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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올린 글을 묶어 ‘녹우정 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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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 (73)

조연환 제25대 산림청장의 21년째 귀촌 이야기

19살에 최말단 산림 공무원이 되어 산림청장으로 퇴임하기까지 38년 4개월간 산림공직자의 삶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틈틈이 기록을 살피고 기억을 더듬어서 자서전 성격의 글을 쓰며 이걸 꼭 책으로 펴낼 가치가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 책이 뭔 가치가 있을까, 누가 내 기록을 보기나 할 것인가, 내 자랑만 늘어놓는 건 아닐까, 잘못하고 실수한 것도 솔직하게 기록해야 할 텐데 그럴 자신이 있는가?

이런 생각에 글을 쓰다 말다 반복하고 있을 때 내가 속한 산림 문학회에서 고, 신봉승 선생님을 모시고 문학특강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공직자들은 자신의 삶을 글로 남겨야 한다면서 조선 정조 때 박제가가 쓴 ‘북학의’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날마다 소 500마리를 도살했고 서울에만 쇠고기를 파는 푸줏간이 24곳이나 있고 300여 고을마다 푸줏간을 열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기록은 정부 기록에는 없고 담시 관리의 개인문집에서 나온 자료라고 한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경험은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 국민의 것이므로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씀에 힘을 입어 만지작거리던 원고를 마감해서 최말단에서 산림청장까지 38년 4개월간의 산림공직 경험을 「산이 있었기에」라는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는 정부 공식 기록에 없는 산림정책 추진 배경이나 일화 등이 소개되어 후일 산림정책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산이 있었기에’ ©조연환

산림청장을 퇴임한 다음날 귀촌했다. 마을에서는 산림청장 출신이 왔다며 환영해 주었다. 퇴임 후에도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시골에 붙박혀 실진 못했지만 틈틈이 시골살이의 애환을 sns에 올리면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 주었다. 이렇게 소통하는 재미로 귀촌의 삶을 글로 공유했다.

텃밭 가꾸기와 글 쓰는 재미에 귀촌의 삶은 더없이 행복했다. 이런 행복을 나 혼자 누리기에는 안타까웠다. 귀촌의 삶을 책으로 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귀촌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아내와 땅을 보러 다니는 과정, 이 땅을 만나게 된 사연, 땅을 사고 땅을 만들어가는 즐거움 그리고 하루하루 설레는 귀촌의 삶을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라는 책으로 펴냈다. 귀촌 한지 12년이 되는 해였다.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 ©조연환

이 책은 귀농 귀촌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부응할 뿐 아니라 귀촌을 꿈꾸는 많은 분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책이 발간되자 정부와 민간교육기관으로부터 귀촌 강의 요청도 많아졌다. 책을 내서 유명해지고 강의까지 하게 되니 일석삼조의 덕을 본 셈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도에 시인으로 등단하면서부터라고 할 것이다. 시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시를 어떻게 쓰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삶의 순간마다 스치는 생각과 경험을 짧은 글 형식으로 써 놓았었다. 어느 날 고향 선배께서 제 글을 보시곤 문학지에 소개했고 그분의 추천으로 시인이 되었다. 2000년도의 일이다.

첫 번째 시집 ©조연환

두 번째 시집 ©조연환

시인이 되고 보니 글쓰기에 자신이 생겼고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2000년 동해안에 큰 산불이 났을 때 자식처럼 기른 나무가 한 줌 재로 타버리는 아픔을 시로 읊었고, 동료 선후배들도 산불에 대한 시와 산문을 쓴 것을 알고 이를 모아 「아까시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것이 산림 문학회가 태동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세번째 시집 / 현대산림문학100선 선정 ©조연환

시인으로써 3권의 시집을 냈지만 시보다 상복이 많은 편이다. 2001년에는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아 시인으로써 대통령 상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녹색 문학상을 받았고 2025년에는 내 시집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산림청에서 선정한 현대산림 문학 100선에 선정되었다.

2011년 스마트폰을 사면서부터 sns에 글을 올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벤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만 나의 주된 sns 활동은 페이스북이다. 2011년부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내고 있다.

2026년 녹우정일기 시리즈 순서대로 ©조연환

2011년 부터 페북에 올린 글을 책으로 엮었다 ©조연환

지난해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모아 「녹우정일기(1 )(2)」 2권의 책을 묶었다. 2025년도에는 페이스북에 총 93건의 글을 올렸는데 23,195명이 좋아요 와 댓글을 달아 평균 295명이 반응을 보여 주었다. 페북은 나의 생활일기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를 페북에 올린다. 나의 삶을 기록한 글이 공감을 얻고 때론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때론 망설여지고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지만 잘 읽었다는 댓글에 용기를 얻어 글을 쓴다.

3년 전부터 한국경제와 네이버가 합작해서 만든 아그로플러스의 플랫폼 ‘더농부’ 블로그에 글을 쓴다. 텃밭농사짓는 머슴의 삶이 주를 이루지만 산촌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도 가끔 올린다. 내가 누리는 산촌의 기쁨과 행복을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누며 귀촌을 꿈꾸는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글을 올리고 나서 반응을 본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는가, 좋아요가 몇 개나 띄는가, 댓글은 또 몇 개나 달리는가. 많은 분들이 읽고 좋아요 와 댓글이 많이 올라올수록 기쁘고 기분이 좋다. 내 글이 공감을 얻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떨 때는 반응이 별로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내가 글을 잘못 쓴 걸까 되돌아보게 된다.

갈수록 내 글에 대한 반응이 시들해지고 있다. 작년만 해도 내 글에 좋아요 와 댓글이 300개 이상 올라왔는데 새해 들어 200개 아래로 떨어졌다. 웬일일까? 내 글이 감동을 주지 못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더구나 내 글에 댓글이 달리기만을 바라고 내가 상대방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일을 게을러서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화장실에 앉아 댓글을 쓴다. “여보, 뭐 하는 거예요.” 아내의 질책이 쏟아진다. 틈틈이 글을 쓰며 아내 눈치를 보지만 내 글을 가장 먼저 읽고 또 글감을 주는 사람도 아내다. 여보! 글 쓰느라 텃밭 출근이 좀 늦더라도 너그럽게 봐 주셔요. 알았죠.

▼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를 만나보세요. ▼

▼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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