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58]
쥐오줌풀,짚신나물… 스마트팜에서 ‘고부가가치 건강 소재’로 재탄생
빛과 환경을 읽는 약초, 쥐오줌풀과 짚신나물
전 세계적으로 웰니스와 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물 유래 건강 소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약과 민간요법에 활용되던 약용작물은 이제 건강기능식품, 천연 화장품, 식물 유래 의약 소재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 관리, 수면 개선, 면역 증진과 같은 생활밀착형 건강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능성 원료의 안정적 공급 기반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용작물 스마트팜 생산표준화 연구동의 모습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그러나 약용작물은 재배 기간이 길고, 온도·수분·광 환경에 민감해 기후 변화에 따른 수량과 품질 변동 폭이 큰 편이다. 최근 잦아진 이상기상과 농업 인력의 고령화는 이러한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약용작물 재배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노지 중심의 경험적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스마트팜 기반의 안정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온도, 습도, 광량, 광주기 등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약용작물의 생장 특성과 유효성분 변화를 분석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충북 음성에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 스마트팜 생산 표준화 연구동에서는 온도, 습도, 광량, 광주기 등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약용작물의 생장 특성과 유효성분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시설 안에서 작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생육 조건과 성분 함량의 상관관계를 수치로 규명하고 표준 재배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이 연구동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물이 바로 쥐오줌풀과 짚신나물이다.
빛의 세기가 약효를 바꾸는 쥐오줌풀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예로부터 수면 장애와 불안 완화에 활용되어 온 대표적인 약용작물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은 예로부터 수면 장애와 불안 완화에 활용되어 온 대표적인 약용작물이다. 최근 스트레스와 수면 문제를 겪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천연 수면 보조제와 진정 관련 건강소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쥐오줌풀 추출물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으며, 기능성 성분의 과학적 관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쥐오줌풀은 재배 환경에 따라 주요 휘발성 성분의 함량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그러나 쥐오줌풀은 재배 환경에 따라 주요 휘발성 성분의 함량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다. 뿌리와 지상부에 축적되는 보닐 아세테이트, 발레렌산 등 주요 성분은 광 환경과 온습도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노지 재배에서는 해마다 기상 조건이 달라 성분 함량의 편차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기능성 원료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보닐 아세테이트
: 쥐오줌풀의 향을 형성하는 휘발성 성분으로 진정 작용과 관련됨
*발레렌산
: 쥐오줌풀의 대표적 활성 성분으로 수면·불안 완화와 연관된 물질
쥐오줌풀 연구는 약용작물 재배가 생산 기술을 넘어 기능성 성분을 목표로 설계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따라서 일정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정밀 재배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팜 연구에서는 광량을 100, 400, 800 μmol·m⁻²·s⁻¹ 로 조절하며 생육과 성분 변화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400 μmol·m⁻²·s⁻¹ 조건에서 생장과 주요 휘발성 성분 함량이 균형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800 μmol·m⁻²·s⁻¹ 의 고광량에서는 엽록소 함량 감소와 생육 저해 현상이 관찰되었다. 생체중은 고광량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단위 에너지 대비 유효성분 생산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 광량 단위(μmol·m⁻²·s⁻¹)
: 식물이 광합성에 이용할 수 있는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1㎡ 면적에 1초 동안 도달하는 광자의 수를 의미함
기능성 작물의 가치는 수량과 성분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는 단순히 “많이 키우는 것”이 최선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능성 작물의 가치는 수량과 성분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연구진은 생장과 유효성분 함량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적 광량을 400 μmol·m⁻²·s⁻¹로 설정하고, 온도 23±2℃, 습도 60%, 광주기 명기 16시간·암기 8시간의 재배 조건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데이터는 스마트팜 환경제어 알고리즘으로 확장되어, 연중 안정적인 고품질 쥐오줌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쥐오줌풀 연구는 약용작물 재배가 단순한 생산 기술을 넘어 기능성 성분을 목표로 설계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건강기능식품 산업과의 연계, 고함량 원료 개발, 수출용 표준 원료 생산 기반 구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들판의 자생식물이 기능성 원료로, 짚신나물
짚신나물(Agrimonia pilosa)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년생 식물
짚신나물(Agrimonia pilosa)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년생 식물이다. 과거에는 자생 식물로 여겨졌지만, 항염·항산화·간 보호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보고되면서 기능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식품과 화장품 산업에서 천연 성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짚신나물의 산업적 활용 잠재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짚신나물은 항염·항산화·간 보호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보고되면서 기능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그러나 짚신나물 역시 환경 조건에 따라 유효성분 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광 조건과 수분 상태에 따른 생육 반응 차이는 성분 축적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은 산업적 원료로 활용하는 데 있어 품질 균질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마트팜 연구동에서는 광, 온도, 수분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하며 짚신나물의 생육 특성과 성분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짚신나물은 지상부를 수확하는 작물로 자동화 재배 시스템과의 적합성이 높고, 비교적 짧은 생장 주기를 활용해 단기간 내 생산성과 성분 축적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생육 단계별 환경 데이터를 축적하고, 성분 함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능성 원료로서의 표준 재배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광, 온도, 수분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하며 짚신나물의 생육 특성과 성분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는 단순한 재배기술 개발을 넘어, “재배-성분-품질”이 연결된 데이터 기반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 특화 작물로 육성하거나 친환경 재배기술과 연계한다면, 클린라벨 식품과 천연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특용작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전통 약초의 디지털 전환
쥐오줌풀과 짚신나물의 사례는 약용작물이 스마트 기술과 만나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마트팜은 기후와 계절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반복 가능한 재배 조건을 통해 기능성 성분의 균일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약용 원료의 국산화 기반을 마련하고,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산업과 연계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와 농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통 약초는 더 이상 과거의 작물이 아니다. 스마트팜은 정밀한 공간 안에서 빛과 온도, 습도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비로운 특용작물의 이야기는 이제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글=김용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재배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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