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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임업인 300명을 초청했다.가슴속 한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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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 (68)

조연환 제25대 산림청장의 20년째 귀촌 이야기

“산이 있는데 무슨 나무를 심어야 돈이 됩니까?”라고 묻는 분들이 계신다. 그럴때면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 나무를 심으면 10년 후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저 나무를 심으면 50년 후에는 큰 돈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그중 70%는 사유림이다. 220만 명의 산주들이 평균적으로 3ha (9,000평)의 산림을 소유하고 있다. 농사 짓는 땅 9,000평은 큰 면적이지만 나무 심어 기르는 산으로는 손바닥만한 면적이다. 이 쬐그만 산에 나무를 심어 10년, 20년, 30년을 가꾸어봐야 별 소득이 되지 않는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 얻는 내부투자수익율(IRR: Internal rate of return)이 정부보조금을 포함하더라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나무를 심어야 하는 걸까? 경제적인 소득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산에 나무를 심으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나무는 경제적인 소득만을 안겨 주는게 아니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얻는 경제적인 혜택은 6조원에 불과하지만 공익적인 혜택은 259조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매년 499만원의 혜택을 산림으로부터 얻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나무는, 심고 가꾸는 사람에게는 별 소득이 되지 않는데 국민 모두에게 큰 혜택을 베풀어 준다. 그럼 누가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일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에서 직접 하든지 아님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지원과 예우를 해 주어야 한다. 과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예우를 해 주고 있는 것일까?

농가소득이 5,082만원인데 비해 임가소득은 3,738만원 수준이다. 순수임업소득은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농업직불금 지급단가는 205만원/ha 인데 비해 임업직불금은 94만원/ha이다. ’26년도에 농업직불금은 5% 인상된다는데 임업직불금은 인상계획이 없다며 임업인들이 울상이다. 임업인들은 ‘농업인 만큼’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은 어떠한가? 농업인 중에는 금탑산업훈장 수훈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 수립이후 지금까지 임업인 중에는 금탑산업훈장 수훈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은탑산업훈장 수훈자도 없다. 임업인이 받은 최고의 훈장은 동탑산업훈장이다. 정부에서 임업인을 어떻게 예우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라고 본다.

산림청장 재임 시, 임업인에게 꼭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해 드리고 싶었다. 관계부처를 찾아가 사정했지만 끔쩍도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여러차례 찾아가 귀찮게(?)하니 “그럼, 금탑산업훈장을 받을만한 임업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때다 싶었다. 모범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꾼 분들을 한 분 한 분 설명해 드렸다. 모두가 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금탑산업훈장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럼, 금탑산업훈장은 어떤 분에게 드리는 것이냐?”고 물으니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임업인은 안 된다고 해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펼치며 30년 간 나무를 심고 가꾼 유한킴벌리 문국현 대표를 추천했고, 2005. 4. 5. 식목일에 문국현 대표께서 산림분야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셨다. 임업인에게 금탐산업훈장을 수여해 드리고 싶은 열망이 절반만 이루어 진 셈이다.

2005년 식목일 산림분야 훈포장 수훈자 기념촬영 ㅡ 왼쪽 3번째가 산림분야 훈장을 타신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조연환

산림청장 재임 시(2005. 8월)의 일이다. 대통령께서 청와대 관저로 부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물어 볼 수 없었다. 집사람하고 같이 오라니 혼날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청와대 관저에 가니 대통령 내외분께서 나와 계셨다. 함께 북악산을 걸으며 많은 말씀을 하셨다. 주로 퇴임 후 귀촌에 대한 말씀이셨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대통령 내외분께서 독림가 조림한 산에 직접 찾아 오셨다. ©조연환

“대통령님, 나라에 큰 일을 하는데도 정부에서 알아주지 않아 한을 품은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 한을 좀 풀어 주십시오.” “아, 독림가 말씀이죠.” 대통령께서 독림가(篤林家)를 알고 계셨다. “그렇습니다. 그 분들께서 나무를 심고 가꾸어 국토가 녹화되었는데 나라에서 이 분 들 공을 몰라주어 한을 품고 있습니다.” “제가 그 한을 풀어 드리죠. 어떻게 하면 됩니까?”

대통령께서 임업인 300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서 오찬을 배풀어 주셨다. 20년 전의 일인데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조연환

이렇게 해서 대통령 내외분께서 독림가가 조림한 산에 오셔서 독림가들을 격려해 주셨으며 청와대 영빈관으로 임업인 300명을 초청해 오찬을 베풀어 주셨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여러분께서 나무를 심고 가꾸었기에 대한민국 國格에 걸맞는 숲을 가지게 되었다고” 진심으로 격려해 주셨다. 내가 칭찬 받는 것 이상으로 기뻤다. 임업인들 가슴에 쌓인 한도 풀렸으리라… 하지만 20년 넘도록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어 참 아쉽다.

몇 년 전, 우연히 ‘대한민국병역명문가’를 알았다. 내가 왜 이 걸 몰랐을까. 산림청장을 찾아가 ‘3대에 걸쳐 산림을 성실하게 경영하고 있는 모범임업인’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산림명문가’ 제도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2020년에 5명의 모범임업인이 제1회 대한민국산림명문가로 선정되었다. 산림청에서는 매년 대한민국산림명문가를 선정하고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은 우직하게 나무를 심을 뿐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도 국민들도 잘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산림명문가를 선정해서 널리 알리면 3대에 걸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얼마나 고맙고 귀한 일인 줄을 알게 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적인 공감을 얻어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임업인이 나오리라고 기대한다.

정작 본인에게는 별 소득이 되지 않는데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일을 하는 분들에게 나라에서는 필요한 지원을 해 줄 뿐아니라, 그 분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예우하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임업인들이 국민들에게 존경받으며 정부로부터 합당한 예우를 받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하며 기대한다.

한그루 나무를 심는 것은 미래를 심는 것이요 역사를 심는 것이다. 꿈이 있는 민족만이 나무를 심는다고 하지 않는가. “무슨 나무를 심어야 돈이 되는냐”고 묻는 이들에게, 나무를 심고 가꾸면 ‘돈보다 값진 보람’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이 말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을 존경하며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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