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_Pub: 맹자 유감] 김재욱 “‘꼰대’ 맹자 통해 한국의 위계와 부조리 비춰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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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맹자는 정말 성인(聖人)일까? 오랫동안 동양 고전을 연구해온 한문학자가 맹자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 책을 선보였다.
지난 7일 출간된 신간 「맹자 유감」은 그동안 신격화돼 온 맹자를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 읽는 책이다. 「맹자」 속 주요 문구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백성을 아낀다는 명분 뒤에 가려진 맹자의 비현실적 이상론과 무례하고 독선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맹자 유감」의 저자 김재욱은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한문학자다. 「삼국지 인물전」, 「사서 심경」 등 여러 책을 통해 동양 고전이 현실의 고민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풀어내 왔다. 그는 이번 신간에서 ‘맹자’라는 텍스트를 현대 사회로 다시 불러냈다.
투데이신문은 김재욱 작가를 만나 현재 한국 사회에 뿌리박힌 위계와 권위주의와 같은 오래된 관성을 고전에서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 들어봤다.

Q. 최근 고전 열풍이 다시 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고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고전은 늘 읽혀 왔고 특정 시기에 ‘열풍’이라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느냐가 달라졌다고 본다. 대중은 기본적으로 쉽고 직관적인 해석을 원하며 특히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고전이 강하게 선택받는다. 손자병법처럼 처세술·직장생활·리더십과 연결해 즉시 적용할 수 있다고 느끼는 텍스트는 인기가 높다. 반면 맹자 같은 경우 당장 현실에서 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현대인들이 위안과 해석의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고전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고전 대중서는 과거처럼 훈계하듯 말하기보다는 같은 메시지라도 수용자가 덜 반발하게 말투와 프레이밍을 부드럽게 바꿔 전달하는 것 같다. 그 덕분에 고전이 다시 읽히는 흐름이 생겼다고 본다.
Q. 30대에 썼던 책이 20년이 지나 다시 나온 이유가 같은 맥락에 있나.
30대에 출간했던 책은 계획이라기보다 우연이었다. 당시의 출판사는 우연히 소개로 만나 대화하다가 그 자리에서 책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부담이 커서 거절했는데 설득 끝에 책을 출간하게 됐다. 그런데 출간 후 ‘지금 관점에서 굳이 할 말이냐’, ‘맹자를 비판하는 건지, 주자를 비판하는 건지 모호하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독자 반응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됐다. 책에서 맹자 텍스트를 보여줘야 하는데 저자인 내 말이 지나치게 끼어들어 구성과 서술이 엉켰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더 잘 정리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재작년 무렵 출판사 쪽에서 예전 원고를 검토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메디치 출판사에서는 인문서를 본격적으로 내고 싶어 했고 그냥 뻔한 책이 아니라 고전을 날것으로 들여다보고 흔들어보는 책을 내고 싶어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거의 동시에 과거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판권을 넘겨주겠다는 제안도 겹치면서 「맹자 유감」 개정 작업이 현실화 됐다. 이번 책의 출간은 의지라기보다 여러 우연이 겹쳐 다시 쓰게 된 경우였다.
Q. 이번 개정은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기본 문제의식은 그대로지만, 내 개입을 줄이고 원문 중심으로 재정렬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번 「맹자 유감」에서는 원문을 먼저 보여주고 주자·후대 해석 같은 주석 전통이 어떻게 덧씌워지며 의미가 달라져 왔는지를 먼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맹자 원문만 놓고 봐도 어떤 지점이 문제로 읽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사고방식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말하는 순서다.
책 전체의 문체와 태도도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 예전처럼 단정적으로 몰아가기보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는 식으로 판단을 열어두며 내 해석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여지를 남기려 했다. 그렇게 독자들이 내 결론을 따라오게 만들기보다는 텍스트를 근거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데 더 힘을 줬다.
Q. 그렇다면 2026년 한국인의 관점에서 맹자의 어떤 면모가 가장 꼰대스럽다고 생각되나.
맹자의 꼰대스러움은 위계적 태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나이를 권위를 삼아 상대에게 예의와 복종을 요구하고 훈계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금은 예전보다 조심하는 분위기이지만 ‘어른에게는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빠른 나이를 따지는 관습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한때 ‘라떼는’이라는 표현이 성행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사실 위계를 중시하거나 나이 문화를 따지는 곳에서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이 ‘원래’이다. ‘원래 그랬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등 ‘원래’라는 표현은 ‘라떼는’보다 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위계적 질서를 만든다.
이런 위계질서와 꼰대 문화가 가장 심한 곳은 군대, 그다음으로는 공무원 조직과 정치권인 것 같다. 다만 위계 자체가 무조건적인 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과 판단, 검토와 결정의 과정에서 위계가 존재하는 이유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위계를 책임의 구조로 사용하지 않고 말의 일방성이나 관성적 권위로 남용하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한국 사회가 가진 위계와 꼰대 문화의 핵심은 특정 세대만이 아닌 관계 속에서 위계가 ‘상식’처럼 작동하는 방식 전체라고 본다.
Q. 책에서 ‘노동 천시’나 ‘직업 귀천’ 같은 사회의 고질적 병폐의 뿌리가 맹자라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나.
노동 천시와 직업 귀천의 뿌리가 맹자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맹자」 안에는 노동과 직업을 서열화하는 대목이 분명히 있고 「맹자 유감」에서는 그것을 근거로 문제를 짚었다. 예를 들어 몸을 쓰는 사람은 지배층을 위해 일해야 한다거나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니 인성이 훌륭하다며 직업으로 인성까지 판단한다. 이런 생각은 직업을 귀천으로 나누는 시선과 맞닿아 있으며 현재의 한국 사회에도 남아 있다. 이러한 뿌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맹자 개인보다 유학 전반에 깔린 위계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관성을 자각하고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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