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92]
비료 한 번으로 끝! 완효성 비료가 그리는 밀 농사의 미래
밀 사진 ©그린매거진 2020년 5월호 ‘밀과 보리, 더 친숙하고 더 맛있게’
밀을 재배할 때 비료는 언제, 얼마나 뿌려야 할까요?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사실 비료 주기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특히 밀은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지나고, 봄에 다시 왕성하게 자라 초여름에 수확하는 작물입니다. 생육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에 맞춰 양분을 공급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질소를 주면 작물이 모두 이용하지 못하고 일부는 토양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공기 중으로 손실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필요한 시기에 질소가 부족하면 생육이 약해지고, 이삭수나 알곡 수가 줄어 수량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Akiyama et al., 2010; Lü et al., 2023).
일반적으로 밀 재배에서는 파종할 때 밑거름을 주고, 이후 생육이 다시 시작되는 시기에 웃거름을 줍니다. 지역이나 재배 조건에 따라 질소비료를 2∼3회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비료를 한 번만 뿌려도 밀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정답은 ‘가능하다’입니다.
단, 아무 비료나 한 번 뿌린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물이 자라는 동안 필요한 양분을 천천히 공급해 줄 수 있는 ‘완효성 비료’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완효성 비료란 무엇일까요?
완효성 비료 개념 설명도 ©생성형 AI 이미지
완효성 비료는 말 그대로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비료입니다. 일반 비료가 비교적 빠르게 녹아 작물에 양분을 공급한다면, 완효성 비료는 비료 알갱이 표면을 코팅하거나 성분이 천천히 녹도록 만들어 양분이 오랜 기간 조금씩 나오게 합니다(Akiyama et al., 2010; Trenkel, 2010).
쉽게 말하면 일반 비료가 ‘한 번에 많이 차려진 식사’라면, 완효성 비료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먹는 도시락’과 같습니다. 작물은 비료 알갱이를 직접 먹는 것이 아니라, 토양 속 물에 녹은 양분을 뿌리로 흡수합니다. 따라서 작물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양분이 공급되면, 같은 양의 비료도 더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밀 재배에 알맞은 완효성 비료를 찾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벼 재배용 완효성 비료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지만, 밀은 벼와 생육 환경이 다릅니다. 밀은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지나고, 봄에 생육이 왕성해진 뒤 초여름에 수확하므로, 밀의 생육 특성에 맞춰 양분이 녹아 나오는 비료가 필요합니다.
완효성 비료 시비에 의한 밀(새금강)의 수량 및 품질 차이(식량원, 농가, 2025) ©생성형 AI 이미지
2023년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산업체와 맥류 완효성 비료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력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밀에 최적화된 완효성 비료의 조합을 찾아내고 현장적용성 평가 과정을 통해서 밀 생육 특성에 맞춰 양분이 녹아 나오는 완효성 비료가 개발되었습니다.
이 비료로 시험한 결과, 밀에 적합한 완효성 비료를 한 번 사용했을 때 관행적인 요소비료 시비에 비해 이삭수와 천립중 등 수량을 구성하는 요소가 좋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2025년 식량원 시험에서는 완효성 비료 1회 시비가 관행 요소비료 2회 시비보다 수량을 약 8% 높였고, 농가 실증 포장에서는 약 24% 증가한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단백질 함량도 관행과 비슷하거나 일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완효성 비료의 세 가지 장점 콕 짚어드립니다!
