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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씨감자가 아닌 씨앗으로 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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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77]

씨감자를 이용했던 이유는 감자의 모양, 색, 맛, 수량이

비슷하게 나오는 ‘균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씨감자와 감자 씨앗의 차이 ©국립식량과학원

감자를 심는다고 하면 대부분 덩이줄기(즉, 우리가 먹는 부위)를 잘라 땅에 묻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씨앗으로 사용되는 감자를 ‘씨감자’라고 부릅니다. 농가에서 쓰는 ‘씨감자’는 이름에 ‘씨’가 들어가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씨앗이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감자와 같은 덩이줄기를 심어 새 감자를 키우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감자에는 진짜 씨앗이 없을까요? 사실 감자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감자꽃이 수정되면 꽃이 진 뒤에 초록색의 둥근 열매가 달리는데, 생김새가 작은 방울토마토와 비슷합니다.

(왼) 감자꽃 / (오) 감자 열매 ©국립식량과학원

다만 감자 열매는 토마토처럼 먹는 열매가 아닙니다. 생김새만 비슷할 뿐, 감자 열매는 먹을 수 없습니다. 이 열매 안에 아주 작은 씨앗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감자의 ‘진짜 씨앗’입니다. 전문적으로는 진정종자(TPS, True Potato Seed)라고 부르지만, 여기서는 쉽게 ‘감자 씨앗’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씨감자를 써 왔을까?

감자 씨앗 ©국립식량과학원

감자를 씨앗으로도 키울 수 있다면, 왜 지금까지는 대부분 씨감자를 이용해 왔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균일성입니다. 씨감자를 심으면 심은 감자와 동일한 감자가 나옵니다. 감자의 모양, 색, 맛, 수량이 비슷하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재배 결과를 예측하기 쉽습니다.

반면 감자 씨앗을 심어서 나오는 감자는 특성이 서로 다릅니다. 크기, 모양, 껍질색, 속색, 수량이 각각의 씨앗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도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씨앗으로 자란 감자도 서로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이런 불균일함은 균일한 품질을 원하는 상업에서는 큰 단점이 됩니다(Lindhout et al., 2011).

또, 씨감자는 재배 방법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씨감자는 자체 양분이 있어 싹이 비교적 힘 있게 올라오지만, 감자 씨앗은 매우 작아 초기 식물체가 약하고 발아와 육묘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감자 재배는 오랫동안 씨감자를 이용해 왔습니다.

해외에서 왜 감자 씨앗에 관심을 가질까?

우리나라에서는 감자 씨앗을 이용한 재배가 거의 없지만, 케냐, 잠비아 같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감자 씨앗을 새로운 감자 재배 방식으로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씨감자의 값이 비싸기도 하고 씨감자 사용 시에 여러 단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씨감자는 무겁고 부피가 커서 운반과 저장에 많은 비용과 노동력이 듭니다.

반면, 감자 씨앗은 아주 작고 가볍기 때문에 똑같은 면적에 심더라도 준비해야 할 종자의 무게와 부피가 훨씬 적어 작업이 매우 편리합니다. (Lindhout et al., 2011).

둘째, 씨감자는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저장 중 싹이 나거나 썩을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나 병에 걸린 씨감자를 심을 경우 다음 재배에서도 병과 바이러스 감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수량이 감소합니다. 물론 현재도 병이 없는 씨감자를 생산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생산과 보급 과정에 많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Struik et al., 2025).

감자 씨앗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 말까지도 우량한 씨감자 확보나 저장이 어렵던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르완다 등 일부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실제 농가에서 감자 씨앗으로 감자를 재배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의 감자 씨앗은 다음 섹션에서 제시할 균일한 F1(일대잡종종자, F1 Hybrid Seed) 감자 씨앗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과거의 일반 감자 씨앗보다 균일성과 재배 안정성을 높인 F1 감자 씨앗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Malagamba et al., 1988).

씨앗으로 심어도 균일한 감자를 얻을 수 있을까?

