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없는 로보택시 실험 본격화
폭스바겐, 실제 도로서 승객 반응 테스트
기술보다 ‘사람 경험’에 초점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다시 한 번 ‘로보택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무감독 FSD 테스트를 확대하고 있고, 구글 웨이모와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도 도심 무인 주행을 현실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한 때 다소 앞선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완전 무인 이동 서비스가 이제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요즘 로보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서는 이동 서비스 자체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더 이상 차를 얼마나 잘 만드는가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차량이 하나의 이동 플랫폼이 되고, 그 안에서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실내 공간 활용, 감성 요소, 서비스 연계 가능성까지 동시에 검증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폭스바겐 역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아예 없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차량의 이름은 ‘젠 어반(Gen.Urban)’. 신차 출시를 예고하는 콘셉트카가 아니라, 로보택시 시대를 대비한 사용자 경험 연구용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도로에서 진행되는 젠 어반 테스트
폭스바겐이 공개한 젠 어반은 외형부터 기존 양산차와는 성격이 다르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완전히 제거된 구조로, 차량은 처음부터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됐다. 현재 테스트는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 일대의 정해진 코스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약 8~10km 구간을 20분 안팎으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 완전한 무인 상태는 아니다. 안전을 위해 조수석에는 안전요원이 탑승하고 있으며, 필요 시 조이스틱을 통해 차량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이 차량을 ‘리서치 비히클’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차체 곳곳에는 연구용 차량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고, 센서와 카메라가 노출된 형태 역시 상용 모델보다는 실험 장비에 가깝다. 핵심은 기술 과시가 아니라, 실제 교통 환경에서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데 있다.
폭스바겐이 굳이 본사 인근 도로를 테스트 장소로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외부 환경이 비교적 익숙한 공간에서 반복적인 주행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정성과 함께 탑승자의 심리 변화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 코스 역시 무작위가 아니라, 도로 폭과 교차로 구조,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술 실험과 사용자 관찰을 병행하려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승객 반응
젠 어반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점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보다 ‘승객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운전대 없는 차량 안에서 승객들이 무엇을 불안해 하는지, 어디에서 안심하는지, 그리고 이동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내는 전통적인 운전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탑승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운전대가 없는 차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복합적이라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신뢰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손에 잡히는 물리적 조작 장치가 사라졌을 때 느끼는 불안감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런 미묘한 감정 변화를 수치화하고, 어떤 요소가 불안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는지 분석하는 데 이번 실험의 의미를 두고 있다.
다만 공조 시스템, 앰비언트 라이트, 시트 포지션은 승객이 직접 조절할 수 있으며, 전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주행 정보는 물론 조명과 사운드 설정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운전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동하는 공간’에 가깝다. 폭스바겐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로보택시나 자율주행 셔틀에 적용할 실내 디자인 방향성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회사 측은 젠 어반이 ID.3 같은 소형 전기차의 후속 모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로보택시를 대하는 폭스바겐의 태도
이번 테스트는 폭스바겐이 로보택시 시장을 단순한 미래 이야기로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폭스바겐은 ID.버즈 기반 자율주행 셔틀을 예고한 바 있고, 젠 어반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완전 무인’ 시나리오를 실험하는 도구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대형 제조사 역시 대응을 시작한 셈이다.

아직 젠 어반이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폭스바겐 스스로도 이 차량을 ‘굴러다니는 연구소’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다만 운전대 없는 차에 대한 승객의 반응을 실제 도로에서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작지 않다. 로보택시 경쟁이 기술을 넘어 ‘사람이 얼마나 편하게 느끼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폭스바겐의 이 조용한 실험은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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