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에 1위 자리를 내준 벤츠
E클래스·S클래스 등 전 차종 할인폭 확대
테슬라 맹추격 속 수입차 3강 구도
국내 수입차 시장의 ‘왕좌’가 뒤흔들리고 있다. 한때 할인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하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연말, 전례 없는 폭탄 세일에 나섰다.BMW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테슬라까지 바짝 뒤쫓자, 벤츠가 결국 체면을 내려놓은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11월부터 벤츠코리아는 주력 모델인 E클래스에 현금 기준 800만~1000만원, 파이낸셜 이용 시 최대 1300만원까지 할인을 적용했다. 심지어 2026년식 신차에도 할인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과거 재고 처리 중심이던 할인 정책이 이제는 ‘방어용 카드’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S클래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0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380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할인을 적용해 ‘꿈의 세단’ 이미지 대신 ‘현실적인 선택지’로 포지션을 조정했다. SUV 라인업인 GLC, GLE는 각각 최대 900만원, 1900만원까지 할인되고 있으며, 전기차 EQ브랜드도 1500만~2000만원가량 가격을 내렸다. 벤츠가 이렇게 전 차종에 걸쳐 세일을 펼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벤츠, ‘할인 없는 브랜드’에서 ‘할인으로 버티는 브랜드’로

한때 벤츠는 할인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였다. 과거 영업직 사이에선 “영업을 하지 않아도 차가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BMW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테슬라의 맹추격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2022년까지만 해도 벤츠의 할인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평균 12% 이상 할인을 적용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그 폭이 더 커졌다. E클래스, S클래스, EQS 등 핵심 모델에까지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서, 벤츠가 ‘할인 브랜드’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BMW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5시리즈는 약 700~800만원, 7시리즈는 최대 1600만원까지 할인하며 맞불을 놓았다.두 브랜드의 연말 판매 경쟁은 그야말로 ‘할인 전쟁’ 양상이다. 여기에 테슬라까지 보조금 지원 카드를 꺼내며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 중심으로 180만~200만원 상당의 보조금 지원을 실시한다. 특히 모델3 RWD의 경우 무이자 혜택인 ‘제로 프로모션’과 중복 적용이 가능해 소비자 실질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연말 보조금 소진 우려 속에 테슬라가 공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선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BMW는 6만4015대로 1위를 차지했다. 벤츠는 5만4121대, 테슬라는 4만7962대를 기록하며 세 브랜드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모델Y 흥행으로 한때 벤츠를 5000대 차이까지 추격했지만, 10월 판매량 감소로 역전은 불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츠 내부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 시장의 순위 하락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영업직들은 수당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판매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츠가 과거의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끝나지 않은 ‘연말 대전’, 승자는 누구일까

결국 이번 연말 할인전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을 건 심리전이기도 하다. 벤츠는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BMW는 꾸준한 신차 출시와 적절한 할인 전략으로 안정적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테슬라는 정부 보조금과 함께 ‘실질 구매가격 인하’라는 명분을 내세워 젊은 소비층을 흡수 중이다. 전통 강자인 벤츠·BMW의 영역을 조금씩 침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수입차 시장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이번 연말 할인 경쟁이 2026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재고 소진을 명목으로 시작된 세일이지만, 결국은 점유율 수성의 명분 아래 브랜드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벤츠의 ‘눈물의 할인카드’가 과연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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