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800km 전기차 등장
EREV·PHEV 네 달째 판매 하락
충전 인프라 확장이 판도 흔든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순수 전기차(BEV)의 보조적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던 하이브리드(EREV, PHEV) 파워트레인이 최근 들어 힘을 잃는 모양새다. 전기차 충전 기술 개선과 인프라 확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과거 두 차종이 내세웠던 장점이 시장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EREV와 PHEV는 충전 부담을 덜어주는 차종으로 오랜 기간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왔다. 배터리 주행 구간 이후에도 달릴 수 있다는 점이 강조돼 전기차 전환기에서 ‘실용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전기차 환경은 이 전제를 흔들고 있다. 충전 시간이 단축되고 주행거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순수 전기차로 이동 중이다.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이 변화가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의 구매 흐름이 바뀐다면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EREV 출시를 앞둔 브랜드들까지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 EREV·PHEV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승용차협회(CPCA) 통계는 이 같은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중국에서 판매된 EREV와 PHEV는 총 46만9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 하락했다. 감소세는 무려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BEV는 81만2000대가 판매돼 20% 이상 성장했다. 소비자 선택의 무게가 확실히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판매 감소의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의 주행거리 혁신이 있다. 올해 출시된 중국산 BEV의 평균 주행거리가 500km를 넘기기 시작했으며, 600km 이상 주행 가능한 모델도 흔해졌다. 샤오미가 내놓은 첫 전기 SUV ‘YU7’은 인증 기준 835km 주행거리를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대비 개선 폭이 상상 이상”이라고 평가한다.
충전 기술 또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BYD는 5분 만에 완충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며 충전 걱정을 사실상 해소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충전 인프라 역시 가파르게 늘어 중국 전역에 설치된 충전소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300만 개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규모다. 충전 불편이 사라지면 징검다리 파워트레인의 설득력은 급격히 낮아진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2027년 북미·중국 시장을 겨냥해 EREV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고, 볼보 역시 미국 시장용 EREV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BE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가 완성될수록 EREV나 PHEV가 개입할 틈은 좁아진다.
결국, 중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흐름은 단순한 판매 기복을 넘어 구조적 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이전에 ‘대안’으로 불리던 차종들이 순식간에 과도기적 역할을 마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배경이 글로벌 제조사들에 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미래차 전략, 다시 재정비해야 할 때

중국 전기차 시장의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반에 중요한 시그널을 남긴다. 충전 인프라와 기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소비자들의 선택은 자연히 최종 목적지인 BEV로 쏠리기 마련이다. 과거의 불안 요소가 사라지면 굳이 복잡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산 전기차의 기술 경쟁력은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 주행거리·효율·충전 시간 등 모든 지표가 가파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시장 내 경쟁 우위도 빠르게 BEV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EREV와 PHEV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퇴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완성차들은 당초 계획했던 하이브리드 기반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만큼, ‘과도기용 파워트레인’에 지나치게 의존한 전략은 위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미래차 전쟁의 중심축은 이미 BEV로 굳어지고 있으며, 제조사들은 그 속도에 맞춰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