일반 감자 씨앗은 부모와 조금씩 다른 자손을 만들기 때문에, 감자의 크기나 모양, 수량이 균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씨앗으로 감자를 재배할 때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같은 부모에서 나온 감자들 (씨앗 파종) ©국립식량과학원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연구된 F1 감자 씨앗은 아무 감자나 서로 교배해 만든 씨앗이 아닙니다. 먼저 원하는 특성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부모 감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쪽 부모는 병에 강한 성질이 잘 나타나고, 다른 한쪽 부모는 수량이 많은 성질이 잘 나타나도록 부모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이 두 부모를 계획적으로 교배해 만든 1세대 씨앗이 F1 씨앗입니다. 부모의 성질이 일정하면, 같은 조합에서 나온 씨앗들도 서로 비슷한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F1 씨앗은 일반 씨앗보다 균일하게 자라고, 품질이나 수량도 일정하게 나타나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감자 씨앗은 감자의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진짜 씨앗이고, F1 감자 씨앗은 그중에서도 균일성과 재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육종 기술로 만든 씨앗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Lindhout et al., 2011).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봄·가을 재배 시기가 비교적 제한적입니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지만, 봄에는 늦서리 위험이 있고 여름에는 고온과 장마가 오며, 가을에는 기온이 빠르게 낮아집니다. 따라서 감자가 안정적으로 자라고 덩이줄기를 키울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특히 감자 씨앗은 씨감자보다 초기 생육이 느립니다. 씨감자는 이미 양분을 저장한 덩이줄기라 싹이 비교적 빠르게 올라오지만, 감자 씨앗은 작은 씨앗에서 식물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므로 육묘 기간이 필요하고 전체 생육 기간도 더 길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처럼 재배 가능 기간이 제한적인 조건에서는 감자 씨앗을 바로 밭에 뿌리는 방식이 쉽지 않으며, 씨앗을 먼저 모종으로 키운 뒤 밭에 옮겨 심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감자 씨앗의 어린 모종 ©국립식량과학원

따라서 앞으로 F1 감자 씨앗이 개발·보급되고 국내 재배 환경에 맞는 기술이 갖춰진다면, 씨앗을 시설이나 육묘장에서 먼저 모종으로 키운 뒤 밭에 옮겨 심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것으로 보입니다(Van et al., 2025).

감자 씨앗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현재 전 세계 감자 재배의 대부분은 여전히 씨감자를 이용합니다. 감자 씨앗과 F1 감자 씨앗은 가능성이 큰 기술이지만, 아직 일반적인 재배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솔린타(Solynta) 같은 기업이 F1 감자 씨앗을 개발하면서, 감자를 씨앗으로 재배하려는 시도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씨감자 보급이 어렵고 운송·저장 비용이 큰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작고 가벼운 F1 감자 씨앗을 보급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실제로 솔린타의 F1 감자 씨앗은 케냐 등에서 상업적 보급을 위한 품종 승인과 현장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AgriBusiness Global, 2024; Food Business Africa, 2024).

물론 아직 검토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지역에 잘 맞는지, 농가가 쉽게 재배할 수 있는지, 종자 가격은 적절한지, 수량과 품질이 안정적인지, 병충해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덩이줄기인 씨감자가 아닌 진짜 씨앗을 심는 기술은 미래 감자 재배와 육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기술로 기후 변화와 같은 극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며 지금이라도 연구가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감자 씨앗을 활용한 육종 가능성을 검토하고,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F1 감자 씨앗 연구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참고문헌

– AgriBusiness Global. (2024). Solynta’s Hybrid True Potato Seeds Approved for Commercial Release in Kenya.

– Van Dijk, M., Kacheyo, O. C., Lieftink, W. C., Lommen, W. J. M., & Struik, P. C. (2025). Is Field-sowing of Hybrid True Potato Seeds Feasible for Seed or Ware Potato Production? Potato Research.

– Food Business Africa. (2024). Solynta’s hybrid potato seeds approved for commercial release in Kenya.

– Lindhout, P., de Vries, M., ter Maat, M., Ying, S., Viquez-Zamora, M., & van Heusden, S. (2011). Towards F1 Hybrid Seed Potato Breeding. Potato Research.

– Struik, P. C. et al. (2025). Seed Certification, True Potato Seed and Disease-Free Planting Material.

Patrico Malagamba, Anibal Monares. (1988). True Potato Seed. CIP

글=이재연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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