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복합 위기’라 진단하면서 ‘회색 코뿔소’라고 평가했다. 회색 코뿔소는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17년 만에 부활한 기획예산처의 장관 후보자로서 드러낸 첫 현실 인식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지금 우리 경제, 우리 사회는 엄중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은 무거운 책임감이란 말로 부족하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와 관련해 단기적으론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위기가 증폭되는 복합 위기), 중장기적으로는 ‘회색 코뿔소’라고 짚었다. 회색 코뿔소는 경제적으로 경고가 지속돼도 무뎌져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너무 잘 알아서’ 생기는 위험을 뜻한다. 이는 테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예측 불가능한 위기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과 대비되는 것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 사례로 언급된다.
이 후보자는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5대 이슈, 구조적 이슈, 인구위기, 기후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의 대격변, 지방소멸이 갑자기 어느날 불쑥 튀어나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드는 블랙 스완 상황이 아니라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방관했을때 치명적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 코뿔소 상황이라 본다”라고 설명했다.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획예산처의 전략적 사고와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전략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중심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럴 때야말로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기획예산처가 태어났다”며 “기획예산처는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기획의 컨트롤타워로서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 부처로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로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그때 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한 안목을 가지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는 방식이다”라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예산처가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김대철 기자 / dc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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