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10골 차로 졌던 날 기억하죠?” 농구·핸드볼은 금메달…여자배구만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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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맞붙은 한국 여자 대표팀들의 결말이 너무 달랐습니다.
여자농구는 일본과의 결승에서 이겼습니다.
여자핸드볼도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여자배구는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태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0-3으로 졌고요.
결과만 나란히 놓으면 금메달 두 개와 여자배구의 4위입니다. 하지만 핸드볼은 3년 전 일본에 크게 졌던 기억을 안고 다시 만났고, 농구는 주축 선수들이 빠진 채 결승에 올랐습니다. 배구에도 세트를 가져올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세 종목의 경기를 하나씩 다시 보게 됩니다.
3년 전엔 19-29…핸드볼은 일본에 갚아야 할 경기가 있었습니다.
여자핸드볼에 이번 한일전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은 일본에 19-29, 열 골 차로 졌습니다. 금메달을 놓친 상대를 이번에는 일본 안방에서 다시 만난 거죠.
27일 열린 경기는 풀리그 최종전이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앞선 다섯 경기를 전부 이겼기 때문에, 이 한일전에서 이기는 팀이 금메달을 가져가는 상황이었어요.
한국은 전반을 16-12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쉽게 물러날 리 없었습니다.
후반에 21-18까지 따라온 데다 류은희가 2분간 퇴장당했습니다. 일본이 수적 우위를 살리면 경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었죠. 그때 골문에서 박새영이 막아냈습니다. 동료들도 함께 수비를 버텼고요. 이후에는 정진희가 일본의 페널티 슛을 막았습니다.
일본이 막판 24-22로 따라붙었을 때도 박새영이 다시 선방했습니다. 종료 약 3분 전에는 주장 권한나가 돌파 득점까지 넣었고요.
한국 27-23 일본.
박새영은 이날 12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3년 전 결승 패배를 갚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되찾았습니다.
여자농구는 11명으로 중국을 넘고 일본까지 잡았습니다.
여자농구는 금메달까지 가는 출발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박지수와 박지현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11명으로 대회를 치렀죠. 준결승 상대는 중국이었습니다. 전반에 뒤지고, 3쿼터가 끝났을 때도 밀리던 경기를 마지막 쿼터에 뒤집어 85-80으로 이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일본과 결승을 치렀습니다.
한국은 전반에 42-23까지 앞섰지만, 일본이 끝까지 따라왔습니다. 종료 직전에는 72-70, 단 두 점 차였어요. 강이슬이 자유투 두 개를 모두 넣은 뒤 이해란이 한 점을 보태면서 75-70으로 승리했습니다.
중국전은 뒤집어서 이겼고, 일본전은 앞서던 경기를 끝까지 지켰습니다.
같은 금메달이지만 두 경기에서 한국이 견뎌야 했던 압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여자농구에는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이었습니다.
배구는 왜 더 아쉬울까…일본전 2세트에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자배구의 일본전 최종 결과는 0-3입니다.
그런데 경기를 따라가 보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패배는 아니었습니다. 21일 준결승 2세트에서 한국은 11-11 동점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예림의 공격과 정호영의 블로킹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죠.
여기서 한 세트를 가져왔다면 경기를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공격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세트 후반에는 리시브가 흔들렸습니다. 결국 2세트를 22-25로 내줬습니다.
3세트에서도 8-13으로 밀리다가 두 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일본이 블로킹으로 흐름을 끊었습니다. 최종 세트 점수는 20-25, 22-25, 16-25였습니다.
“동메달은 남았잖아” 했는데…태국전도 0-3
일본에 진 뒤에도 여자배구에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었습니다. 22일 태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이었죠. 그런데 그 경기에서도 앞서던 점수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1세트 초반 8-5로 앞섰습니다. 김다인의 플레이에 대한 연이은 판정이 나오자 차상현 감독과 선수들이 항의했고, 이후 흐름은 태국으로 넘어갔습니다. 2세트에는 11-9로 앞서다 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려 5점을 연속으로 내줬습니다.
3세트는 22-22까지 갔습니다. 한 세트만이라도 가져오려면 바로 이 고비를 넘어야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습니다.
세트 점수 20-25, 19-25, 23-25.
일본전 0-3에 태국전 0-3이 더해졌습니다. 여자배구는 4위로 대회를 마치며 아시안게임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판정이 아쉬웠던 장면은 있었지만, 한국이 놓친 리드와 세트 막판의 실점도 함께 봐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똑같은 한일전이 아니었습니다.
핸드볼은 3년 전 열 골 차로 졌던 일본을 다시 만나 27-23으로 이겼습니다.
농구는 핵심 선수 두 명 없이 중국을 넘은 뒤 일본과의 결승까지 잡았습니다.
배구는 일본전에서 세트를 가져올 순간을 살리지 못했고, 태국전에서도 앞서던 흐름을 메달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의 노력을 금메달과 4위라는 결과만으로 재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종목도, 상대도, 경기 방식도 다르니까요. 그래도 이번 대회가 남긴 장면은 또렷합니다.
핸드볼에는 일본을 다시 만났을 때 설욕한 순간이 남았습니다. 농구에는 11명이 함께 버텨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이 남았고요.
여자배구에는 다음 대회까지 풀어야 할 질문이 남았습니다. 앞서가는 순간을 어떻게 마지막 점수까지 지킬 것인가.
이번 일본 원정에서 세 종목이 보여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그 승부처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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