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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물을 죽이는 기생잡초 ‘미국실새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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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57]

콩밭,도라지밭 등으로 확산…아직까지 방제약 없어 연구중

작물에 기생하는 잡초가 있다.

다른 환경과 마찬가지로, 농경지에서도 다양한 생물이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상호작용이라고 하는데, 그 예는 표 1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잡초는 작물과 가까이 있으면 가까이 있을수록, 그리고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작물과 잡초, 서로에게 피해가 가는 ‘경쟁관계’이고, 이는 잡초방제학에서 ‘경합관계’라고도 표현합니다. 물이나 양분과 같은 제한된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경합관계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작물의 생장이 제한되고 결국 수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러한 피해 때문에 인류는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부터 잡초를 제거해 왔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잡초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표 1. 상호작용의 분류와 예 ©국립농업과학원

그런데, 작물과 잡초가 언제나 경합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생관계에 있는 잡초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기생충’의 기생이 맞습니다. 기생하는 잡초, 기생잡초는 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지만, 정작 기생잡초 자신은 아주 잘 살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경합관계에 있는 잡초보다 더 악질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실새삼입니다.

미국실새삼, 누구냐, 넌!

토종 기생잡초 새삼은 처음엔 노랗지만, 꽃이 필 무렵이 되면 진한 자주색으로 변한다. ©국립농업과학원

미국실새삼은 메꽃과(Convolvulaceae) 새삼속(Cuscuta spp.)식물입니다. 같은 과 친척 중에 유명한 식물을 말하자면 나팔꽃이나 메꽃이 있고, 더 유명한 작물로는 고구마가 있습니다. 새삼속식물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기생식물입니다만,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새삼(Cuscuta japonica), 실새삼(Cuscuta australis), 미국실새삼(Cuscuta campestris), 그리고 갯실새삼(Cuscuta chinensis), 이렇게 4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 연구진이 국내의 새삼속 식물을 수집해서 DNA를 비교해서 새삼, 실새삼 그리고 미국실새삼을 확인하였고, ‘Cuscuta pentagona’라는 식물도 확인되었습니다. 주로 해변에서 발생하는 갯실새삼을 제주도에서 채집했는데, DNA 확인 결과 갯실새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갯실새삼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갯실새삼의 위치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바닷가에서 갯실새삼인 척하는 실새삼의 모습 ©국립농업과학원

미국실새삼의 이름을 의미 단위로 쪼개보면 미국+실+새삼이 됩니다. 먼저, 새삼은 우리나라 토종 기생식물로, 주로 나무에 기생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도심 공원이나 농경지에는 거의 없고, 산지나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새삼은 ‘토사자’라고 해서 자양강장에 좋은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땅에 산삼, 바다에 해삼이 있다면, 하늘에는 새삼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음으로 ‘미국’인데, 잡초의 이름에서 ‘미국’이라는 단어는 ‘유럽’이나 ‘서양’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잡초의 원산지를 의미합니다. 즉, 미국실새삼은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인 외래잡초라는 뜻이지요(미국이 북아메리카는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에요). ‘실’은 실처럼 얇은 것을 의미하니까 합쳐서 풀어보면 ‘미국에서 온 얇은 새삼’ 정도로 풀어쓸 수 있습니다.

톱니같은 흡반을 만들어서 숙주의 줄기를 뚫고 수분과 양분을 흡수한다. ©국립농업과학원

미국실새삼은 떡잎이 없습니다. 발아하면 콩나물 뿌리처럼 가늘고, 위로 주야장천 자랍니다. 그러다 주변에 숙주가 될 식물과 접촉하게 되면, ‘흡반’이라고 하는 기관을 형성하여 작물의 겉껍질을 뚫고 미국실새삼의 물관과 체관을 작물의 물관과 체관에 연결합니다. 이렇게 연결되면, 작물은 미국실새삼을 자기 몸처럼 인식해서 미국실새삼이 달라는 대로 다 주게 됩니다. 미국실새삼의 줄기가 자라는 데 물이 필요하면 물도 주고, 꽃을 피우는데, 포도당이 필요하면 포도당도 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DNA도 가고, 바이러스도 가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단백질도 작물에서 미국실새삼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빨대 꽂고 있는 거 없는 거 다 쪽쪽 빨아먹는 것이죠.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빨아먹지는 않습니다. 숙주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미국실새삼도 죽게 되기 때문이죠. 즉,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것이죠. 다만, 이미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다른 숙주로 환승할 준비까지 되었다면 죽을 때까지 빨아먹기도 합니다.

흡반이 형성되면 숙주의 줄기에 딱 붙게 되고 꽃을 피운다. ©국립농업과학원

가뭄과 싸우고 주변 식물과 양분을 경합하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반 작물이나 잡초 입장에서 미국실새삼을 보면 세상 편하게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실새삼 입장에서도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미국실새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광합성과 관련한 유전자들 중 일부가 남아있는 것으로 봤을 때, 광합성을 못 한다기보다 제한적인 광합성을 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여하튼, 스스로 에너지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발아하고 약 7일 내로 숙주를 만나지 못하면 그냥 그대로 말라 죽어버립니다. 이 시기에는 제초제로도 아주 잘 죽습니다. 그냥 스치기만 해도 죽습니다. 이 시기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방제에 도움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도라지 밭에서 발생한 미국실새삼의 모습 ©국립농업과학원

이 미국실새삼은 최근에 도라지밭을 중심으로, 그리고 토종인 실새삼은 콩밭을 중심으로 발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실새삼이 발생한 작물은 큰 피해를 보지만, 마땅한 방제약제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손으로 뜯어내면 작물의 줄기가 꺾이거나 부러져서 피해가 있는 데다가 붙어있던 자리에서 재생할 수도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 복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제법이 없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농작물에 기생하는 잡초는 전 세계적으로 골칫거리인데, 비선택성제초제로 작물과 기생잡초를 동시에 모두 제거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제법이 없어서 잡초 연구자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특별한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도에서 콩에 기생한 실새삼의 모습(좌), 대전의 도심 화분에 자라는 미국실새삼의 모습(우) ©국립농업과학원

그 어려운 것을 저희 연구진이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든 이 잡초를 한 번 잡아보려 합니다. 기온과 강우량을 활용해서 언제 미국실새삼이 나타날 시기를 예측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구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제초제를 구해서 뿌려보겠습니다. 땅에도 뿌려보고, 직접 발라보기도 하고, 작물 대신에 죽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방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글=김진원 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 해충잡초방제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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