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78]
수분함량 높고 껍질 부드러워…1∼2년내에 국산화
사람들은 보통 옥수수라고 하면 여름철에 삶아 먹는 따끈한 찰옥수수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옥수수를 생으로 먹는다고 하면 어딘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당옥수수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런 생각은 금세 놀라움으로 바뀝니다. 아삭하면서도 달콤한 식감은 마치 과일을 먹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특별한 초당옥수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왜 생으로 먹을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재배되고 수확되는지, 그리고 국내에는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하나씩 풀어보려 합니다.
초당옥수수 탄생의 비밀은?
옥수수 전분 생합성 경로 ©국립식량과학원
옥수수는 수확 후 시간이 지나면서 당분이 전분으로 바뀌어 점점 단맛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당옥수수는 이 변화 속도를 늦추는 특별한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분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자연적인 변이가 생기면서, 당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덕분에 일반 옥수수보다 훨씬 높은 당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8∼20°Brix 수준의 달콤한 초당옥수수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전분은 옥수수, 벼, 감자와 같은 주요 식량작물에서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최종 산물입니다. 옥수수도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 자당 같은 당을 생성하고 이러한 당이 전분 전구체로 전환되어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이루어진 전분을 만든 후, 최종적으로 이삭의 알곡에 저장합니다(Yu et al., 2022).
옥수수 배유 특성별 알곡의 전분 함량 ©국립식량과학원
이러한 전분 합성은 다양한 효소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어떤 효소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찰옥수수(wx), 단옥수수(su, se), 초당옥수수(sh2)로 구분이 됩니다(Huang et al., 2021). 이러한 유전자 발현 조절로 현재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찰옥수수, 초당옥수수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왜 생으로 먹는 것이 가능할까?
초당옥수수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수분과 식감에 있습니다. 초당옥수수는 일반옥수수보다 수분함량이 높고 껍질이 부드러워 채소처럼 아삭하게 씹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삶거나 찌지 않아도 생으로 먹기 좋고, 오히려 가열하면 단맛이 일부 줄어들 수 있어 생식이 더 추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풋내가 조금 신경 쓰이는 분들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먹는 방법도 많이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일부 날아가면서 상대적으로 당도가 더 진하게 느껴져, 달콤함이 한층 더 강조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너는 어떻게 키워서 먹어야 하니?
초당옥수수는 일반 옥수수보다 훨씬 예민한 작물이라 재배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느끼는 달콤함 뒤에는 많은 관리와 노력이 숨어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특별한 옥수수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초당옥수수는 재배 환경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다로운 작물입니다. 먼저 종자 자체의 전분 함량이 일반 옥수수보다 낮아 발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활력이 좋은 종자를 사용하고 15℃ 이상의 온도에서 발아를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생육 자체도 약한 편이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햇빛과 적절한 온도, 균형 잡힌 수분 관리가 필수입니다. 토양이 너무 건조하거나 과습한 상태가 되면 당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품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확 시기도 매우 중요한데, 몇 시간 차이로도 맛이 달라질 수 있어 매일 상태를 확인하며 가장 맛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초당옥수수는 당도가 높고 조직이 부드러워 해충 피해에 특히 취약한 작물입니다. 진딧물은 잎과 줄기에 붙어 즙을 빨아먹으며 생육을 약화시키고, 노린재는 알곡의 즙을 흡즙해 상품성을 떨어뜨립니다. 여기에 조명나방은 옥수수 지상부 전반에 침입해 피해를 주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요 해충으로 꼽힙니다. 이러한 해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페르몬 트랩 설치, 천적 곤충 활용, 방충망 설치, 이삭 보호용 봉지 씌우기 등이 도움이 됩니다. 필요 시에는 적절한 시기에 살충제를 병행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 농산물은 수확 후 숙성을 거치며 맛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초당옥수수는 오히려 수확 직전이 가장 달콤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맛을 위해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에 수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면 옥수수의 호흡이 줄어들어 당분이 가장 높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일교차가 큰 강원도나 산간 지역에서 재배된 초당옥수수가 특히 높은 품질로 평가받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옥수수는 1등급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초당옥수수는 수확 시점과 온도에 매우 민감해, ‘시간과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작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초당옥수수가 확산된 이유?
초당옥수수 이삭 사진 ©국립식량과학원
우리나라에서도 초당옥수수는 2000년대 초반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처음 재배되며 소비자에게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저온 유지와 신속한 유통 시스템이 부족해 상품성이 쉽게 떨어졌고, 그로 인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통 환경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지 직거래와 함께 당일 수확·당일 배송 같은 산지 직송 시스템이 자리 잡고, 온라인 쇼핑몰과 SNS, 라이브커머스 등이 확산되면서 신선도를 유지한 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고온멸균 기반의 레토르트 기술까지 개발되면서 저장 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초당옥수수를 쉽고 편리하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 먹는 초당옥수수는 아직 종자가 국산화가 되지 않아 현재는 전량 수입 종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국내 연구 기관에서 품종 개발 연구를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1∼2년 안에 보급될 예정이니 국산 초당옥수수에도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초당옥수수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라 재배 기술부터 수확 타이밍, 유통 방식, 소비 트렌드까지 이어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결국 초당옥수수는 현대 농업이 만들어낸 변화의 이야기이자, 그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Yu J. and Moon Y. Corn starch: Quality and quantity improvement for industrial uses. 2022. Plants. 11(1), 92.
– Huang L., Tan H., Zhang C., Li Q., and Liu Q. 2021. Starch biosynthesis in cereal endosperms: An updated review over the last decade. Plant Comm. 2, 100237.
글= 배환희 국립식량과학원 중북부작물연구센터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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