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제9회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상 : 서현정
아들은 도시농업과 함께 자란다
농업과 농촌은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2025년 ‘제9회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콘텐츠 공모전’에선 경남 산청 산불 피해를 겪은 주민을 대상으로 치유농업을 통한 회복과정을 담은 이야기와 함께 엄마가 주신 참기름 한병에 담긴 감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상을 했습니다. 특히 2025년엔 기존의 글 콘텐츠 부문이외에 웹툰 부문을 추가했습니다. 1월부터 더농부·농다락 블로그에서 공모전 수상 작품들을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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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나 사이에는 단절의 벽이 존재한다. 내 아들은 엄마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사소한 것까지 얘기하기 바쁜 또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엄마인 나와도 긴 시간 대화를 이어가지 못할 만큼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어린이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업이나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좀처럼 어울리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랬던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게 먼저 다가와 눈을 맞추고,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 갔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와 준 아들이 너무 고마워 가슴이 뭉클했다.
아들이 달라진 건 도시농업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인근에 있는 도시농업 체험공원의 텃밭을 분양받아 아이들과 함께 텃밭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아파트 숲 사이에서 생명이 움트는 녹색 공간의 모습
아들의 담임교사는 어린이집 커뮤니티에 아이들이 도시농업을 하는 체험학습 사진을 한가득 올려주었다. 사진 속에서 아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흙을 만지며 씨앗을 심고 있었다. 도시에서만 살던 아들에게는 직접 흙을 만지면서 호미질을 해보고, 씨앗을 심으며 땅속에 사는 지렁이나 벌레들과 만나는 시간이 그 어떤 놀이를 할 때보다도 즐거운 것 같았다.
아들은 선생님께 배웠다면서 사진만 보고도 작물들의 이름을 척척 알아맞히는가 하면, 그 작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를 내게 설명해 주는 등 점차 똑소리 나는 꼬마농부로 변해갔다.
평소 채소를 싫어하던 아들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모습도 신기했다. 햄, 소시지, 어묵 등 가공식품을 좋아했던 아들이 이제는 나물, 가지, 호박 등 채소로 꾸민 식단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니 그저 기특할 따름이었다.
하루는 자신이 키운 작물들을 보여주겠다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도시농업 체험공원에 가보았다. 회색빛 콘크리트로 버무려진 아파트 숲 사이에서 생명이 움트는 녹색 공간이 이렇듯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드넓은 텃밭에는 배추와 무, 고추, 고구마 등 수많은 작물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리고 색칠한 이름표와 안내판도 인상적이었다.
탐스러운 작물과 아이들이 직접 그린 안내판
안으로 들어서자 아들은 “엄마, 저기 고구마랑 토마토 내가 심은 거야! 얼마나 잘 컸는지 봐봐!”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자랑하듯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아들의 손에 이끌려 밭고랑으로 가보니 무성한 고구마 줄기 사이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고구마가 보였다. 아들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고구마 하나를 찾아내 그 위로 살며시 흙을 덮어주었다. 또 제법 야무지고 꼼꼼한 손길로 작물들 주변으로 난 풀들을 하나하나 뽑아주었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는데 채소들은 사랑을 주는 만큼 크는 거래.”
아들은 씨앗이 흙 속에서 싹을 틔울 때의 신비로움, 열매가 탱글탱글 여물어갈 때의 뿌듯함 등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들을 도시농업을 통해서 하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말도 많아지고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아들을 보니 농사지으러 온 꼬마농부 같기도 하고,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엄마, 이거 내 선물이야!”
아들이 내 손바닥에 쥐여준 건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였다. 도시농업을 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상대와 소통하고 마음 나누는 법을 배운 아들의 성장이 더없이 감사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농사와도 같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따스한 시선으로 잘 지켜봐 줘야 한다. 아들이 심은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듯, 아들도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앗은 사랑을 타고…작물은 사랑을 주는 만큼 열매를 맺는다.
아들이 이곳에 심은 것은 단절된 마음의 벽을 허무는 소통의 씨앗이 아니었을까.
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아들에게서 우리 도시농업의 미래와 희망을 본다.
2025 농촌진흥청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자 서현정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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