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통범죄 피해자 증가 추세
한국말 모른다고 과실 덮어
보험 처리 어려운 ‘현실’
국내 교통사고 건수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교통범죄 피해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외국인 교통범죄 피해자는 1579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718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8월 말 기준 이미 1169명이 집계돼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수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가 2015년 23만여건에서 2020년 20만건, 지난해 19만6000여건으로 줄어드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피해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교통사고 처리 문화가 자리한다. 국내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자동차보험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툴고 제도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들은 사고 이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험사와의 소통 과정에서 언어 장벽이 발생하거나, 상대방 운전자가 책임을 회피하며 과실을 떠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울산외국인센터 관계자는 “상대방 과실로 난 사고여도 외국인이니까 덮어씌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는 미얀마 국적의 유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택시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택시 기사는 “사고 기록이 많아지면 일이 끊길 수 있다”며 보험 처리 대신 개인적으로 배상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학생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외국인 피해자가 제도적 지원 없이 홀로 대응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 드러난다.
사고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외국인 피해 사례는 크고 작은 사고에서 반복된다. 중국인 유학생은 보행 중 차량에 치여 치료비를 부담했으나 보험사와의 소통 문제로 보상이 늦어졌고, 몽골인 유학생은 자전거를 타다 트럭에 치여 큰 부상을 입었지만 안전한 국가라는 인식에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치료비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고 이후 대응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피해자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경찰서에는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 전담 경찰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 자동차보험을 통한 처리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적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들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피해가 확대된다. 실제로 울산외국인센터는 “상대방 과실임에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통의 어려움이 부른 억울함

법률 전문가들도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다. 고민석 변호사는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보험사의 보상 절차가 지연되거나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간 소송 절차를 감당하기 힘들어 민사소송을 포기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주요국은 외국인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무보험 운전자나 뺑소니 사고 피해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MIB’라는 보증기금을 운영하며, 외국인도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 베트남 역시 자동차보험 기금을 통해 외국인 피해자에게 보상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피해자가 직접 보험사와 협상하거나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통사고 처벌 강화 촉구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처벌 강화와 함께 외국인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국의 교통사고 처벌 수준은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음주운전은 2019년 음주운전 ‘윤창호법’ 시행으로 단속 기준이 강화됐지만 처벌은 여전히 집행유예 등으로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김경환은 “교통사고는 재범률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며 “형법상 벌금과 짧은 구류형만으로는 억제 효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인 피해자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교통사고 처벌 수위를 높여 사고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피해자도 현실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처벌 강화와 예방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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