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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 종결됐지만…” 벤츠가 ‘입막음했다’ 의심받는 이유

뉴오토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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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방의 마침표: 1억 5천만 달러 규모 최종 합의
책임 회피 논란: “법적 잘못은 없다” 혐의 부인
사태 일단락에도 남아 있는 글로벌 리스크

메르세데스-벤츠가 10년 넘게 이어온 ‘디젤게이트’의 미국 내 법적 분쟁을 최종 매듭지었다. 2025년 12월 22일(현지 시각), 벤츠는 뉴욕주를 포함한 미국 48개 주 정부 연합과 푸에르토리코, 워싱턴 D.C.가 제기한 환경 및 소비자 보호법 위반 소송에 대해 총 1억 4,960만 달러(한화 약 2,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벤츠는 지난 2016년 미국 소비자들의 첫 집단 소송으로 시작된 디젤 배출가스 조작 관련 미국 내 법적 불확실성을 사실상 모두 해소하게 되었다.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이번 합의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디젤”이라 광고했던 벤츠의 ‘블루텍(BlueTEC)’ 엔진이 실제로는 교묘한 조작 장치를 통해 환경 규제를 우회했다는 의혹에 대한 최종적인 금전적 보상안이다. 벤츠는 이미 2020년 미국 연방 정부 및 캘리포니아주와 22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합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 주 정부 연합과의 합의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민사적 갈등을 완전히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합의의 성격을 두고 “돈으로 면죄부를 샀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블루텍의 배신, 조작의 기술과 경위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건의 발단은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업계 전반으로 확대된 전수 조사 과정에서 벤츠 역시 주행 조건에 따라 저감 장치 성능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벤츠는 주로 ‘온도 창(Temperature window)’ 전략을 사용했다. 특정 외부 온도나 주행 환경에서 엔진 보호를 명목으로 질소산화물(NOx) 저감 장치의 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낮추도록 설계한 것이다. 조사 결과,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법적 기준치의 최대 30~40배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이 테스트 모드 자체를 인지해 노골적으로 속임수를 썼다면, 벤츠는 기술적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규제의 빈틈을 공략했다는 차이가 있다. 벤츠는 수년간 이것이 엔진 보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항변해 왔으나, 규제 당국과 소비자들은 이를 명백한 ‘임의 조작 장치(defeat device)’로 규정했다. 특히 2025년 1월 한국 대법원에서도 벤츠코리아에 부과된 642억 원의 과징금이 적법하다는 최종 판결이 내려지며, 벤츠의 기술적 변명은 사법적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전략적 합의, “돈은 주되 책임은 인정 안 한다”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이번 12월 22일 합의의 핵심은 벤츠의 철저한 실리 중심적 대응에 있다. 벤츠는 약 2,000억 원의 거액을 지급하면서도 “우리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기업 이미지가 조작범으로 낙인찍히는 형사적 리스크를 피하고, 민사상 합의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려는 전략적 타협이다.

벤츠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거액을 지급한 배경에는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10년째 이어온 소송을 더 끌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과 인력 낭비를 차단하고, 주가에 치명적인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다. 또한, 정식 재판으로 갈 경우 당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종의 위험 관리 차원의 결단으로 분석된다.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이 사건 초기 유죄를 인정하고 대규모 리콜과 보상을 신속히 진행한 것과 달리, 벤츠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술적 해석의 차이’라는 논리를 방패 삼아 형사 처벌의 칼날을 피해 갔다. 결과적으로 돈은 나갔지만, 법적으로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환경 단체들이 이번 합의를 두고 “대기업이 자금력을 동원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덮어버린 나쁜 선례”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 보상과 디젤 시대의 뒤안길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합의 내용에 따라 영향받은 약 4만 명의 미국 내 차주들은 실질적인 현금 보상을 받게 된다. 승인된 배출가스 수리(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때 1인당 2,000달러(약 270만 원)가 지급된다. 또한 벤츠는 결함 차량에 대한 보증 연장을 제공해야 하며, 향후 기만적인 마케팅을 금지하는 규제 당국의 엄격한 감시 체계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이 부당한 이득을 취했을 때 소비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번 사태의 종결은 한때 내연기관의 꽃으로 불렸던 디젤 엔진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음을 상징한다. “가장 깨끗한 디젤”이라는 수식어가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전락하면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벤츠를 포함한 글로벌 제조사들이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으로 급격히 선회해야만 하는 강력한 명분이 되었으며,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정직함’이 생존의 필수 요건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의 10년 디젤게이트는 미국 내에서의 금전적 합의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벤츠는 약 2,000억 원이라는 비용으로 브랜드의 법적 사활을 건 도박을 끝내고 미래 전동화 전략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잘못 인정 없는 합의’라는 방식은 글로벌 리딩 브랜드로서의 도덕성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겼다.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던 벤츠에게 이번 사건은 정직하지 못한 기술은 결국 천문학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법적 분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벤츠 앞에는 여전히 큰 숙제가 남아 있다. 영국과 유럽 연합(EU) 등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집단 소송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합의 모델이 유럽 사법 당국과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벤츠가 진정한 신뢰 회복을 위해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어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일지가 향후 브랜드 가치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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