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기조 속에서도 과거사 문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양보에도 최저선은 있다”고 밝혔다. 경제와 민생을 우선에 두되 민감한 역사 문제를 덮고 가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복잡한 과거사 현안에 대한 접근 방식을 묻는 질문에 “외교가 민생과 경제 상황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일 협력과 경제·교류 협력에 더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사 사안을 미리 부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갈등을 키우지 않되 원칙은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조세이 탄광 유해 DNA 감정을 위한 한일 협력에 합의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제강점기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던 해저 탄광으로, 1942년 붕괴 사고로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136명과 일본인 관리자 47명이 숨진 장소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양국이 비교적 협력 여지가 큰 과거사 사안부터 다루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처럼 난도가 높은 사안은 일단 관리하면서 협력 가능한 현안을 통해 단계적인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포기하지 않는다”, “양보의 최저선”이라는 표현은 일본 역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정한 준비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독도 문제와 위안부, 강제징용 사안은 모두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를 전면에 내세워 싸우자고 하면 국내 여론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국익에 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가치 지향적인 정치인임을 언급하면서도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고 국민들의 삶이 힘들다”라며 “우선 민생과 경제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불필요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여론몰이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정치를 하다 보면 그런 유혹이 많아지지만,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13~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고향인 나라시를 방문한 데 이어 다음 한일 정상회담 장소로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일 모두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한 과제”라며 “다음 기회에는 빠른 시간 안에 안동에서 총리를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정치인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넘어 국가의 이익,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과거사 문제와 지정학적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서로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어려운 국정 환경 속에서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함께 찾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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