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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도 품종에 따라 전지 시기가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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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진의 귀촌 일기 129]

우리 집에는 수국이 7그루나 있다. 5그루는 심은 지 10년이 지난 큼직한 수국이고 나머지 2그루는 아직 작다. 작은 수국 두 그루는 꽃이 예쁘다는 말에 몇 년 전에 얻어다 심었는데, 우리 집에 옮겨온 이후 아직까지 꽃이 핀 적이 없다.

“이 집은 다른 꽃은 별로 없으면서 유난히도 수국은 많네!” 수국이 활짝 피는 초여름에 우리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하는 말이다. 우리 집에 수국이 많은 이유는, 꽃이 화사하고 예쁘기도 하지만 관리 역시 쉽기 때문이다. 화사하기로 따지자면 우리 집 화단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작약이 으뜸가지만,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봉오리는 일주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다. 반면에 수국은 큼직한 꽃이 오랫동안 피어있고, 계절에 따라 색깔도 바뀌고, 웬만한 잡초쯤은 거뜬히 이겨낸다. 더구나 수국은 토양의 산도(PH)에 따라 꽃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해는 꽃이 피지 않고 지나간 경우도 이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는 ‘아직 수국이 어려서 그런가 보네!’라며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다.

작약 꽃은 화사하고 예쁘지만 일주일도 채 안되어 꽃이 떨어진다. ©윤용진

우리 집에는 목수국과 일반수국 두 가지가 있다. 수국은 품종이 다양하다던데, 수국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알기 쉽게 딱 두 가지로만 구분하고 있다. 우리 집에 있는 목수국 이름은 아마도 ‘파이어 앤 아이스’였던 것 같고, 일반수국은 ‘썸머 뷰티’, ‘엘에이 드림’ 등이다. 예전에 노트에 적어둔 이름이 그렇다는 얘기고, 몇 번 자리를 옮겨 심은 지금은 뭐가 뭔지 헷갈려서 잘 모르겠다.

이들 수국은 물물교환으로 바꾼 것도 있고, 돈을 주고 구입한 것도 있고, 또 주위에서 얻은 것도 있다. 목수국은 아주 오래전에 우리 집 ‘레드 아로니아’ 가지를 잘라 보내주고 대신에 얻은 것이다. 그 목수국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우리 집 울타리를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묘목시장에서 꽃이 예쁘다고 구입한 수국은 대부분 겨울을 버티지 못해 얼어 죽었고, 몇 년 전 동생네서 얻어온 수국은 아직도 키가 작다.

이른 봄이 되면 집에 있는 관상수나 유실수 전지를 해 주는데, 이때 수국도 가지를 쳐주곤 했다. 사실 수국 전지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히 아는 바가 없으니 그냥 보기 좋게 가지를 잘라주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수국도 품종에 따라 전지 시기가 달라진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해마다 초여름이면 커다란 수국들이 우리 집 마당을 장식한다. ©윤용진

목수국은 그동안 내가 해오던 방법대로 전지를 해 주면 된다. 목수국은 그해 새로 자란 가지에서 꽃이 피므로 이른 봄 (2~3월)에 수형을 잡아주면 된다. 그러면 봄에 새로 가지가 자라며 꽃이 핀다. 반면에 일반수국은 다르다고 한다. 일반수국은 그해 새로 자란 가지가 아닌 1년 묵은 가지에서 꽃이 핀다고 한다. 따라서 전지도 이른 봄이 아닌, 꽃이 진 이후인 7월경에 해 준다고 한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 집 일반수국에 꽃이 거의 피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됐다. 꽃이 피어야 할 ‘묵은 가지’를 내가 봄마다 무심코 잘라내고 있었으니까. 꽃이든 유실수든 그저 땅에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란 생각을 한다.

참고로 유실수도 열매가 맺히는 가지에 따라 전지법이 달라진다. 수국처럼 새 가지에 열리는 나무(대추, 포도)와, 묵은 가지에 열리는 나무(복숭아, 자두 등)는 관리 방법이 다르다.

수국이 싹을 틔우긴 했는데 가지가 아니고 뿌리 쪽이다. ©윤용진

그런데 올봄에 우리 집 수국 두 그루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작은 수국에 새순이 솟기는 했는데, 엉뚱하게도 새순이 나온 곳이 뿌리 쪽이다. 가지는 지난겨울을 나며 얼어 죽었고 뿌리만 겨우 살아 있었나 보다. 마른가지를 건드려보니 툭하고 부러졌다.

“그래도 뿌리는 살아 있으니 다시 키우면 되죠!”라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수국 두 그루는 작년에도 꽃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꽃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수국들은 묵은 가지에서만 꽃이 피는 일반수국이니까. 이 수국들은 앞으로도 꽃 대신에 예쁜 새싹(?)만 보며 만족해야 한다. 겨울에 월동한대서 얻어다 심은 수국인데, 우리 집 기후에는 적합하지 않은가 보다.

“그런 건 백날 키워봤자 소용없어요.”평생 꽃을 키우신 옆집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조언이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럴 때는 눈 딱 감고 뽑아버리고, 진짜 월동을 하는 품종으로 바꾸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면 진짜 월동을 하는 품종은 어디서 구하지? 그야 우리 집에 있는 다른 목수국에서 얻으면 되지!

뿌리박스라는 걸 수국 줄기에 설치했다. ©윤용진

우연히 ‘공중뿌리박스’라는 걸 알게 됐다. 야구공처럼 생긴 속이 빈 작은 박스다. 가지 중간에 흙이 든 박스를 붙여놓으면 뿌리가 나오고, 뿌리가 나온 가지를 잘라서 심는 원리다. 집에서 삽목을 할 때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실패하곤 했는데, 이 방법은 뿌리가 있으니 활착률이 높아진다. 가지를 땅에 휘묻어 뿌리를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풀과의 전쟁으로 바쁜 여름보다는 지금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곧바로 공중뿌리박스라는 걸 구입했다.

‘공중뿌리박스’를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폭 1cm쯤 삥 돌아가며 수국가지의 껍질을 벗겨낸다. 초록색으로 보이는 형성층(부름켜)까지 다 제거해야 뿌리가 잘 내린다고 한다. 그다음에 뿌리박스에 젖은 흙을 채워 넣고, 껍질을 벗겨낸 부분에 동여매주면 끝이다. 이따금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며 한 달쯤 기다리면, 박스 안에 뿌리가 자라 있다고 한다. 그때 뿌리 아랫부분을 잘라 옮겨 심으면 된다.

노란 수선화와 빨간 튤립도 꽃을 피웠다. ©윤용진

지난 겨울에 줄기가 죽은 수국이 두 그루인지라 뿌리박스 세 개를 설치했다. 하나는 예비용으로. 만약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한다면, 가차 없이 기존의 수국들과 교체할 생각이다. 대량으로 묘목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물 관리를 못해서 번번이 죽이는 삽목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쉬워 보인다.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정말 뿌리가 잘 자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인다. 더구나 수국은 원래 꺾꽂이가 잘 되는 식물이니 웬만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작은 우리 집 화단에는 수선화와 튤립이 활짝 피었고, 수국도 초록색 새순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작약도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힘차게 줄기를 키우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화려한 꽃들로 우리 집 마당이 가득찰 것이다.

이렇게 예쁜 꽃들 속에서 살다 보면, 마음도 조금은 그들을 닮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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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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