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0㎞ 중고차’ 유통에 제동 걸어
신차 할인 통로로 쓰이던 구조 자체에 균열 예고
중국차 가격 전략 전반이 변곡점을 맞는단 평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활용돼 온 방식이 있다. 출고 직후 등록만 마친 차량을 ‘중고차’로 분류해 대폭 할인된 가격에 유통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중고차지만, 실질적으로는 주행 이력이 거의 없는 신차에 가까운 차량이다.

이른바 ‘0㎞ 중고차’는 내수 재고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판매 실적을 유지하면서도 공식 가격을 직접 깎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이 방식은 중국 내수는 물론, 해외 수출 시장에서도 폭발적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구조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2026년부터 중고차 수출 요건을 대폭 강화하며, 사실상 재고 밀어내기식 할인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막으려는 ‘0㎞ 중고차’ 구조

0㎞ 중고차는 이미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중국 내수 시장에서 거래된 0㎞ 중고차는 약 100만 대로 추산된다. 전체 중고차 시장의 약 5%를 차지하는 규모다. 등록만 거친 뒤 실제 주행은 거의 없는 차량이 중고차 명목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현상은 수출 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중국의 중고차 수출 물량은 2021년 1만5,000대 수준에서 2024년 43만6,000대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2025년 수출량이 5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70~80%가 0㎞ 중고차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격 질서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공식 딜러망을 거치지 않은 차량이 중고차 형태로 해외에 풀리면서, 현지 판매 가격은 급격히 낮아진다. 단기적으로는 물량 소진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와 잔존가치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히 공식 A/S 체계나 현지화 작업이 생략된 채 유통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은 싸 보이지만, 사후 관리와 품질 신뢰도에서는 불안 요소가 쌓일 수밖에 없다.
2026년부터 달라지는 규제의 핵심

중국 당국은 이런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중고차 수출 시 수출 목적지와 차량 정보 명확화, 그리고 제조사 공식 인감 첨부가 의무화된다.
형식만 중고차로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 자체를 구조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다. 제조사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워지는 만큼, ‘편법 할인 통로’로 활용되던 0㎞ 중고차 모델은 상당 부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가격 질서 전반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12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자동차 업계 가격 행위 준수 지침(초안)’을 발표하며, 과도한 할인과 불투명한 가격 운영을 문제 삼았다. 가격 경쟁을 통한 출혈 판매를 구조적으로 손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중고차 규제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유통 구조를 재정비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중국차 가격 전략, 그리고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

이번 규제가 본격화되면 중국차 가격 전략은 분명한 변화를 맞게 된다. 재고를 빠르게 털어내기 위한 ‘밀어내기식 할인’이 어려워지면서, 제조사들은 생산량 조절과 제품 경쟁력 강화라는 보다 정공법적인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물량 감소와 함께 일부 시장에서 가격 인상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0㎞ 중고차 유입 비중이 높았던 국가에서는 체감 가격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차 상당수는 공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만약 중국 내 할인 구조가 조정된다면, 국내 판매 가격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 회복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무분별한 할인 대신 정상적인 가격 체계가 자리 잡을 경우, 중국차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싸게 많이’에서 ‘제대로 파는 구조’로

중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빠른 실적을 위한 편법 구조를 정리하고, 자동차 산업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숨겨져 있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변화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일부 제조사와 수출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통과의례에 가깝다.
‘싸게 파는 중국차’라는 공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이제 미지수다. 0㎞ 중고차라는 꼼수가 막힌 이후, 중국차가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증명해 나갈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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