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에 취한 채 포르쉐 몰고 경찰과 추격전
결국 6중 추돌 사고로 끝났으나, 처벌 가벼워
초범 아니라 ‘상습범’
지난 6월, 경기 의정부 도심 한복판에서 지나치게 위험한 ‘광란의 마약 질주’가 있었다. 해당 질주는 결국 6중 추돌 사고로 끝났다.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을 향해 포르쉐 한대가 돌진했고, 그 충돌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도로 위에는 순식간에 여섯 대의 차량이 엉켜 섰다.

가해 차량은 의정부 금오동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SUV를 들이받았고, 해당 SUV는 앞서 정차해 있던 경차를, 경차는 다시 승용차를 추돌했다. 여기에 뒤따라오던 1톤 트럭이 또 다른 SUV를 들이받으며 총 6중 연쇄 추돌 사고로 확대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피해자 일부는 현재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밝혀진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가해 운전자인 20대 A 씨는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최근, 그의 최종 처벌이 공개되자 여론은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했다. A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5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람을 죽일 뻔한 사고치고는 너무 가볍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마약 투약 ‘상습범’ 결국 연쇄 추돌
이 사고는 우연히 지나가던 싸이카(경찰 오토바이)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묻혔을 사고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경기 양주시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 이후 오후 3시 20분경, 그는 포르쉐 차량을 몰고 의정부시 호국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이 순찰 중이던 싸이카에 의해 포착됐다.

경찰이 정지 신호를 보냈지만, A 씨는 이를 무시한 채 도주했고, 그 도주 과정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SUV를 들이받았다. 이 첫 충돌이 연쇄 추돌 사고의 시작이었다. A 씨의 포르쉐는 여러 차량과 충돌한 끝에 G80 차량과 부딪힌 후에야 멈춰 섰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그를 체포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도 다시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음주 반응은 없었으나,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더 놀라운 점은 A 씨가 몰던 포르쉐가 본인 소유 차량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마약 투약과 소지 전력이 있었던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나며, 그가 단순 초범이 아닌 상습범임이 세상에 밝혀졌다.
‘사실상’ 최고형. 믿기 힘든 처벌
이번 사고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피해자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법원의 판단은 비교적 차분했다. 의정부지법은 도주치상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를 일으키고도 수습하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판결이 알려지자 여론은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사람이 안 죽은 게 다행이지, 결과만 보면 테러 수준 아니냐”, “형 다 살고 나와도 아직 30대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이번 형량이 현행법상 ‘마약 운전’ 단순 적발 기준 최고형이라는 점이었다.
현재 형법상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마저 2025년 초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강화된 내용이다. 법무법인 테헤란에 따르면 마약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의해 처벌되며,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적용도 가능하다.

실제로 마약류를 복용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문제는 법이 허용하는 상한선과 달리, 현실에서 그 최대치가 적용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 역시 그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감기약과 마약이 동급? 무언가 이상하다.
최근 마약 운전, 약물 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분명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감기약이나 처방 약 등 일반 의약품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에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해진다. 약물이 운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러한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단순 감기약이 아닌 필로폰을 투약한 채 도심에서 난폭 운전을 하고, 6중 추돌 사고로 다수의 피해자를 만든 운전자가 징역 5년을 받았다. 그렇다면 감기약 복용 운전자에게도 동일한 ‘최대 5년’이 적용되는 구조는 과연 균형 잡힌 법 집행이라 할 수 있을까.
어떠한 약물이든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렇다면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가장 위험하고 고의성이 짙은 마약 운전에 대한 처벌이다. 감기약을 문제 삼기 전에, 마약 운전이 다시는 도로 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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