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4년만에 ‘무관세’
미국산 소고기·우유·땅콩 등 45개 품목…환율상승에 소비자 체감도는 낮아
올해부터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가 사라졌다. 하지만, 고환율과 미국에서의 생산량 감소로 소비자들은 ‘무관세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미국산 소고기의 모습이다. ©더농부
지난 1월 8일 오후 주부 이모씨는 최근 미국산 수입 소고기의 관세가 올해부터 없어졌다는 소식에 대형마트를 찾았다. 매대에 있는 미국산 냉장 소 갈비살(구이용)은 100g 4890원이었다. 이 씨는 한우보다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는 생각에 2팩을 구매했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14년 차를 맞은 올해 1월 1일, FTA 발효전 37.3%에 달했던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매년 2.6%포인트씩 인하돼 14년만에 완전히 ‘0%’가 됐다. 올해부터 미국산 관세가 없어진 품목은 소고기 뿐아니라 우유,치즈,호두 등 45개 품목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고환율(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무관세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무관세’라는 보호막 없는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국내 농가는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소고기·우유·호두 등 미국산 농산물 45개 품목 관세 ‘0원’
한·미 FTA 협상 당시 민감 품목으로 분류되어 15년에 걸쳐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춰온 45개 품목이 올해부터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구체적인 대상 품목은 △축산물(소고기, 생우유, 신선란) △유제품(치즈, 식용 유청) △과일 및 견과류(감귤(만다린 포함), 호두, 땅콩) △채소 및 양념(마늘, 양파, 참깨) 등이다. 참고로 포도는 2028년, 설탕은 2027년에 무관세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현재 2.2%인 유럽산 치즈는 7월부터 관세율이 없어진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면서 고물가시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는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값싼 미국산이 수입되면서 국내 육가공 낙농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수입산 소고기 뿐 아니라 우유와 치즈에 대한 관세도 사라지면서 중소 카페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쉬운 수입 멸균우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마늘, 양파 등 필수 양념류와 견과류의 원가가 낮아짐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외식 업계와 식품 제조사의 가격 인상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산 소고기,치즈 등이 올해부터 관세장벽이 없어졌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더농부
생산비 상승+수입산 공세…국내 축산업계 ‘이중고’
관세가 사라졌지만 환율상승에 소비자들은 무관세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소 사육 두수 급감도 소고기 가격 인하에 비관적인 소식이다.
수입 업체 관계자는 “관세가 사라져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원가 자체가 상승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가 사실상 상쇄되거나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수입 소고기 가격은 고환율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8%가량 상승한 상태다.
미국 현지 언론과 미국 농무부(USD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소 사육 두수가 약 8,670만 마리로 감소하며 1951년 이후 약 7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수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목초지가 사라지면서 농가들이 암소를 대거 도축(청산)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미 농무부는 올해 미국 소고기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0.9%~2%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축 물량이 줄면서 미국 내수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낙농·축산업계는 생산비 상승과 수입산 공습이라는 이중고에 처했다. 관세라는 방패가 사라진 상황에서 ‘K-품종’만의 고품질화와 스마트 축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했다.
한 농업 경제 전문가는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는 미국산을 이기기 어렵다”며 “정부는 수입산 가격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농산물 세이프가드(ASG)를 적절히 활용하고, 국내 농가에는 사료값 안정화 등 실질적인 경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농부 인턴 조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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