려 그 온도가 결정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환경입니다. 반대로 4도 이하에서는 분자 운동이 느려져 결정화가 늦어지고, 25도 이상에서는 포도당이 잘 녹아 거의 굳지 않습니다. 햇빛을 피한 실온 보관이 가장 좋으며, 뚜껑은 반드시 꽉 닫아 수분이나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꿀은 수분이 적어 오래 두어도 변질이 쉽지 않지만, 개봉 후 오염되면 효모가 번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굳은 꿀은 굳었다고 해서 버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45~50도 이하의 따뜻한 물에 중탕하면 다시 부드러운 액체 꿀로 돌아옵니다. 이때 끓는 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높은 온도는 꿀 속 영양 성분을 빠르게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꿀물을 타실 때도 70도 이하의 따뜻한 물이 적당합니다. 굳은 상태 그대로 사용해도 장점이 많습니다. 흐르지 않아 빵에 바르기 좋고, 따뜻한 차에 넣으면 훨씬 빨리 녹습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에 곁들이면 서걱거리는 식감이 색다른 맛을 줍니다.
결정화는 자연스러운 변화라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꿀을 고르실 때는 결정화 여부가 아니라, 생산자 정보, 성분표, 원산지, 혼합 여부 등 객관적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결정화를 근거로 진짜·가짜를 판단하는 방식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고, 오히려 질 좋은 국내산 꿀이 오해받는 상황을 만들기 쉽습니다. 꿀의 성분과 보관 원리를 이해한다면 굳은 꿀을 불안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습니다.
꿀이 굳는 현상은 포도당이 과당보다 많이 함유된 벌꿀일 때, 또 외부 온도가 15°C 이하일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접근할 때, 소비자는 불필요한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생산자는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더농부 인턴 남신이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MBC뉴스, 「하얗게 굳은 꿀 먹어도 될까?」
식약지킴이, 「꿀에 하얀 결정, 침전물이 생겼다면 먹어도 괜찮을까? 」
위키트리, 「굳은 꿀, 가짜 아닙니다… ‘이렇게’ 활용하면 오히려 더 맛있다」
한국양봉협회, 「벌꿀의 성분 및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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