완효성 비료 농가 현장평가(경제성) ©생성형 AI 이미지
농가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노동력 절감입니다. 밀 재배에서 비료를 나누어 주려면 다시 포장에 들어가 비료를 살포해야 합니다. 비가 오거나 땅이 질면 작업이 어렵고,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도 쉽습니다. 완효성 비료를 파종할 때 한 번 사용하면 이후 비료 주는 작업을 줄일 수 있어 농가의 부담이 낮아집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농가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완효성 비료는 일반 요소비료보다 가격이 높을 수 있지만, 수량이 늘고 작업 횟수가 줄어들면 전체 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농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을 때, 비료비와 작업비 등 일부 비용은 늘었지만, 생산량 증가에 따른 수익이 더 커져 10a당 약 8만 9천 원의 추정 수익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국립식량과학원 밀 재배 포장 전경 사진」 ©국립식량과학원
환경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반 비료는 작물이 바로 흡수하지 못한 양분이 물과 함께 흘러가거나 토양에 남아 환경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완효성 비료는 양분이 천천히 나오기 때문에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양분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Akiyama et al., 2010; Lü et al., 2023).
특히 질소비료는 농업 부문 온실가스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질소가 토양에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산화질소가 발생할 수 있는데, 아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중 하나입니다. 겨울밀 포장 연구에서도 완효성 또는 피복 완효성 비료를 사용했을 때 관행 비료보다 아산화질소 배출이 줄어들 수 있으며, 수량 감소 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Ji et al., 2012; Nishimura et al., 2022).
우리 밀 생산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식탁에서 밀은 빵, 국수, 과자, 만두, 라면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입니다. 하지만 국내 밀은 아직 수입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넓히는 일이 중요합니다. 밀 재배가 확대되려면 농가가 재배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수량과 품질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재배에 드는 노동력과 비용 부담도 줄어야 합니다. 완효성 비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입니다.
비료 한 번, 하지만 기술은 더 정교하게
‘비료 한 번만 뿌려도 밀은 잘 자란다?’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밀의 생육에 맞게 양분이 천천히 공급되도록 설계된 완효성 비료라면, 비료 주는 횟수를 줄이면서도 밀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효성 비료가 모든 조건에서 항상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지역별 토양 조건, 품종, 파종 시기, 재배 방식에 따라 가장 알맞은 비료 종류와 사용량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밀의 생육에 맞게 양분이 천천히 공급되도록 설계된 완효성 비료라면, 비료 주는 횟수를 줄이면서도 밀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습니다.
작은 비료 알갱이 하나에도 농업의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한 번 뿌리면 오래 효과를 보는 완효성 비료처럼, 우리 밀 산업도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자라나길 기대해 봅니다.
글=이채원 국립식량과학원 재배생리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참고문헌
– 농림축산식품부. 2020.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
– 농림축산식품부. 2025. 2025년도 공공비축 시행계획(안)(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25-106호).
– KOSIS 국가통계포털. 2025. 식량작물 및 밀 관련 통계자료.
– Akiyama, H., Yan, X., & Yagi, K. 2010. Evaluation of effectiveness of enhanced-efficiency fertilizers as mitigation options for N₂O and NO emissions from agricultural soils: Meta-analysis. Global Change Biology, 16, 1837-1846.
– Ji, Y., Liu, G., Ma, J., Xu, H., & Yagi, K. 2012. Effect of controlled-release fertilizer on nitrous oxide emission from a winter wheat field. Nutrient Cycling in Agroecosystems, 94, 111-122.
– Lü, H. D., Wang, X. Y., Pan, Z. L., & Zhao, S. C. 2023. Assessment of the crucial factors influencing the responses of ammonia and nitrous oxide emissions to controlled release nitrogen fertilizer: A meta-analysis. Journal of Integrative Agriculture, 22(11), 3549-3559.
– Nishimura, S., Yonemura, S., Sawamoto, T., Shirato, Y., & Yagi, K. 2022. Effects of coated slow-release fertilizers on nitrous oxide emission from winter wheat field in a cool-temperate region in Japan. Soil Science and Plant Nutrition, 68, 305-314.
– Trenkel, M. E. 2010. Slow- and Controlled-Release and Stabilized Fertilizers: An Option for Enhancing Nutrient Use Efficiency in Agriculture. International Fertilizer Industry Association (IFA), Pari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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