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48
굳어진 근육과 삶을 깨운다…뇌졸중 환자를 위한 치유농업
농업의 가치 확장
농업은 사람의 의(依), 식(食), 주(住)에 필요한 식량과 재료를 얻기 위해 땅을 일구고 가축을 기르는 산업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기본적 생존과 생활에 필수적인 산업이다. 생존을 책임 지던 농업은 이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유농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기본 소득이 향상되고 이제는 더 이상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먹기 위함이 아닌 잘 살기 위한 더 높은 단계의 욕구를 희망한다. 필수에서 선택의 영역이 된 농업이 진화하고 있는 이유이다.
치유농업은 식물, 동물과 같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는 활동을 통해 신체적․심리적․인지적 개선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한때 유행했던, 지금도 재방송되는 TV프로그램 중에 ‘삼시세끼’가 있다. 자급자족을 위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신체활동과 동반되는 정신적 해방감이 우리가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보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땅 파기, 씨 뿌리기, 수확 등 반복적이고 리듬감 있는 활동, 몸으로 하는 활동의 치유력, 땀 흘리며 일한 후의 성취감과 정화 효과 등이 바로 농업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운동 측면의 효과이다. 물론 생명과의 교감을 통한 정서적 회복은 치유농업의 기본이고, 우리가 치유농업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이다.
마비측 근육활성을 위한 재활치유농업 프로그램
뇌졸중은 3대 응급질환의 하나로 예전에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술과 응급체계가 발전되어 사망률은 감소되었다. 다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100% 발병 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경우는 전체 발병 건수의 약 10% 정도이다. 나머지 90%는 경중이 다른 마비 증상을 겪게 되고 정밀한 병원 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고 최대 2년까지는 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 2년 이후부터는 자비로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한편 경중 또는 복합 증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가 치유농업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유병기간이 10년 이상 되었고, 일반 노인 복지 바우처 외에는 혜택이 없는 대상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 활동들과 중재 기술들로 이루어지고, 활용하는 자원과 목적하는 대상자에 따라 도출되는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편마비 후 마비 후유장애를 겪는 대상자에게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재활로서의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활동의 수준에서 각 활동이 마비측 근력 향상에 얼마나 유효한지부터 분석하였다. 재활동작(에르고미터)와 비교하여 총 24종의 단위농업활동의 근활성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마비측 상지근활성에 높은 동작 3종(흙채우기, 고랑만들기, 물주기)과 마비측 하지근활성에 높은 동작 4종(앉아서 수확, 앉아서 제초, 앉아서 관수, 서서 수확)을 선발하였다. 이 동작들을 프로그램 내 매 회기마다 반복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 매 회기마다 실내교육장에서 내용을 숙지하고 첫 번째로 가장 먼 거리의 실외 낮은 틀밭으로 이동하여 채소류 중심 재배 활동 수행 후 두번째로 중간 거리의 실외 높임 화단으로 이동하여 화훼․허브류 중심 재배 활동 수행 후 마지막으로 실내교육장으로 복귀하여 수확물을 이용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하도록 구성하였다. 공간에 따라 반복되는 활동을 통해 근활성이 높은 동작을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프로그램은 재활치료 전문가 협의, 농장 여건 등을 고려하여 총 16회기로 구성하였고, 홈테스크(간단 실내식물 기르기 활동) 부과로 보완하였다. 농장을 이동하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보행을 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기도 하지만, 낙상의 위험이 있어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와 운영 인력들의 경험과 지식이 요구된다. 또한, 뇌졸중 재활치료를 위한 한국형 표준 진료 지침에서 다루는 분야를 참조하여 치유농업을 통해 운동기능 장애, 감각기능 장애, 기분 장애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병원의 재활치료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대상자들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반면, 치유농업은 보완적인 프로그램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접근하였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신체기능적 측면과 심리개선 측면에서 모두 평가하였고, 재활치료 전문가 평가와 기기 측정 2가지 모두 활용하였으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참여자 만족도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1차 예비 적용과 2차 본 실험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완성하였다. 참여자 만족도가 모두 높아 해당 참여자들이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뒤로하고 매 차수 참여를 하였으니, 만족도는 따로 조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신체기능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근력 32.5%, 걸음 속도 8.7%, 고유수용성 감각 33.3% 개선되었다. 고유수용성 감각은 몸의 위치․운동․저항․중량을 감지해 중추로 전달하며, 근육․관절 등의 수용기가 관여하는 심부감각이다. 예를 들어 계단을 자연스럽게 걸어 올라가는 행동, 눈을 감고도 음료수를 들어 마실 수 있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감각이고, 특히 노화와도 연결되는 기능으로 알려져 있다. 치유농업은 재활치료 또는 다른 보완적 프로그램에 비해 다양한 질감과 감각자극을 가진 자연물을 소재로 한다. 또한, 실외 치유농장 공간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동작은 단순 반복 운동에 비해 실제적인 목적 지향적 움직임에 가깝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말미암아 고유수용성 감각이 개선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심리개선 측면에서 살펴보면 KHAQ 건강평가 12.4%, WHO 장애평가 15.1% 향상되었다. 건강평가는 건강상태가 향상되었는지에 대한 자기보고식 평가이고, 장애평가는 기능장애가 완화되었는지에 대한 자기보고식 평가이다. 두 개 평가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농업과학도서관 온라인 페이지에서 기술보급서 형태의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비측 근육활성을 위한 재활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올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산학협력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4개권역(제주, 충남, 전북, 경북)에서 대학(제주대, 연암대, 전주기전대, 대구가톨릭대)을 중심으로 기관(요양병원 등), 치유농장 총 19개 현장에 보급하였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진행한 터라, 운영자도 참여자도 모두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렇지만 참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맘껏 쓸 수 없던 손과 발을 사용하였다는 것과 이를 통해 스스로 결과물을 도출하였다는 사실에 큰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기관에서도 보완적 프로그램으로 긍정적인 활용 의사를 보였다.
치유농업 활동의 의미
앞서 언급하였듯이 치유농업 활동은 움직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경험할 수 있는 성취감, 심신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재활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고, 다시 사회와의 연결을 이끌어내는 점에서 새로운 재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결국 몸의 재활이 아닌 삶의 재활을 지향하는 것이다. 의식주를 충족시켰던 농업은 이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생존에서 치유로, 농업의 가치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글=문지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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