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만 쉬고 14년 모아야 서울집
상위 10프로 집값 1억 껑충
2030 떠나고 5060만 남았다

“집값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의 자산은 불어났지만, 저렴한 집을 가진 사람들의 자산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양극화의 늪에 빠졌다.
비싼 집만 더 오른다, ’45배’ 벌어진 빈부 격차
부동산 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국가데이터처가 14일 발표한 ‘2024년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집값 상위 10%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주택 평균 가격은 13억 4천만 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사이에 9천만 원 가까이 뛴 금액이다. 웬만한 직장인의 2년 치 연봉이 집값 상승분으로 그냥 생긴 셈이다.
반면 하위 10%의 현실은 처참하다. 이들의 평균 주택 자산은 3천만 원에 그쳤다. 심지어 1년 전보다 100만 원이 떨어졌다. 이로써 상위 10%와 하위 10%의 집값 차이는 무려 44.7배까지 벌어졌다.
가진 자들은 집의 개수와 크기에서도 앞서갔다. 상위 10%는 평균 2채 이상의 집(2.3호)을 소유하며 자산을 불리고 있었다. 반면 하위 10%는 1채도 온전히 갖지 못한 경우(0.97호)가 많았다.
“월급 다 저축해도 14년”… 서울 살이의 높은 벽

이렇다 보니 평범한 월급쟁이가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졌다. 지난해 서울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13.9배였다.
PIR이란 쉽게 말해 내가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집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즉, 서울에서 평균적인 수준의 집을 사려면 14년 가까이 ‘숨만 쉬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생활비나 세금을 생각하면 사실상 20년, 30년이 걸려도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 높은 집값에 지친 젊은 층은 시장을 떠나고, 자금력이 있는 5060 세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4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 소유자는 3년 연속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50대는 404만 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25.3%)을 차지했다. 60대와 70대 소유자 비중도 뒤를 이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감당하기 힘든 집값이 젊은 층의 매수 의지를 꺾어버렸다고 분석했다.
자산이 이미 형성된 중장년층만 시장에 남아 집을 늘리고, 청년층은 전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세대 간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10명 중 9명(86.8%)은 여전히 ‘내 집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는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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