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50
“약제 내성 줄이는 교호 살포, 드론 전용 약제 사용, 개화기 방제 시기 준수”
2023년 기준,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약 35.7kg으로 1970년 대 1인당 28.8㎏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사회 구조의 변화와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밀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국내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까지 높이기 위해 2020년 「제 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밀 재배면적을 높여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 발맞추어 최근 농가에서도 동계의 유휴지를 사용한 밀, 보리 등 동계작물을 재배하려는 농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병에 의한 피해 방지가 어렵다는 애로점을 토로하는 농가들 또한 늘고 있다.
맥류 작물에는 녹병, 깜부기병 등 다양한 병들이 수시로 발생해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에 발생하지 않았던 이삭마름병, 껍질마름병 등이 밀, 보리, 트리티케일 등에 나타나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러한 병들 중 가장 위험하고 심한 피해를 주는 병은 바로 붉은곰팡이병이다.
붉은곰팡이병이란 무엇인가?
맥류 붉은곰팡이병은 ‘Fusarium graminearum complex(FGC)’라는 곰팡이들에 의해 감염이 되며 보리, 밀, 귀리 등의 맥류와 옥수수, 심지어 벼에도 병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이 발생하면 이삭이 맺히지 않고 하얗게 변하거나 줄기 썩음병이 발생하여 수확량이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곰팡이가 생성하는 독소는 사람과 가축에 치명적인 중독증을 일으킨다.
맥류 종류별 붉은곰팡이병 발생 주요 병징 (왼: 밀, 오: 보리) ©국립식량과학원
이 붉은곰팡이병은 이미 19세기 이전부터 유럽에 알려져 있었으며, 북미에서는 1891년에 첫 보고 이후 1917년∼1919년 대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1993년에 미국 중서북부에서는 이 병으로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63년에 수확량의 40∼90%가 감소한 경우가 있었고, 더 나아가 병이 발생한 곡물을 섭취한 사람과 가축에게 심한 중독성을 가져와 그 당시 상당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1974년, 1987년, 1998년 약 10년 주기로 대 발생하였으며, 최근에는 2018년도와 2024년에 대발생하여 많은 농가에 피해를 주었다.
붉은곰팡이병원균 독소란?
붉은곰팡이병은 다른 병과 달리 사람과 가축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붉은곰팡이 독소는 급성 영향으로는 구토, 설사, 복통과 같은 위장관 장애를 유발하고 만성 영향으로는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독소는 크게 Trichothecene과 Zearalenone계의 독소로 나뉘며, Trichothecene계 독소는 그 구조에 따라 다시 100개 이상으로 분류된다. 그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독소는 Deoxynivalenol(DON), Nivalenol(NIV)이며, Zearalenone과 함께 가장 흔하게 검출되는 독소이다.
이러한 독소들은 균주마다 생성하는 독소가 다르며,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FGC균주의 분류에도 응용이 되고 있다. 수많은 FGC중 국내에서 분리된 균주의 대부분은 DON 독소를 생성하는 F. graminearum과 NIV 독소를 생성하는 F. asiaticu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이 2000년대부터 꾸준히 맥류에서 발생한 붉은곰팡이병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밀과 보리와 같은 맥류에서 발생한 붉은곰팡이병의 대부분은 NIV 독소를 분비하는 F. asiaticum이 우점종으로 확인됐다.
붉은곰팡이병의 발생 현황
10년간 권역별 맥류 붉은곰팡이병 발생 현황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맥류에서 발생하는 붉은곰팡이병은 2002년 전라남·북도 및 경상남도 지역에서 54.7%의 아주 높은 병 발생을 보였으며, 2011년 전남·북, 경남·북지역에서 14.4%의 발생률을 보여 심각한 피해를 안겨 주었다. 이후 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다가 2015년에 9.5%, 2016년에 6.7%, 2018년도 16.2%의 병 발생률을 보였으며, 가장 최근인 2024년에는 2010년대 이후 가장 심한 27.9%라는 매우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병 발생 심화 원인으로는 병이 감염되기 쉬운 맥류의 개화 시기에 평균 기온이 3∼4℃ 상승하였고, 2∼3일 이상 연속 비가 내려 곰팡이가 좋아하는 고온다습한 조건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봄철 이상 기온이 심화하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 병 발생률이 매우 빈번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이전에는 10년에 한 번 대 발생하여 방제의 중요성이 낮았으나, 이제는 벼의 도열병 등과 같이 상시 발생하는 병으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병을 유발하는 FGC 균주는 추운 겨울에도 땅속 및 죽은 식물의 부생물에 항상 존재하고 있으나, 병 발생률은 매년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하여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수년 동안의 연구 결과들을 취합하여 병 발생률과 기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맥류의 출수 및 개화 시점에 많은 양의 비가 연속으로 내리는 경우 병이 심하게 발생하는 현상을 파악하였으며, 다양한 기상 요소 중 개화기 강수량(60mm 이상), 온도, 상대습도(75% 이상)가 발병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항상 맥류 주변에 있던 병원균들이 출수기 및 개화기에 비가 오랫동안 내리면 기주인 맥류에 침입하기 좋은 조건들이 형성되어 병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기존의 국외 보고와도 동일했다.
맥류 붉은곰팡이병균의 감염환경 및 생활사 ©국립식량과학원
붉은곰팡이병 방제를 위한 노력
붉은곰팡이병의 확산과 방제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농약안전사용기준이 설정된 정식 등록된 방제 약제로는 캡탄, 헥사코나졸, 플루디옥소닐, 프로피코나졸·테부코나졸, 프로피코나졸·티오파네이트 메틸, 트리플로시스트로빈, 메트코나졸 등의 약제들이 있고, 더 많은 약제를 등록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등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약에서 그 효과가 반감되는 현상들이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단일 품목의 약제사용으로 인해 약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맥류에서 분리한 소수의 균주에서 특정 약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약제 내성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권장 사용량을 지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 가지 약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성분이 다른 약제를 돌려가면서 사용해야 약제 내성 발생 없이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붉은곰팡이병 방제 홍보 자료 ©국립식량과학원
최근에는 대부분 드론을 활용한 방제를 수행하고 있으나 드론으로 방제 시에는 드론 전용 약제만 사용해야 한다. 드론 전용 약제는 일반 약제와 달리 고농도로 조제돼 있어 높은 고도에서 처리하여 비산되어도 방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일반 약제를 드론으로 살포시 약제 성분 농도가 얕아져 방제 효과가 낮으며, 약제 내성 발생을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약제 살포 시기를 잘 준수해야만 한다. 붉은곰팡이병 최적 방제시기는 맥류의 출수기 및 개화기이며, 특히 이 시기에 비가 올 경우는 비가 끝난 후 반드시 약제 방제를 실행하여야만 병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방제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일부 약제는 꽃이 진 후 10일 이상 지나 방제 시 오히려 발병 및 독소 발생을 증진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필히 최적 방제 시기를 잘 지켜 방제를 수행해만 한다.
최근 이상 기상 현상으로 봄철 온도가 들쑥날쑥하여 맥류의 출수 및 개화기의 변동이 심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방제 시기와 일정도 매년 달라지고 있다. 옛말에 ‘작물은 농업인의 발소리에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농업인의 관심이 그 한 해의 농사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요즘 들어 더욱 가슴에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다.
농사도 점차 기계화, 자동화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관심이다. 붉은곰팡이병으로부터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맥류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젠 관심을 더욱 기울이고, 이 병을 상시 발생병으로 인식하여 방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양정욱 국립식량과학원 작물환경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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