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안 나오면 인정 못 받아…” 스포츠카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레이스 TO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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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타임으로 보여주는 차량의 진짜 실력
성격 다른 세 곳, 제조사들의 증명 장소
전 세계의 주목 속 현대의 N 또한 증명
남자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차들이 있다. 가까이에서는 현대의 N 라인업이,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도요타의 GR, 멀리 보면 포르쉐의 911이 있다. 이 차들은 단순히 ‘빠른 자동차’가 아니라, 수천 번의 설계와 테스트 끝에 완성되는 하나의 ‘코너링 머신’이다.

마냥 힘만 세다고 빠르지 않고, 잘생겼다고 빠르지 않고, 사륜이라고 무조건 빠른 것도 아니다. 양질의 파워트레인과 경량 설계를 통한 출력 대 중량비, 차량 전후 무게 배분 등 모든 요소가 합쳐져야 비로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차는 스포츠카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스포츠카들은 데뷔 무대처럼 반드시 찾아가는 ‘성지’들이 있다. 가수들이 복귀하면 음악 방송에 오르듯, 스포츠카들은 탄생과 동시에 ‘이 장소’들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산소조차 적이 되는 잔혹한 레이스
2024년 7월,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로 하여금 충격을 금치 못하게 하고, 더 이상 현대차에 비난을 할 수 없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은 바로 아이오닉 5 N이 미국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서 신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파이크스 피크는 미국 콜로라도 로키산맥 동쪽 능선에서 열리는 힐클라임 레이스다. ‘구름 위를 오르는 레이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이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차고부터 해발 2,792m, 스타트 지점은 2,862m, 피니시 지점은 4,320m다. 20km 동안 무려 156개의 코너를 공략해야 하고 평균 경사도는 7%에 달한다.

출발과 도착 사이의 고도차가 무려 1,432m라 기압과 기온은 계속 변하고 산소 농도도 달라진다. 낮아지는 산소 농도는 엔진에 출력 저하를 야기하고, 높아진 기압은 차량의 다운포스를 변화시키며 차량의 컨트롤을 방해한다. 이 높이에 더해 코스 자체도 후술할 뉘르부르크링에 견줄 만큼 까다롭다. 평소와 다른 차로 극악의 코스를 공략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무대에서 차량은 자연 그 자체와 다른 드라이버, 코스 레이아웃까지 세 종류의 적과 싸우며 올라가야 한다. 그렇기에 파이크스 피크에서의 신기록은 차량의 완성도이자 설계 철학까지 증명하는 ‘전투력 인증서’다.
영국 공작이 주최하는 자동차들의 올림픽
영국의 굿우드 페스티벌은 제11대 리치몬드 공작인 찰스 고든레녹스가 주최하는 ‘세계 자동차 올림픽’이다. 롤스로이스 본사가 위치한 굿우드 하우스 대저택 부지에서 열리며, 메인 이벤트인 힐클라임 이벤트를 비롯하여, 부지 내부 공항에서 열리는 비행 경연까지 더해져 규모 자체가 남다르다.

F1 드라이버부터 랠리 챔피언, 각국의 완성차 브랜드, 튜닝카, 레이스카, 랠리카, 모터사이클, 나스카, 심지어 F1 차량까지 한곳에 모인다. 자연스럽게 신차 발표 무대로도 활용된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6 N도 이곳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핵심은 단연 힐클라임이다. 1.86km로 짧고 경사도 크지 않지만 길이 좁아 원래부터 긴장도가 높은 코스다. 이 좁은 길을 F1 차량과 희귀 레이스카들이 모두 질주한다. 희귀한 차량들은 퍼레이드 하듯 지나가지만, 스포츠카 제조사들에겐 이 무대 또한 하나의 ‘검증 장소’이다.

현재 기록은 영국의 하이퍼카 브랜드 맥머티가 갖고 있다. 맥머티의 스피어링은 39초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맥머티 스피어링은 차량 섀시부터 탄소섬유를 사용하여 만든 설계를 자랑한다. 거기에 거대한 팬으로 차체 아래 공기를 빨아내 엄청난 다운포스를 만든다. 이 비정상적인 접지력과 가벼운 무게 덕분에 코너를 말 그대로 ‘바닥에 붙어서’ 공략하며 굿우드 페스티벌의 역사에 한 줄을 남겼다.
단순 서킷이 아닌, 20km의 지옥
뉘르부르크링은 독일 뉘르부르크에 위치한 서킷이다. 프랑스의 스파-프랑코샹 서킷, 모나코 서킷, 실버스톤 서킷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서 깊은 서킷으로, 북쪽 서킷인 노르드슐라이페와 남쪽의 쥐트슐라이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뉘르부르크링이라고 함은 노르드슐라이페를 의미한다.

녹색 지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전장 20.832km의 말도 안 되는 길이, 총 코너수 73개, 거기에 300m의 고저차가 합쳐져 이런 별명을 만들어냈다. 오래된 코너인 만큼 노면 상태도 좋지 않고, 심지어 몇몇 구간은 강력한 다운포스를 지닌 현대 레이스카들도 점프하게 만든다.
유명 레이서들조차 “나는 한 번도 이 서킷을 완벽히 돌아본 적이 없다.”, “이곳에서 완벽하게 한 랩을 돈다는 것은 천운에 달린 일이다.” 등 혀를 내두르는 서킷이다.

양산 차량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ONE이 가장 빠른 기록인 6분 29초의 랩타임을 갖고있다. 해당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 최초의 하이브리드 하이퍼카인데, F1에서 실제로 우승한 엔진을 공도용으로 디튠하여 넣었다. 하이브리드 하이퍼카인 만큼 모터가 들어가 엔진과 모터를 합산하여 1,063마력의 힘을 내며 제로백 2.9초의 괴물 그 자체이다. 구매 자체 또한 이전 AMG 원 하이퍼카를 구매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만 가능했다.
증명을 위해 무대에 뛰어드는 제조사들
이 세 무대는 자동차의 ‘진짜 실력’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랩타임은 곧 차량의 성적표이고, 그 성적표는 브랜드의 기술력과 명예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크스 피크에서의 아이오닉 5 N 우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국산 차가 세계 정상의 레이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제 현대 N은 단순한 서브 브랜드를 넘어, 현대가 가진 레이스 DNA를 가장 분명하게 증명하는 존재가 되었다.
바람은 하나다. 현대 N을 시작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진짜 스포츠카’를 만들고, 더욱 치열하고 짜릿한 경쟁이 펼쳐져 팬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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