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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텃밭, 수확의 계절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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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진의 귀촌 일기 132]

6월은 텃밭 작물을 수확하는 시기다. 씨앗을 뿌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수확한다고? 수확은 가을에나 하는 거 아냐? 도대체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웃하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심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고추나 토마토는 이제야 겨우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텃밭에는 고추나 토마토만 있는 게 아니다. 텃밭 절반쯤에는 열무와 래디시, 비트 등 다양한 작물이 심겨 있는데, 그들 중에는 이미 수확시기가 지난 작물도 있고 머지않아 수확해야 할 작물도 있다.

열무와 래디시는 지난 4월 13일 씨앗을 뿌렸는데, 이들 작물이 자라는 데는 불과 40일이면 충분하다. 지난주에는 큼직하게 자란 열무를 뽑아 김치까지 담갔다. 물론 나 말고 아내가. 그간 우리 집은 불문율처럼 집안일을 아내와 나누어왔는데, 밭에 작물을 심고 키우는 건 내 몫이고 수확하여 요리하는 건 아내 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불문율이 서서히 깨지려 하고 있다. 수확하는 것까지가 내 몫으로.

수확할 시기가 지난 작물 앞에서도 아내는 느긋하다. “좀 늦게 수확하면 어때?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수확할 때가 지나 꽃대가 보이잖아!” “그까짓 거 조금 덜 먹으면 되지.” 항상 마음이 급한 나만 동동거리는 것 같다.

열무를 수확하여 김치를 담갔다. 멀리 한창 수확 중인 쌈채소가 보인다. ©윤용진

열무를 씻던 아내가 잎에서 벌레 흔적을 발견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농약을 한 번도 뿌려주지 않고 잘 버텨왔는데, 앞으로는 무슨 작물이든 농약 없이는 재배가 어려울 것 같다. 요즘처럼 한낮에는 3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에 그나마 그 정도인 게 다행이다. 농약 없이 텃밭 농사를 지으려면, 가능하면 빨리 심고 벌레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수확을 끝내는 게 최선이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늦추위 때문에 빨리 심기도 어렵지만.

열무를 수확한 자리에 또 씨앗을 뿌려야 하나? 지금 열무 씨앗을 다시 뿌려도 수확할 수는 있다. 다만 앞으로는 농약을 몇 번은 뿌려줘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벼룩잎벌레가 열무 잎에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을 뚫어 놓는다.

아내는 이번에 담근 열무김치가 많아 굳이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사실 이번에 담근 열무김치로는 오이소박이김치를 담글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작년 김장 김치도 아직 남아 있다.

종자로 쓰려고 남겨둔 쪽파. 쪽파도 때가 되면 알아서 쓰러진다. ©윤용진

텃밭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수확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상추, 치커리와 같은 쌈 채소는 수확을 시작한 지 이미 오래됐다. 지금 한창인 상추도 6월 말이면 끝물인데, 7월에도 상추를 계속 먹고 싶으면 미리 씨앗을 뿌려놔야 한다. 루콜라는 몇 번 수확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꽃대가 보인다. 루콜라는 이름은 멋져 보여도 토종인 내 입맛에는 상추보다 못한 것 같다.

다 자란 비트도 빨리 수확해야 한다. 비트는 조금만 넣어도 음식이 온통 붉어지는 통에 즐겨 먹지는 않는다. 요즘은 비트를 분말로 보관하는 법을 배워, 일 년 내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넣고 있다. 비트가 별로 당기지는 않아도 몸에 좋다니까 심는다.

채소들을 조금씩 순차적으로 수확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텃밭 채소들은 때가 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아내는 요즘 쌈 채소를 여기저기 주위에 나눠 주느라 바쁘다.

스스로 쓰러진 양파. 양파는 쓰러지고도 계속 알뿌리가 굵어진다. ©윤용진

얼마 전 우리 집을 방문한 지인 한 분이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양파를 보고는 물어보셨다. “양파는 수확시기를 어떻게 알아요?” “그야 쉽죠. 양파는 수확할 때가 되면 알아서 쓰러지거든요.”

양파는 수확시기가 되면 알아서 쓰러진다. 땅속 알뿌리를 크게 만들기 위해 잎의 힘을 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멀쩡하던 양파가 며칠 만에 전부 쓰러진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산짐승이 우리 집 양파밭을 헤집고 돌아다닌 줄 알았다. 양파는 쓰러졌다고 곧바로 수확하지 말고, 잎이 누렇게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옆으로 드러누운 상태에서도 양파는 계속 굵어지니까. 보통 양파가 쓰러지고 2주쯤 지나서 수확하면 된다.

쪽파도 양파처럼 때가 되면 저절로 쓰러진다. 쪽파는 씨앗이 아닌 종구로 번식하는데, 텃밭 한쪽에 남겨둔 쪽파들도 옆으로 드러누운 지 제법 됐다. 수확한 쪽파는 종구만 잘라내 그늘에서 말렸다가, 가을에 다시 심으면 된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양배추가 좀 많네! ©윤용진

양배추와 브로콜리도 거의 다 자랐다. 둘 다 커다란 배추만큼 덩치는 크지만 이제야 작은 몽우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브로콜리의 작은 몽우리는 급속도로 커지는데, 6월 중순이면 큼직한 브로콜리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봄에 욕심을 내 양배추를 50포기나 심었는데 막상 수확할 때가 다가오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저 많은 양배추를 다 어쩌라고?” 머지않아 듣게 될 아내의 잔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같은 텃밭에 심었는데, 작물이 자라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열무, 래디시, 상추처럼 심은 뒤 40일이면 속성으로 수확하는 작물이 있는가 하면, 감자나 김장 무, 배추처럼 90일 내외를 밭에서 보내는 작물도 있다. 조금 재배기간이 긴 작물로는 고구마, 토마토, 고추가 있는데, 이들 작물은 봄부터 가을까지 150일 이상을 밭에서 자란다. 더 지독하게 성장이 느린 작물도 있는데, 마늘과 양파는 재배기간이 240일 이상으로 가을에 심었다가 초여름(6월)이 되어서야 수확하게 된다.

풀이 무서워 수확을 끝낸 밭에는 제초 매트를 덮어주었다. ©윤용진

열무와 래디시를 뽑아낸 밭이 휑해 보인다. 쉬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해도, 일 년 내내 텃밭에 작물들이 항상 채워져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다른 작물을 심기도 애매해서 잠시 쉬었다가 8월 말에 김장 채소를 심을 생각이다.

풀이 무서워 수확을 끝낸 텃밭에 제초 매트를 씌워주었다. 예전에는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나중에 무성히 자란 풀을 뽑느라 진땀을 흘리곤 했다. 거름기가 많은 밭이라 잠시만 지나도 온통 풀로 뒤덮이는 것 같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올 수도 있다는 기상 전망에 아내가 먼저 걱정한다. “작물들은 괜찮을까?” 수확할 때가 지나도 느긋하던 사람이 갑자기 걱정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하지만 텃밭 작물들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뜨거운 여름을 제 스스로 잘 버텨낼 것이다. 아! 물론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50포기 양배추 앞에서 아내가 뭐라고 할지, 나는 솔직히 그게 더 걱정이다.

▼윤용진 작가의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를 만나 보세요. ▼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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