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너무 커져 버린 자율주행 경쟁
전통 브랜드 발목 잡는 구조적 문제들
따라잡을 수 없다면 사서 쓰는 것도 방법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 FSD를 빌려 쓰게 될 것이다.” 미국 포브스가 이런 도발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자율주행은 이제 단순히 옵션 하나 잘 만드는 경쟁이 아니다. 데이터와 컴퓨팅, 규제, 조직 문화까지 전부 엮인 총력전에 가깝다. 포브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스스로 따라잡기보다, 어느 순간 테슬라의 두뇌를 임대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결론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차를 만들어온 회사들이 10여 년 남짓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를 사다 쓴다는 것은 마치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포브스가 내세운 논리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격차가 이 정도까지 벌어지면 만들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할까로 질문이 바뀐다는 것이다. 전통 제조사들이 쉽게 인정하진 않겠지만, 이 방향이 현실적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게 포브스의 분석이다.
추월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 3가지
첫 번째 이유는 자본과 데이터의 격차다. 포브스는 테슬라의 강점을 단순한 ‘기술 한 방’이 아니라 누적 주행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복리로 본다. 수십억 마일 규모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계속 학습시키고, 업데이트를 돌리고, 다시 데이터를 모으는 선순환이 이미 굴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가 이 규모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차량 대수 자체도 그렇고,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테슬라처럼 단순하지 않다. 자율주행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그 돈과 시간이 매일매일 누적되는 구조를 가진 쪽이 유리하다는 게 포브스의 핵심 전제다.

두 번째는 조직의 속도 차이다. 포브스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여전히 ‘연식 변경, 모델 체인지’ 같은 예측 가능한 주기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지적한다. 승인 단계가 많고, 책임 소재가 복잡하고, 무엇보다 ‘완성된 제품’을 내놓는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매주 달라지고, 매번 예외 상황이 튀어나오며, 바닥부터 다시 학습하고 고쳐야 한다. 즉, 공장식 프로세스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반대로 테슬라는 차량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배포 경로를 한 줄로 붙여 빠르게 굴린다. 포브스는 이 차이를 기술 격차가 아니라 개발 방식의 격차로 보고, 결국 느린 구조는 끝까지 발목을 잡을 거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규제와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율주행은 사고 한 번이 회사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보수적인 기업일수록 ‘우리가 직접 만들고, 우리가 직접 책임진다’는 부담이 크다. 포브스는 이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라이선스 구매 방식이 ‘리스크 분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는 대신, 이미 많은 데이터를 통해 검증된 혹은 검증 중인 시스템을 빌려오면 규제 대응과 법적 부담을 ‘관리 가능한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FSD를 다른 회사에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져왔고, 업계가 완강히 버티더라도 격차가 더 커지면 결국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포브스의 시나리오다.
새로운 답 찾아내거나 대세 따르거나
포브스의 이러한 전망이 당장 현실이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은 브랜드 정체성과도 직결되고, 무엇보다 핵심 두뇌를 외부에 맡긴다는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FSD의 성능, 안전 통계 해석, 규제 승인 속도 등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럼에도 포브스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겉으로는 경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따라갈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과거 여러 산업이 겪어온 길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운영체제나 스마트폰 생태계, 반도체 설계처럼 어느 분야든 표준이 생기는 순간, 승부는 기능 싸움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넘어간다. 게임의 규칙이 확립되면 더 이상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혁신 보다는 그 표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효율성과 최적화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자율주행도 그 문턱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 정말로 전통 완성차들이 테슬라의 두뇌를 빌리게 될지, 아니면 각자 다른 방식의 해답을 찾아낼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자율주행은 옵션 경쟁이 아니라 구조 경쟁이고, 그 구조를 가진 쪽이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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