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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도 돈이 되는 시대…‘가축의 분변’속에 숨겨진 황금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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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56]

분변의 재발견… ‘마이크로바이옴’에 축산업의 미래 있다

대변을 기증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때는 아무런 가치 없이 버려지는 것으로 여겨지던 ‘사람의 대변’이, 이제는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치료 자원이 되고 있다. ‘대변은행’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하면 사례비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변화의 중심에는 대변 속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이 있다.

국내 대변 기증 사례 Ⓒ바이오뱅크힐링, 바이오미

사람의 장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분해하고, 면역 체계를 조율하며, 때로는 질병의 발생과 억제에도 관여한다. 이러한 미생물 군집의 조화가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된 것이 대변 미생물 이식술, 흔히 FMT(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라고 불리는 치료법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장내 미생물을 분리해 환자에게 옮겨주는 방식으로, 엄격한 문진과 정밀 검사를 통과한 기증자의 대만이 치료에 사용된다. 특히 항생제 치료에도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특정 세균성 장염 환자에게서 실제 치료 성과가 확인되면서,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닌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야기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우리가 기르는 가축들에게도 장 속 미생물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가축에게도 중요한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특정 환경에 서식하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 군집을 의미한다. 가축의 위장관 내 미생물은 단순히 사료를 소화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면역 형성, 질병 저항성, 성장 속도와 사료 효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동물들은 태어날 때 장내 미생물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미생물이 처음 정착하느냐가 이후의 건강 상태를 크게 좌우한다. 초기 정착 단계에서 미생물 균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설사, 성장 지연, 질병 취약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미생물 균형 형성 X

↓

설사·성장 지연·질병 취약성 ↑

실제로 설사를 반복적으로 겪는 송아지에게 건강한 소의 분변 미생물을 이식한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됐다. 무너졌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빠르게 회복되었고, 설사를 유발하는 특정 균의 비율은 감소한 반면 소화와 면역 기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미생물들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수개월 이상 유지되었으며, 송아지의 성장 속도 또한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이 함께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유사한 시도는 돼지와 닭과 같은 다른 가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절함으로써 설사 발생을 줄이고 성장 편차를 완화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며, 가축 마이크로바이옴은 새로운 관리 대상이자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을 다시 채워 넣는 방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만큼 가축의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가축의 장은 단순히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균형을 이루는 하나의 생태계다. 그렇다면 이 균형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생기는 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으로 인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소화 장애와 설사다. 설사가 지속되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체중 증가가 더뎌지며, 질병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진다. 심한 경우 폐사율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장 문제를 넘어 가축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반추동물의 경우, 장뿐 아니라 반추위라는 중요한 미생물 저장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소와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은 위가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반추위 안에서 미생물이 사료를 분해해 동물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소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추위 미생물은 보조적 존재가 아니라, 반추동물의 생존과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구성원이다.

고창증에 걸려 왼쪽 배가 부풀어 오른 모습 Ⓒ국립축산과학원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반추위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고창증’이다. 고창증은 흔히 ‘배에 가스가 찼다’는 말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반추위 발효과정과 미생물 활동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가스가 트림을 통해 배출되지만, 어린 풀처럼 발효가 빠른 사료를 급여했을 때 가스를 가두는 거품이 형성되면서 가스는 배출되지 못한 채 반추위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미생물은 사육 환경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Welfare Quality® (2009) 기준에 따른 발바닥 피부염 분류 단계 Ⓒ국립축산과학원

미생물의 영향은 장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축의 몸 전체와 사육 환경 전반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닭의 ‘발바닥피부염’이다. 발바닥피부염은 닭의 발바닥에 병변이 생기는 질환으로, 발바닥이 검게 변하거나 딱지가 생기고 심한 경우 궤양처럼 깊어지기도 한다. 발바닥피부염의 초기 단계에서는 젖은 깔짚, 높은 습도, 분변 축적과 같은 환경 요인이 발바닥 피부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그 결과로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미세한 손상이 발생한다. 보호 기능이 무너진 부위는 깔짚과 분변에 있는 세균의 출입 통로가 되어 염증과 병변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축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

이처럼 미생물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선다. 가축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수많은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로 인식하게 만든다.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은 눈에 보이는 관리 요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공존, 그리고 그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축산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가축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미생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축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글=유채민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유전체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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