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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 온 친구가 준 수박 한 통…남편은 그 덕에 다시 일어섰다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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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9회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공모전

우수상 : 장영랑

수박 한 조각

농업과 농촌은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2025년 ‘제9회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콘텐츠 공모전’에선 경남 산청 산불 피해를 겪은 주민을 대상으로 치유농업을 통한 회복과정을 담은 이야기와 함께 엄마가 주신 참기름 한병에 담긴 감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상을 했습니다. 특히 2025년엔 기존의 글 콘텐츠 부문이외에 웹툰 부문을 추가했습니다. 1월부터 더농부·농다락 블로그에서 공모전 수상 작품들을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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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이 내리쬐는 텃밭에 허리를 구부리고 있던 남편의 고개가 갸우뚱한다. 꼭지의 잔털 가시를 유심히 살펴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 얼굴이다. 작년에 남편은 처음으로 수박 모종을 심었다. 모종에서 넝쿨이 뻗어가고 볼록해진 초록의 열매가 검은띠를 두르며 수박의 자태를 갖추자, 남편은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느 날 뿌듯함과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수박 두 통을 꼭 끌어안고 왔다. 그렇지만 한 통은 빨갛다 못해 속이 농해 있었고, 다른 하나는 허여멀게서 먹을 수가 없었다.

“하!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어찌나 실망하는지 세상에 다시 없는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 같았다. 올해 여름처럼 그해도 땅이 끓어오르는 폭염이 지속되었다. 팀장을 맡은 남편은 매일 야근이었고, 출장의 연속이었다. 불면의 밤과 스트레스는 결국 암 덩어리가 되어 남편의 위를 파고들었나 보다. 붉은 눈시울을 감추며 수술실로 향한 남편은 네 시간 만에 침대에 실려 나왔다.

남편은 살아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죽 한 술에도 식도가 탁 막혀서 미친 듯 등을 두드려야 했다. 불편해진 속 때문에 남편은 갈수록 먹는 것에 겁을 냈다. 내 마음처럼 병실에는 막막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때 남편의 친한 친구가 예고도 없이 병문안을 왔다.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몰라서 그냥 가져왔다며 수박이 담긴 통을 내밀었다. 텃밭에서 자기가 키운 수박 중에 제일 크고 잘 익어서 꼭 맛보여 주고 싶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시원하고 빨간 수박을 보자, 남편은 마른 입을 다시며 한 조각을 냉큼 입에 넣었다.

“내 평생 이렇게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은 처음인데. 온몸이 후련하면서 기운이 솟는 게 이제 살 것 같아” 여간해서 감정 표현이 없는 남편이 눈물을 글썽이며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날의 수박은 남편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준 붉은 에너지가 되었다. 남편에게 살아있다는 건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서슴없이 먹을 수 있는 일과 같았으리라. 죽 한 술 넘기기도 힘들어서 절망스러웠던 남편에게 쓱 넘어간 수박은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품게 해 주었다.

퇴원 후 남편은 잡초가 우거지고 돌이 가득한 땅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발에 차이는 돌을 하나둘 들어 옮기고, 땅을 파고 고르는 데 자신을 집중했다.

텃밭에 수십 종의 작물을 심고 자신을 지키듯, 지지대를 세워 주었다. 그을린 얼굴 위로 윤기가 돌며 나날이 남편은 새로운 사람이 되어갔다.

하지만 매년 치르는 시험처럼 수술한 8월이 되면 정기검진을 가야 했다. 한 주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혹시라도 재발하지 않았을까, 다른 곳에 전이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며 바늘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일주일을 보낸다.

무얼 먹어도 체한 듯 답답해하며 꺽꺽 헛 트림을 연속으로 한다. 나는 수박을 먹기 좋게 갈아서 주는 것으로 남편을 위로한다. 마음속에 가득 찬 근심이 시원한 수박과 함께 싹 씻겨 내려가기를, 수박의 붉은빛처럼 강렬한 생명력이 남편의 몸에 온전히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올해로 다섯 번째, 우리는 똑같은 모습으로 8월을 보냈고, 남편은 이제 더 이상 병원에 오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끝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텃밭에서 아직도 수박을 만지작거리는 남편을 향해 나는 유쾌하게 외쳤다.

“들었다 놨다 그만하고 오늘 축하 세레머니로 한 통 땁시다. ”

남편과 나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칼날에 힘을 주었다.

“앗! 이게 뭐야! 노란색이잖아”

뜻밖에도 망고 수박이었다. 너무나 밝은 노란 속살에 까만 씨가 총총히 박혀 딱 알맞게 수확을 한 것 같았다. 빨간 속살을 기대했던 당황스러움도 잠시 망고 수박의 노란빛을 보자 마음 밑바닥부터 따뜻함이 올라오는 듯했다.

치열했던 지난날의 회복 과정이 새빨간 수박에 담겨 있었다면, 우리의 잔잔하고 환한 일상이 망고 수박의 노란빛을 타고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따뜻한 수박을 끌어안고 조용히 웃으며 흐느꼈다.

2025 농촌진흥청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자 장영랑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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