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안했는데 벌금내는 상황
자율주행차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예외 상황에선 무력한 Ai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본격화하면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운전자, 제조사, 시스템 중 누구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운전자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자율주행차는 SAE 기준에 따라 레벨 0부터 5까지 나뉜다. 레벨 2까지는 운전자가 항상 차량을 통제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하지만 레벨 3부터는 시스템이 일부 주행을 담당하며, 운전자는 특정 상황에서만 개입한다. 이때부터 책임은 운전자와 시스템 간에 혼합 구조로 바뀐다. 레벨 4~5에 이르면 차량이 완전한 자율주행을 수행하며, 운전자의 개입은 사실상 필요 없어지고 제조사와 시스템의 책임 비중이 커진다.

사고 원인이 시스템 오류?
실제 사고 사례도 존재한다. 2020년 미국에서는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야간에 흑색 가방을 든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제조사는 약 2억 원의 배상에 합의했지만, 형사처벌은 없었다. 시스템의 인식 오류가 원인이었지만 법적으로 명확한 책임 주체를 규정하기 어려웠던 사례다.
2022년에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던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정차 중인 차량을 감지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렸다. 오토파일럿이 작동 중이었고 운전자가 시스템을 신뢰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 사고는 기술적 오류와 인간의 개입 여부가 얽혀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해외에서는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2017년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며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우선 책임을 지는 원칙을 명시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완전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 제조사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은 어디까지 왔나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비한 법·제도 정비가 점차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사고 조사 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운행기록장치(EDR) 의무화와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서는 조건부 자율주행(레벨 3) 상황에서 운전자의 운전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이 포함되었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현행법은 아직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도로교통법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운전자의 과실을 기준으로 사고 책임을 판단한다. 법조계에서는 제조물책임법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율주행차에 특화된 법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과실이 불명확한 상황이 많아 ‘책임 공백’과 ‘보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운행자 개념의 재정의, 피보험자 범위 확대, 해킹 등 사이버 리스크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특히 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경우 손해배상 청구 과정에서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어, 제작사·통신사·관제서비스 제공자 간 책임 분담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족한 상황 대응력
기술적 측면에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한계는 사고 책임 논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자율주행차는 센서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지만, 복잡한 도로 상황이나 예외적 조건에서는 오작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우버 자율주행차는 보행자를 감지했음에도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해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았던 사고 사례가 있다. AI는 학습된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며, 이는 사고 발생 시 시스템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더한다.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명확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법적 혼란과 소비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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