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 선호 소비자가 타 시장보다 ‘성숙’ 언급
일본 시장과 북미 시장의 선호도 차이 존재
소비자 선호도를 ‘성숙도’ 문제로 취급?
닛산이 최근 10월 말 일본 모빌리티 쇼에서 약 15년 만에 완전히 변경된 4세대 신형 미니밴(MPV) 모델 ‘엘그란드(Elgrand)’를 공개했다. 닛산의 ‘하이퍼 투어러(Hyper Tourer)’ 콘셉트에서 영감받은 신형 엘그란데는 닛산의 3세대 e-POWER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e-4ORCE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을 탑재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신형 엘그란드의 공개 과정에서 닛산의 한 고위 임원이 던진 발언이 일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닛산의 최고 제품 전문가 측은 전 세계적으로 SUV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에서는 미니밴이 견고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일본 고객들이 MPV의 장점을 인식하는 데 있어 다른 글로벌 시장보다 더 “성숙(mature)”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미니밴의 실용성 중시하는 ‘성숙한’ 시장?

닛산 임원의 발언은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일본 소비자들이 더 넓은 공간, 3열 좌석, 슬라이딩 도어와 같은 미니밴의 실용성과 편리함을 잘 알고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일본 시장은 차량 구매 시 실용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SUV 인기에 덜 현혹되고 차량 본연의 용도에 충실한 소비자들의 특성을 ‘성숙한’ 시장의 특징으로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 미니밴은 가족 친화적인 기능과 공간 효율성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2024년 일본에서 판매된 중고차 중 53%가 경차/미니밴 부문에 속할 정도로 시장이 크다. 닛산 엘그란드나 토요타 알파드 같은 일본 내수용 모델들은 일본의 좁은 도로와 주차 공간 등 환경적 요인에 최적화되어 있다. 닛산은 이러한 견고한 시장을 바탕으로 신형 엘그란드를 2026년 여름 일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과의 극명한 선호도 차이가 논란 키워

닛산 임원의 발언은 SUV와 픽업트럭이 주류를 이루는 북미 시장 상황과 비교될 때 미묘한 논란을 낳는다. 해당 발언은 일본 소비자의 실용성을 칭찬한 것이지만, 반대로 SUV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다른 시장의 소비자들을 미니밴의 장점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성숙한’ 소비자라는 뉘앙스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마케팅적 관점에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북미 시장의 선호도는 일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차량 거래의 58%를 SUV가 차지했으며, 미니밴은 소수 모델만 경쟁하는 틈새시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러한 선호도 차이의 배경에는 문화적 요인과 차량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다. 북미에서 미니밴은 ‘아빠 차’, ‘가족 차’라는 특정 이미지가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실제 오프로드 주행 여부와 관계없이 미니밴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SUV가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와 높은 지상고를 선호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소비자 선호도를 ‘성숙도’로 재단하는 것의 부적절성

닛산 임원의 발언은 각 시장의 문화 및 환경적 차이를 간과한 채 소비자 선호도를 ‘성숙도’의 문제로 치부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선택은 각 시장의 도로 환경, 주차 문화, 세금 정책, 그리고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이미지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차량을 선호하는가는 소비자의 개인적인 가치 판단이며, ‘성숙’과 ‘미성숙’으로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좁은 주차장과 도로에서는 슬라이딩 도어와 공간 효율성이 높은 미니밴이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넓은 도로와 주차장을 가진 북미에서는 높은 지상고와 사륜구동 옵션, 그리고 ‘모험’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SUV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또한, 북미 소비자들은 미니밴이 제공하는 ‘편의성’보다는 SUV가 제공하는 ‘안정성’과 ‘심리적 만족감’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시장의 선호도는 단순히 실용성만을 척도로 삼을 수 없는 복잡한 문화적 결과물이다. 닛산이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미 시장의 주류 선호도를 상반되게 바라본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각 시장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마케팅 메시지 전달 시 매우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닛산 임원의 발언은 일본 시장의 미니밴 판매를 독려하고 자국 소비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던 의도였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SUV의 인기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는 자칫 다른 시장 소비자의 선호도를 평가절하하는 민감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각 시장이 가진 고유한 환경과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며 제품을 판매해야 하며, 소비자 선호도를 ‘성숙도’라는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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