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63]
잘 크는 자돈 비결은 ‘장 건강’…초유와 장관면역의 비밀
자돈과 장관면역
“떡잎부터 다르다.”
돼지를 키우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비슷한 체중, 비슷한 체격으로 태어난 자돈(새끼돼지)인데도 어떤 개체는 유난히 잘 자라고, 어떤 개체는 쉽게 아프고 더디게 큰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바로 그리고 ‘장(腸)’ 속 환경에서 갈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장을 ‘먹은 것을 소화하고 영양을 흡수하는 곳’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장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장에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 상당수가 모여 있는 ‘면역의 중심(Hub)’ 역할을 한다. 또한,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바이러스·독소는 대부분 장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장은 소화기관인 동시에 병원체와 처음 마주하는 방어선이다.
장내 미생물과 장관면역 상호작용 ©BioRender
특히 자돈(새끼돼지)의 경우 태반 구조상 어미로부터 항체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해 태어날 때 부터 면역적 방어막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즉, 자돈(새끼돼지)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거의 ‘맨 몸’에 가까운 상태로 외부 환경을 맞이하게 되며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자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면역을 발달시키기 위한 영양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첫 하루가 평생을 좌우한다 : 초유의 중요성
태어난 순간부터 자돈(새끼돼지)의 면역발달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초유급여이다.
모돈(엄마돼지)의 초유에는 면역글로불린과 각종 보호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자돈의 장 점막을 덮어주고 장 안에 병원체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도와준다. 자돈(새끼돼지)의 장 점막은 태어난 직후 일정 시간 동안 초유 속 성분을 잘 받아들이도록 열려 있지만, 생후 2~3일이 지나면 그 능력이 빠르게 떨어진다. 그래서 “자돈은 태어난 첫 하루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듣게 된다. 실제로 생후 24시간 안에 초유를 충분히 먹인 자돈과 그렇지 못한 자돈은 설사 발생, 폐사율, 성장 속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로인해 초유 급여는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자돈의 장관면역을 세워주는 첫 단계이다.
자돈(새끼돼지) 초기 면역 강화를 위한 초유 섭취 장면 ©BioRender
초기 초유 단계가 지나면 자돈(새끼돼지)의 장 안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한다. 생후 약 일주일이 지나면 유익균과 병원성 균의 균형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이 시기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가 장내 환경을 크게 좌우한다. 유익균은 사료 속 영양소를 분해하며 단쇄지방산과 같은 유익한 대사산물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물질은 장 점막 세포의 좋은 에너지원이 되고, 과도한 염증 반응을 줄이며 면역세포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며, 병원체가 장 안에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므로 자돈은 질병에 잘 버틸 수 있는 몸이 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료를 먹어도 영양소를 더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성장 속도와 사료효율이 좋아진다.
반대로, 자돈(새끼돼지)의 연령과 소화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단백질이나 에너지가 과도하게 높은 사료, 균형 잡히지 않은 영양 구성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특정 병원성 세균이 많아지게 되면 장 점막은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고, 염증을 유도하는 물질이 증가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외관상 자돈(새끼돼지)이 사료를 잘 먹는 것처럼 보여도, 자돈의 내부에서는 면역세포들이 염증과 씨름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설사가 잦아지고 체중 증가가 더디며, 작은 감염에도 쉽게 무너지는 허약한 체질이 된다. 즉, 장관면역이 흔들리면 성장 지연, 심하면 폐사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돈 사양에서는 단순히 많이 먹이는 것보다 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사료 설계가 중요하다. 자돈의 성장 단계에 맞춘 단계별 사료 사용, 과도한 단백질 공급을 피하는 설계, 섬유소와 같은 기질을 적절히 포함한 배합은 장내 유익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 생균제(프로바이오틱스)나 유익균의 먹이 역할을 하는 성분(프리바이오틱스)을 적절히 활용하면, 유익균이 장 안에서 자리를 잡고 병원성 균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되며, 결국 장 건강을 중심에 둔 자돈 영양관리는 농가 경영의 수익성 향상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 작은 장 속에 담긴 자돈(새끼돼지)과 농장의 미래
장내 미생물과 장관면역 상호작용 ©BioRender
장관면역과 사료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초유로 시작된 첫 면역, 균형 잡힌 사료가 만드는 장 환경, 그리고 좋은 균의 활동까지 모두 이어져 자돈의 면역과 성장으로 나타난다. 장이 건강한 자돈(새끼돼지)은 외부 병원균 침입에 잘 견디고, 건강한 사료를 먹은 만큼 장내 유익균 조성이 높아져 강건성이 증대되어 출하 시까지 잘 자라게 된다.
결국 자돈(새끼돼지)의 강건성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으며 태어난 첫날의 초유 관리에서 시작해, 성장 단계에 맞는 사료 설계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고려한 영양 관리가 차곡차곡 쌓여 장관면역이라는 보이지 않는 방패를 형성한다. 자그마한 자돈의 장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농장의 생산성과 미래가 함께 담겨있다. 결국 자돈의 장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농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심성훈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정밀영양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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