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개발 담당 수장에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내정
독일 출신의 하러, 애플카, 포르쉐 등 25년 경력자
‘카이엔’, ‘타이칸’ 등 스포티함 중시한 차량 개발
최근 현대차에서 업계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인사 발표가 나왔다. 현대 완성차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 본부 수장 자리에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내정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임원 교체의 수준이 아니라 향후 현대차 개발 방향성의 대대적인 전환에 가깝다. ‘주행 감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누구보다 중시해 온 인물을 현대차 기술 개발의 정점에 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현대차가 앞으로 어떤 방향의 차를 만들고 싶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가깝다.
독일 출신의 만프레드 하러는 애플카 프로젝트부터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까지 25년 넘게 자동차 산업의 최전선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특히 포르쉐에서 보낸 14년은 그의 커리어를 상징한다. SUV를 스포츠카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카이엔, 그리고 브랜드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까지 그가 개발한 차들은 잘 팔리고, 잘 달렸다. 그런 그가 이제 현대차의 모든 완성차 개발을 지휘한다.
포르쉐, 애플 이어 현대의 방향타까지 잡았다.
그는 다양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치며 정통 엔지니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온 인물이다. 현대차 합류 직전에는 애플에서 제품 디자인 엔지니어링 시니어 디렉터로 3년간 재직하며, 애플카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섀시와 소프트웨어를 아울러 차량의 근본적인 성격부터 설계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력은 더욱 눈길을 끈다.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주목되는 시기는 단연 포르쉐 재직 시절이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포르쉐의 간판 SUV인 카이엔의 개발을 총괄했고,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타이칸 개발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단순히 부품이나 플랫폼 개발에 그치지 않고, 차량의 상품성과 방향성 자체를 책임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하러가 개발을 주도한 카이엔 3세대는 포르쉐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과 같은 브랜드 고유의 기술이 그의 손을 거치며, 카이엔은 단순한 SUV를 넘어 ‘SUV형 스포츠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 폭스바겐 그룹에서는 플랫폼 개발 총괄을 맡아 대형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도 있다.

이후 지난해 5월 현대차에 합류한 그는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부사장직을 맡았다. 현대차는 당시 현대·기아 연구개발(R&D) 본부 산하에 해당 보직을 새로 만들 정도로, 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제네시스 전 차종 개발 총괄, 차량 성능 기술 개발, N을 비롯한 고성능 차량 개발을 주도해 온 그는 이제 남양연구소를 이끌며 현대차 모든 완성차 개발의 최종 책임자가 된다.
GV60 마그마로 보여준 현대의 새로운 방향성
현대차는 만프레드 하러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체제 아래에서 GV60 마그마라는 강렬한 고성능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인사 조치는 GV60 마그마가 받은 높은 평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승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인 특유의 자동차 문화 속에서 성장한 하러는 ‘이동 수단’ 이전에 ‘운전의 재미’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왔다. GV60 마그마는 그 철학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그동안 고급스럽지만 다소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제네시스의 이미지를 단숨에 ‘젊고 재미있는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바꿔놓았다.
한때 현대차의 라인업 중 아반떼는 사회 초년생의 차, 쏘나타는 아저씨 차, 그랜저는 중장년층의 차라는 고정된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N 라인업의 등장 이후 현대차에는 분명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 흐름의 정점에 GV60 마그마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그를 완성차 개발 총책임자 자리에 앉힌 이유 역시 분명하다. 단순히 잘 팔리는 차를 넘어, ‘펀 드라이빙카 제조사’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차는 이미 N 라인업을 중심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구축해 왔고, 다양한 차종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시도를 이어왔다.
잘 팔리고, 잘 달리는 현대 만든다.
이제 만프레드 하러는 현대차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서 방향타를 잡는다. 그는 SUV임에도 스포티했던 카이엔, 전기차임에도 감성이 살아있던 타이칸처럼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운전하는 재미를 살린 차량들을 개발해 냈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가 현대차에서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대 역시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앞으로 더욱 재미있는 차, 운전하고 싶은 젊은 감성의 차량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결국 그와 현대가 향후 내놓을 차량들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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