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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만든 서랍장…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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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진의 귀촌 일기 133]

급한 일들은 대충 마무리됐다. 텃밭에는 아직 수확을 기다리는 양파와 마늘, 양배추가 남아 있지만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 상태로 봐선 며칠 더 기다렸다가 수확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뜸을 들이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비 오는 날 그동안 미루어왔던 목공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농사도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니까.

“옷에서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히 빨래를 한 옷인데 이상하네!” 그래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의 근원을 추적했는데 바로 서랍장이 문제였다. “나무가 오래돼서 냄새가 나는 건가 봐.” 아무래도 서랍장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우리 집 서랍장은 족히 40년은 된 구닥다리다. 아내가 시집을 오기 전부터 집에 있던 장이니 그보다 더 오래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골동품적인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 기억으로는 부모님께서 동네 가구점에서 산 싸구려 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서랍장은 오랫동안 안방에 자리 잡은 채, 어머니의 손길로 항상 반짝였던 것 같다.

양배추도 수확할 때가 거의 다 되었다. ©윤용진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묵직한 장도 있었다. 그런데 그 묵직한 장은 몇 번 이사 다니며 여기저기 부딪혀 망가졌고, 가볍고 별로 볼품도 없던 싸구려 서랍장이 오히려 오래 살아남았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그 싸구려 서랍장은 우리 집 방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았는데, 색상도 칙칙해서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옷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않았으면 좀 더 오래 사용했을 게 분명하다.

그까짓 서랍장쯤이야 언제든 다시 사면 그만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세련되고 멋진 가구를 살 수가 있다. 자동화된 기계 덕분에 공장에서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가구들을 찍어낸다. 하지만 내가 가구를 만들 수 있는데 굳이 공장에서 만든 가구를 사야 할까? 내가 만드는 가구는 정교하진 않아도 더욱 정감이 가고, 또 튼튼하기로 따지자면 여느 가구 못지않다.

내 작업실은 비만 겨우 피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이다. ©윤용진

서랍장을 새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판재를 사놓은 지는 제법 오래됐다. 판재를 사서 일단 컨테이너 창고에 보관했는데, 막상 필요할 때 판재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판재가 크기도 엄청나지만(1200x2400mm) 무게도 30kg이 넘으니 나 혼자서는 판재를 꺼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가, 최근에 아들이 집에 들렀을 때 비로소 컨테이너 창고에서 판재를 꺼낼 수 있었다.

목공 작업을 할 때 제일 힘든 일은 커다란 판재를 재단하는 일이다. 작은 나무 조각으로 소품을 만드는 거야 간단하지만, 커다란 판자를 재단해 큼직한 가구를 만드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나무 무게도 무게려니와 엄청나게 큰 판재를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쉽지가 않다. 사진 속의 배경을 보고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내 작업장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작업실이 아니다. 집 뒤 데크에 지붕을 만들어서 겨우 비만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구나 온갖 기구와 살림살이들이 주위에 너절하게 늘어져 있다.

또 내가 갖고 있는 공구들은 전문 목공용 공구가 아니고, 집 짓겠다고 산 공구들이 대부분이다. 집 짓는 목수(Builder)들이 사용하는 공구는 이동이 편하도록 가볍고 휴대성이 좋다. 대신 정밀한 작업에는 다소 불리하다. 하지만 가구를 만드는 일은 아주 정밀해야 한다.

먼저 서랍 레일을 붙인 상태로 옆판을 조립한다. 그래야 일이 쉽다. ©윤용진

가구는 최대한 변형되지 말아야 하는데 나무는 계절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한다. 그나마 나무를 겹겹이 붙여 만든 합판이 잘 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구는 합판으로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에 고급스러운 나무를 덧붙여 한껏 멋을 낸다. 합판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나무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합판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전부 싸구려 가구는 아니다.

서랍장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한 건 정밀도다. 특히 서랍 레일을 붙일 때, 틈이 1~2mm 이내를 벗어나면 안 된다. 간격이 조금만 좁아도 서랍이 뻑뻑해서 들어가지 않고, 조금만 넓어도 서랍이 헐거워 빠지게 된다. 그런데 잘 보이지도 않는 침침한 눈으로 거의 오차 없이 재단하려니 쉽지가 않다.

내 작업실 환경. 주변이 온갖 살림살이들로 어수선하다. ©윤용진

합판으로 만든 단순한 형태의 박스에 멋을 내기 시작했다. 합판의 잘린 면이 보이지 않도록 나무를 덧대주고, 서랍장 앞면과 상판에도 매끈하게 고무나무 판재를 잘라서 붙였다. 이렇게 몇몇 작업만 해도 단순했던 박스가 고급스러운 서랍장으로 탈바꿈한다. 고무나무는 나무가 단단해서 하드우드에 속하는데, 가성비가 좋아 아마추어 목공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번에는 손잡이를 붙이는 대신에 나무에 홈을 파기로 했다. 손잡이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좀 더 매끄러운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서랍 아랫부분에 홈을 파서 손잡이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 비트가 작은 것뿐이라서 홈이 크지는 않지만, 서랍을 여닫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끝으로 서랍장 몸체에는 흰색 수성페인트를 3회 칠했고, 고무나무에는 오일스테인을 두 차례 칠해주었다.

서랍 아래에 좁은 틈이 손잡이다. 아마추어가 만든 서랍장이니 이 정도면 됐다. ©윤용진

나이 들어서는 자꾸 일을 만들지 말라고 한다. 이미 벌여 놓은 일도 정리를 하고, 갖고 있는 물건도 줄이고, 언제 떠나도 아쉽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해두라는 말이다. 아내 역시 나에게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는 못 산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맞는 건 알지만, 자칫하면 활력을 잃은 채 인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정리하기보다는,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마지막까지 활기차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난 지금도 멋진 가구나 소품을 만들 때면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재미있고, 완성된 제품을 보면 나 스스로 만족해서 감탄도 한다. 또 때로는 새로운 공구를 보면 마음이 설레고, 어떻게 하면 아내 몰래 살지 궁리까지 한다. 난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해보며 살고 싶다. 나의 이런 모습에 식구들이 기막혀해도, 활기차게 살아가려는 내 모습이 그리 밉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언젠가는, 내가 벌여 놓은 일들을 마무리해야 할 식구들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내 손길이 묻은 서랍장을 먼 훗날에도 식구들이 쉽게 버리지는 못하겠지!

▼윤용진 작가의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를 만나 보세요. ▼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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