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44
눈 건강에 좋은 ‘진홍’단감…껍질째 먹어도 좋은 품종
연시로 즐기기 쉬워 매력적인 봉황(왼)과 껍질채 먹기 쉬운 진홍(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최근 세계 감 산업은 품종 다양화와 고품질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과 스페인은 고당도·대과형 품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확장하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은 ‘Rojo Brillante’를 중심으로 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DOP)인 리베라 델 슈케르(Ribera del Xúquer)를 통해 지역 감 브랜드 ‘Persimon DOP’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씨 없고 고품질의 스페인산 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하여 EU 내 프리미엄 시장을 넓히고 유럽 내 단감 소비 확대해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최근 5년간 감 가공품(곶감 등) 수출액이 크게 늘어 생과뿐 아니라, 가공품 산업을 강화해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호주는 생산량은 적지만 ‘부유’, ‘차랑’ 중심의 품종 편중과 적은 생산량을 보완하기 위해 품종 갱신, 저장성 향상 기술 등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각 나라 환경에 맞는 품종을 육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단감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종 혁신이 절실하다. 기존 주요 품종인 ‘태추’는 고품질임에도 불구하고 수꽃 착생이 많아 결실(열매 맺음) 불량이 발생하고, 과피에 윤문이 나타나는 등 재배 안정성과 외관 품질 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 소비자 만족도 향상과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존 품종의 단점을 개선한 다양한 품종들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모양, 새로운 식감 ‘봉황’
연시란 수확한 감에서 떫은맛을 없애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든 감을 말한다. 홍시가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익은 감이라면, 연시는 수확 후 에틸렌 처리 등 인위적인 후숙 과정을 거쳐 말랑하게 만든 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시는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단맛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다. 최근에는 단감 중에서도 연시로 즐길 수 있는 품종이 개발되었는데, 바로 ‘봉황’이다.
농촌진흥청에서 2019년에 육성한 ‘봉황’은 2012년 ‘RN252’와 ‘태추’를 교배하여 얻은 완전 단감으로, 수확 직후 아삭한 식감의 생과로도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 과육이 연해지면 연시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낸다. 기존 단감은 숙성 과정에서 과육이 물이 흐르는 듯해 식미가 떨어져 연시로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봉황’은 쫀득한 젤리와 같은 식미를 자랑하고 단맛이 증가하며 연화되어 두 가지 형태로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 품종이다. ‘봉황’의 평균 과중은 250~300g로 크기는 ‘부유’와 유사하나, 평균 당도는 16~17브릭스로 ‘부유’보다 2~3브릭스 높고, 과즙이 풍부해 달콤한 맛이 두드러진다. 오렌지색이 감도는 노란빛의 타원형 과형은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다. 재배 측면에서도 꼭지 들림이나 열과 등의 생리장해가 거의 없으며, 적뢰(꽃봉오리 솎기), 적과(열매솎기) 작업 시 ‘부유’ 품종 대비 노동력이 절반 이상 절감되어 농가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또한 ‘봉황’은 에틸렌 처리 시 72시간 만에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당도가 약 1브릭스 상승하는 등 연시 가공에도 매우 적합하다. 탈삽(떫은맛이 빠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고품질의 연시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봉황’은 아삭한 생과의 매력과 부드러운 연시의 단맛을 모두 지닌 품종으로, 소비자에게는 색다른 맛의 즐거움을, 생산자에게는 재배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세대의 단감이다.
‘봉황’ 수확기 과실(왼), ‘봉황’으로 만든 연시(중), 에틸렌 처리 후 ‘봉황’ 과육 경도 변화(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껍질째 즐기는 달콤한 단감 ‘진홍’
한국농촌경제연구원(KERI)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간편하게 섭취하는 과일’이 중요한 소비 키워드로 떠올랐다. 2023년 과일 소비자 조사 결과 20~30대 응답자의 60% 이상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과일 구매 시 고려 요인으로 “편리한 섭취(간편함)”이 “가격”보다 높게 나타났다. 껍질을 깎고 씨를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움보다는 바로 한입 베어 물 수 있는 간편한 과일이 선호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등장한 품종이 바로 ‘진홍’이다. ‘진홍’은 ‘태추’와 ‘대안단감’을 교배해 육성된 완전 단감으로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껍질째 먹어도 이질감이 거의 없다. 평균 과중은 330g의 대과종이며, 당도는 16.5브릭스로 높고, 과육은 붉게 착색되어 시각적으로도 달콤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진홍’은 뛰어난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은 기능성 성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눈과 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주황색과 붉은색 계열의 과일에 많이 포함된 성분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를 방지하고,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수확기 열매 모습(왼)과 진홍 열매 단면 모습(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진홍’에는 카로티노이드 중 하나인 베타크립토잔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뼈 형성을 돕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껍질에 포함된 베타크립토잔틴 함량은 ‘진홍’이 ‘부유’보다 2배 이상 높으며, 베타카로틴 역시 2.8배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진홍’은 단감이 지닌 고유한 달콤함에 간편함과 건강을 더한 품종으로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열매 횡단면 비교 모습(대조 품종: 부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글=유혜경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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