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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을 위협하는 해충 막는 스마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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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80]

국립농업과학원, 꿀벌응애 조기진단과 스마트 방제기술 연구

꿀벌은 작지만 우리 농업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벌꿀과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같은 양봉산물을 생산할 뿐 아니라 딸기, 수박, 사과, 키위 등 다양한 농작물의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특히 시설원예와 과수 농업에서 꿀벌의 활동은 농산물의 착과율과 상품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꿀벌이 건강해야 농업도 안정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꿀벌은 여러 위협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상기상, 밀원 부족, 농약 노출, 질병, 해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봉군의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꿀벌응애와 등검은말벌은 양봉농가가 현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대표적인 해충이다. 꿀벌응애는 벌통 안에서 조용히 봉군을 약화시키고, 등검은말벌은 벌통 밖에서 꿀벌을 직접 사냥한다. 하나는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는 외부의 적이다.

벌통 안의 작은 흡혈 해충, 꿀벌응애

꿀벌응애는 꿀벌의 몸에 붙어 체액과 지방체를 빨아먹는 작은 해충이다.

크기는 작지만 피해는 매우 크다. 꿀벌응애가 많아지면 일벌의 수명이 짧아지고, 새로 태어나는 벌의 체력이 약해지며, 날개불구바이러스 같은 병원체 전파 위험도 커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벌이 정상적으로 드나드는 것처럼 보여도 벌통 안에서는 이미 응애 피해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꿀벌응애 피해가 무서운 이유는 발견 시점이 늦어지기 쉽다는 데 있다. 농가가 벌통을 열어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응애 밀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또한 월동 전 응애 방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겨울철 봉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꿀벌응애 관리는 단순한 병해충 방제가 아니라 봉군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관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농가에서는 주로 약제를 사용해 꿀벌응애를 방제해 왔다. 그러나 같은 약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약제 저항성 문제가 커지고 있다. 약제를 처리했는데도 응애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농가의 방제 실패와 봉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꿀벌응애 관리는 “무조건 약제를 쓰는 방식”이 아니라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방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꿀벌응애 검출장치 현장평가회 © 국립농업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꿀벌응애 조기진단과 스마트 방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가 인공지능 기반 꿀벌응애 검출장치 개발이다. 이 기술은 벌집판이나 꿀벌 영상을 촬영한 뒤, 인공지능이 영상 속에서 꿀벌응애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것보다 빠르고, 반복적인 조사에도 유리하다. 특히 현장에서 응애 발생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농가가 방제 시기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꿀벌응애 검출장치 ©국립농업과학원

이 연구에서는 영상자료를 수집하고, 꿀벌과 응애를 구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켰다. 이후 실제 벌집판 이미지에서 응애를 탐지하는 성능을 검증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육안조사 방식보다 검사 시간을 줄이고, 조기진단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자동화 장비와 결합하면 농가 현장에서 빠르게 응애 밀도를 확인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꿀벌응애 약제 저항성 연구도 중요하다. 방제 효과가 낮아지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지역별 응애를 수집하고, 주요 약제에 대한 감수성 변화와 저항성 관련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어떤 약제가 여전히 효과적인지, 어떤 지역에서 저항성 관리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이 연구는 농가가 약제를 더 많이 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약제를 정확히 선택하고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기 위한 기반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벌통 밖의 사냥꾼, 등검은말벌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직접 사냥하는 대표적인 외래 침입 해충이다.

벌통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꿀과 꽃가루를 모아 돌아오는 일벌을 잡아간다. 등검은말벌이 벌통 앞에 계속 나타나면 꿀벌은 외부 활동을 줄이고, 채집 활동도 크게 위축된다. 이는 단순히 꿀벌 몇 마리가 잡아먹히는 문제가 아니다. 채집벌 감소, 먹이 부족, 봉군 스트레스, 봉군 세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등검은말벌은 양봉농가가 체감하는 피해가 매우 크다. 벌통 입구에서 말벌이 계속 배회하면 농가는 직접 포충망으로 잡거나 유인트랩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말벌 개체수가 많아지는 시기에는 농가의 노력만으로 피해를 막기 어렵다. 말벌집이 근처에 있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개체가 날아오기 때문에, 단순 포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등검은말벌의 발생 생태와 방제기술 개발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먼저 등검은말벌이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어느 시기에 피해가 가장 커지는지를 조사한다. 봄철 여왕벌 출현 시기, 여름철 일벌 증가 시기, 가을철 꿀벌 피해 집중 시기 등을 분석하면 방제 적기를 정할 수 있다. 해충 관리는 “많이 보일 때 잡는 것”보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상자료와 발생자료를 결합해 등검은말벌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기온, 강수, 계절 변화는 말벌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 등검은말벌의 정착과 확산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말벌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예찰과 방제를 강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등검은말벌 방제 드론 모습 ©국립농업과학원

등검은말벌 방제기술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봄철 여왕벌 방제를 통한 피해 경감 기술, 유인제를 활용한 포획기술, 드론을 활용한 말벌집 방제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말벌집은 높은 나무나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있는 경우가 많아 사람이 직접 제거하기 어렵고 위험하다. 이때 드론을 활용하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방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드론을 활용한 말벌집 탐지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등검은말벌에 소형센서를 부착하고, 귀소본능에 의해 말벌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를 추적하여 말벌집을 찾는 기술이다. 앞으로 말벌집을 찾아 근원을 제거하는 기술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수동적 방제에서 벗어나, 해충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스마트 양봉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해충 연구는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꿀벌응애와 등검은말벌 연구의 공통점은 현장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농가가 실제로 겪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충의 생태를 조사하고, 피해 양상을 분석하며, 적용 가능한 관리기술을 개발한다. 연구실에서 좋은 기술이라도 농가가 쓰기 어렵다면 실용성이 낮다. 그래서 꿀벌 해충 연구는 정확성뿐 아니라 간편성, 경제성, 안전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꿀벌응애 연구에서는 조기진단, 약제 저항성 관리, 방제 적기 설정이 중요하다. 등검은말벌 연구에서는 발생예찰, 포획, 말벌집 제거, 확산 위험 예측이 중요하다. 두 해충은 생태와 피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 꿀벌응애는 벌통 내부 관리 중심의 기술이 필요하고, 등검은말벌은 벌통 외부 환경과 지역 단위 예찰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 해충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벌통의 위치정보, 온습도, 영상, 해충 발생자료, 기상자료 등을 함께 분석하면 농가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응애 발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방제 필요성을 알려주고, 말벌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사전 포획과 예찰을 안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고령화된 양봉농가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꿀벌을 지키는 일은 농업을 지키는 일

꿀벌은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곤충이지만, 오늘날의 농업환경에서는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꿀벌응애와 등검은말벌은 꿀벌의 건강과 양봉산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대표 해충이다.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벌꿀 생산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화분매개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꿀벌 해충을 막기 위한 연구는 단순히 벌통 하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 꿀벌을 지키면 농가의 소득을 지킬 수 있고, 과수와 시설원예 작물의 생산 안정성을 높일 수 있으며, 농업 생태계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다. 작은 해충을 막는 연구가 결국 큰 농업을 지키는 연구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꿀벌을 괴롭히는 해충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해충의 생태를 정확히 알고, 발생을 미리 살피며, 과학기술을 활용해 대응한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꿀벌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은 연구실과 농가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꿀벌이 건강해야 농업도 건강하다. 그리고 꿀벌 해충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미래 농업을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글=김수배 국립농업과학원 양봉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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