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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서 얻은 삶·참기름속 엄마 사랑…농촌을 삶의 언어로 바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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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농업·농촌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

농촌진흥청·아그로플러스 공동 주최…재난·치유·돌봄의 기록자들 수상

지난 12월 19일,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다.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불타는 집에서 저희 딸과 창문을 넘어서 함께 나왔습니다. 손을 잡고 나왔는데, 그 순간 딸과 제가 세상에 다시 태어난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딸은 제 동료가 됐습니다.”

농촌진흥청과 아그로플러스가 공동 주최한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에서 이야기 우수상을 받은 이하영 씨는 산불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이 씨는 딸과 함께 살아 나온 뒤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잿더미가 된 집터에서 배추 새싹 두 포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다시 하루를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불을 견뎌낸 씨앗을 돌보는 일이 이 씨의 하루를 되돌렸고, 농사는 상실 이후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일이 됐습니다. 이 씨가 살아 나왔을 때 ‘언니, 살아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해준 동생과, 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오르는 부모님을 기억해 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까지 함께 와줘 더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하영 씨의 이야기는 농업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사람의 삶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씨는 이날 딸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농촌진흥청과 아그로플러스가 공동 주최한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12월1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습니다. 수상작들은 농업과 농촌을 삶의 언어로 기록한 작품들을 소개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재난을 견뎌낸 농촌의 시간, 가족을 먹여 살린 노동의 기억, 그리고 농업이 건넨 치유의 경험이 수상자들의 글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이야기 부문문을 확대해 웹툰·카툰까지 영역을 확대해 응모작을 받았습니다.

이승환 씨가 작품 「그해 우리는 불타고 젖었지만… 결국 다시 피웠다」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야기 부문 대상은 이승환 씨의 「그해 우리는 불타고 젖었지만… 결국 다시 피웠다」가 차지했습니다. 이 씨는 경남농업기술원 직원으로 봉사를 위해 경남 산청을 비롯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과 수해 현장을 직접 찾았는데요. 그는 수상 소감에서 “아침 10시인데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던 산불 현장은 재난 영화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특히 이 씨의 마음에 남은 것은 현장에서 들은 한 주민의 말이었습니다. “불도 겪고, 물까지 겪으니 이제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혼잣말이었습니다. 이 씨는 “그 말에는 분노도 원망도 없었고, 오랫동안 견뎌온 사람의 담담함만 있었다”며 “기록하지 않으면 잊힐 것 같아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작품에는 재난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농촌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 최우수상은 홍애련 씨의 「참기름 한 방울, 엄마 사랑 한 방울」이 수상했습니다. 홍 씨는 시골에서 자라며 당연하게 여겨왔던 참기름 한 방울에 담긴 어머니의 평생을 돌아봤습니다. 그는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여름 참깨 수확을 도와달라 하셔서 하루 일을 했는데,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기름을 짜러 기름 방앗간에 갔는데, 여장부처럼 사시던 어머니의 작디작은 어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다. 어머니의 땀과 눈물, 열정이 모두 우리에게 와닿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홍 씨는 수상 소식과 함께 어머니와 여행을 약속하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최우수상 수상자 고철민 씨는 은퇴한 노년이 치유농업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이야기를 웹툰에 담았다.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웹툰 최우수상을 받은 고철민 씨의 「치유농장은 언제나 봄」은 치유농업을 소재로, 농업이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그려냈습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 도매업을 하고 있는 그는 “어업에는 없는 ‘치유농업’이라는 개념이 인상 깊었다”며 은퇴 이후 농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유영석 씨(왼), 장영랑 씨(중), 이하영 씨(오)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야기 우수상 수상작들은 농업이 개인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유영석 씨의 「링 위에서 흙으로, 나의 두 번째 라운드」는 복싱 선수로 살아왔던 청년이 부모님의 귀농을 계기로 농업에 뛰어든 과정을 담았습니다. 유 씨는 “농사는 기술보다 먼저 겸손을 배우는 일”이라며 “부모님이 먼저 닦아주신 길에서 매일 배워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영랑 씨의 「수박 한 조각」은 남편의 암 투병이라는 개인적 위기 속에서 농산물이 가진 치유의 의미를 되짚은 작품입니다. 장 씨는 “수박 한 조각을 먹는 평범한 일이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며 “농산물이 우리의 삶을 조용히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이하영 씨의 「어느 곰배령 농부의 치유 일지」는 본인을 치유한 경험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치유농업사가 되고 나서 첫 번째 치유 대상자는 나 자신이었다”며 “농업은 생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살릴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불타는 집에서 함께 빠져나온 딸,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견딘 가족 이야기도 작품에 담겼습니다.

우수상 수상자들이 상장과 꽃다발을 들고 밝은 미소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웹툰 우수상은 주수연 씨의 「나를 찾은 곳」으로, 자연 속 농촌에서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는 “도시의 삶만을 선망하기보다,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삶의 선택이 존중받기를 바랐다”고 전했습니다.

장려상 수상자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지혜 씨, 박영순 씨, 응우옌 응옥 민 짜우 씨, 김정원 씨)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장려상 수상작들도 각자의 삶에서 농업을 다시 발견한 사례들이었습니다. 정지혜 씨는 특수교육 실무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던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과 돌봄의 공통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정 씨는 현재 스마트팜 농부를 목표로 현장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박영순 씨는 생활개선회 산청 직원의 권유로 이번 공모전에 작품을 내게 되었는데요. 부산에서 산청으로 옮겨온 20년의 삶을 기록하며 “이 상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에 대한 응원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원 씨는 도시의 베란다에서 시작한 작은 농업 경험을 통해 일상 속 농업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웹툰 장려상은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응옥 민 짜우 씨의 「1㎡의 햇빛」이 받았습니다.

장려상 수상자들이 아그로플러스 김형호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번 공모전은 올해로 9회째를 맞았으며, 기존 이야기 부문에 더해 웹툰 부문을 신설해 진행됐습니다. 총 122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심사를 거쳐 이야기와 웹툰 부문에서 대상·최우수·우수·장려 등 모두 1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관계자들이 참석해 작품에 담긴 농업·농촌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박영순 씨(왼)와 이승환 씨(오)가 산청이라는 공통된 인연으로 현수막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농부

더농부 인턴 남신이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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