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79]
‘감각 농업’에서 ‘데이터 농업’으로…스마트폰으로 온도·습도 조절까지
감(感)으로 키우던 꽃, 이제는 데이터로 관리한다
꽃을 키운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경험 많은 농부의 감각”을 떠올린다.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오늘은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온도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모두 오랜 경험에서 나온 ‘감’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과거의 화훼 농업은 재배자의 숙련도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였다. 특히 장미, 국화, 거베라 같은 화훼 작물은 온도와 빛, 습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같은 품종이라도 누가 재배하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화훼 농업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농업인을 흔히 “꽃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전 농가에서는 농업인이 직접 온실 안을 돌아다니며 작물 상태를 살폈다. 잎 색이 조금 달라지면 물과 비료를 섞은 양액 농도를 조절하고, 꽃대가 약해 보이면 환기나 온도를 바꾸는 식이었다. 흐린 날이 며칠 이어지면 “오늘은 물을 조금 덜 줘야겠다”라고 판단하는 것도 모두 농업인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했다. 다시 말해 꽃 농사는 단순한 재배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감각과 경험의 영역에 가까웠다.
(왼) 광센서 / (오) 온습도, 광 로거 및 센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하지만 최근 화훼 농업의 모습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온실 안에는 각종 센서와 환경제어 장비가 설치되고, 농부들은 스마트폰으로 온실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온도와 습도는 물론, 햇빛의 양과 이산화탄소 농도, 양액 공급 상태까지 데이터로 기록된다. 심지어 꽃의 생육 상태를 분석해 생산량과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시대도 열리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감으로 키우는 농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디지털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카메라가 꽃의 생육 상태를 분석하고,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의 스트레스 상태를 미리 진단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농업인의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결국 꽃 농장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는 셈이다.
꽃 농장에도 등장한 스마트팜
장미 LED 보광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농업 시스템이다.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양액 공급량 등을 센서로 측정하고, 작물 상태에 맞게 자동으로 제어한다. 특히 화훼 작물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조금만 온도가 높아져도 꽃 크기가 작아지거나 색이 흐려지고, 반대로 온도가 너무 낮으면 생육 속도가 떨어진다. 빛의 양이 부족하면 꽃대가 약해지고 품질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 화훼 농가에서는 단순히 꽃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을 관리하는 방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장미 재배 1.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예를 들어, 절화 장미를 재배하는 스마트 온실에서는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여름철에는 차광막과 환기팬, 미세한 물안개를 분사하는 포그 냉방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해 시설 내부 온도를 낮춰주고, 겨울철에는 난방과 보광등을 활용해 안정적인 생육 환경을 유지한다. 특히 최근에는 이상고온과 에너지 비용 증가, 농촌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해 “적은 비용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왼) 장미 환경센서 / (오) 히트펌프 환경제어 시스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에 따라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정밀하게 관리해 난방비와 전기료를 줄이는 스마트 재배 기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화훼 강국인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스마트온실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온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 빛, 양액 상태를 센서로 실시간 분석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난방과 환기, 양액 공급을 자동 제어한다. 최근에는 생육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관리하는 기술도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꽃을 키운다고?
요즘 스마트온실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온실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농업인은 외부에서도 온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 양액 공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온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자동으로 환기창이 열리거나 냉방 장치가 작동한다.
이제는 농업인이 새벽에 온실로 급히 달려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알림만으로도 온실 상태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농업인이 직접 온실을 돌아다니며 온도계를 확인해야 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되고 관리된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되고 있다. 온실 내 환경 데이터와 꽃의 생육 이미지를 함께 분석해 “언제 꽃이 가장 잘 자라는지”,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마치 공장에서 생산 공정을 관리하듯이 이제 꽃 생산도 데이터 기반의 정밀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팜이 발전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감각 농업’에서 ‘데이터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농업인의 경험에 의존해 “오늘은 조금 더 더우니까 물을 많이 줘야겠다”라고 판단했다면, 이제는 센서 데이터와 환경 분석을 기반으로 정확한 공급량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장미 재배에서는 양액의 농도와 공급량이 매우 중요하다. 농도가 너무 높으면 뿌리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생육이 약해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계절과 온도 조건에 따라 양액 농도를 조절하면 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성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즉, 데이터를 활용하면 생산비를 절감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꽃 농업은 어떻게 변할까?
환경제어 모니터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앞으로의 화훼 스마트팜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더욱 정교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라가 꽃의 생육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AI가 생육 이상을 조기에 진단하며,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재배 조건을 스스로 제안하는 기술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꽃의 생육 상태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먼저 알려주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축적된 재배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과 계절, 품종에 맞는 최적의 재배 환경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기술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장미 재배2, 장미 재배3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결국 미래의 화훼농업은 ‘많이 생산하는 농업’이 아니라, 적은 에너지와 노동력으로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스마트팜 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화훼 산업은 품질이 매우 중요한 분야인 만큼,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스마트 재배 기술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꽃은 오랫동안 사람의 감성과 손길로 키우는 작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며 새로운 농업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쩌면 미래의 꽃 농장은 흙 묻은 장화만이 아니라, 센서와 인공지능, 스마트폰이 함께하는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글=오상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기초기반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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