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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마지막 참깨 농사인데 참기름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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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9회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공모전

최우수상 : 홍애련

참기름 한 방울, 엄마 사랑 한 방울

농업과 농촌은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2025년 ‘제9회 농업·농촌 스토리텔링 콘텐츠 공모전’에선 경남 산청 산불 피해를 겪은 주민을 대상으로 치유농업을 통한 회복과정을 담은 이야기와 함께 엄마가 주신 참기름 한병에 담긴 감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상을 했습니다. 특히 2025년엔 기존의 글 콘텐츠 부문이외에 웹툰 부문을 추가했습니다. 1월부터 더농부·농다락 블로그에서 공모전 수상 작품들을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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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엄마, 할매 여기 벌레, 어떡해! 한 마리 밟았어.”

달랑달랑 농로를 걷고 있던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앙칼진 목소리에 참깨 꼬투리 위에 앉아 있던 잠자리가 놀라서 날아갑니다.

“아이고 우리 딸 놀랐구나. 올해는 깨벌레가 많더라.”

밭에 일 나가신 엄마를 찾아 나섰다가 오동통한 참깨 벌레를 밟고 호들갑을 떨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유난히 크고 연둣빛 색이 고왔던 참깨벌레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40년 전에는 농약이 없었는지, 형편이 어려웠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와 엄마는 어린아이의 눈에는 한없이 징그러웠던 참깨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내셨어요. 길가로 던져놓은 깨벌레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여름내 벌레 잡고, 수확해서 말리고, 털어서 만든 참깨는 고소한 참기름으로, 깨소금으로 우리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딸이 자라고, 결혼을 하고 친정에 들를 때면 “집에 참기름 있나? ”라며 신문으로 돌돌 말아둔 고소한 참기름 병을 챙겨주셨는데 올해 마지막 참깨 수확을 했습니다.

엄마는 십 년 전 허리 수술을 한 뒤로도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고추를 심고, 땅콩을 심고, 참깨를 심었습니다. 몇 년 전 더위가 절정인 8월 초 깨 수확을 위해 동생과 시간을 맞춰 시골집으로 갔어요.

그 해는 다른 해보다 참깨를 많이 심으셔서 도와드려야 했습니다. 새벽에 밭에 나가서 낫으로 깨를 쪘습니다. 허리를 숙이고 줄기를 자르다 보면 숨이 막히고,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어요. 먹을 때는 좋았는데,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수확한 깨를 들기 쉬운 크기로 묶어서 경운기에 싣고 옮겼어요. 묶음 네 개를 다시 하나로 묶은 후 아래쪽을 벌려 세우면 넘어지지 않는데요. 이 상태로 바람과 햇볕의 힘으로 말린답니다. 비 예보가 있으면 비닐을 덮고, 해가 나면 비닐을 걷는 수고를 해야 했어요. 엄마는 그렇게 해서 딸과 아들 입에 고소한 참기름을 먹여주었습니다.

겨울에 친정에 가면 엄마는 “차 있을 때 기름집에 갔다 올까?” 하십니다. 동네에는 기름 짜는 곳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딸이 오니 잘 됐다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기름 나오기를 기다리는 엄마의 뒷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였습니다. 자식들이 커 갈수록 엄마는 줄어들었나 봅니다.

엄마는 몇 미터를 편하게 걷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동네 사람에게 밭 경작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자투리 땅 열다섯 평에 참깨를 심었습니다. 여든두 살 우리 엄마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참깨였습니다. 참기름은 꼭 좋은 걸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생각은 농사일이 점점 힘들어지는 중에도 꼭 참깨를 심었던 이유입니다.

안산에 살고 있는 남동생이 밭에 비닐을 씌우고, 엄마는 씨를 뿌렸습니다. 이번 여름 경북 지역에는 유난히 비가 적게 왔습니다. 엄마는 전동차를 타고 수시로 밭에 가서 농수로에 흐르는 물로 참깨 모종을 살려냈습니다. 노린재나 특히 연둣빛 참깨벌레가 없도록 농약도 쳐야 했어요. 눈에 띄게 약해진 기력 때문에 좁은 땅에 심은 깨를 수확하기도 힘들었어요. 다행히 동생이 내려와서 수확을 하고, 남았던 자투리 땅도 남에게 맡겼습니다. 안심이 되면서도 엄마의 나이 들어감을 인정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엄마, 참기름 잘 받았어요. 마지막 참깨 농사인데 참기름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손 서방이 깨 털 때 도와줘서 쉽게 했다. 엄마가 힘이 있으면 더 하고 싶은데 이제는 힘 들어서 못할 것 같다. 맛있게 먹어라. 떨어지면 또 전화하고. 기름 짜 놓을테니까.”

그리고 엄마는 전화를 끊으셨어요.

엄마는 주말에 집에 들른 사위 손에 참기름 두 병을 보내주셨습니다. 살며시 병 뚜껑을 열어보니 고소한 우리 엄마의 향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텃밭에서 솎아온 열무를 데쳐서 조물조물 맛있게 무쳤어요. 엄마 사랑을 방울방울 넣었습니다.

2025 농촌진흥청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자 홍애련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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