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90]
– 토양처리제초제 활용 편 –
밭 잡초 방제의 시작, 토양처리제초제의 모든 것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작업 중 하나가 바로 ‘풀매기(잡초 제거)’입니다.
잡초는 빈 땅이 보이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게 빨리 번식하여 우리 밭에도 침범합니다. 그리고 이내 우리가 심은 작물이 먹어야 할 물과 영양분을 빼앗고 햇빛을 가려 생장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잡초와의 전쟁에서 제초제의 활용은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초제는 크게 경엽처리제초제와 토양처리제초제로 분류합니다.
제초제는 크게 토양처리제초제와 경업처리제초제로 구분한다. ©국립농업과학원
먼저 두 가지 제초제 중 ‘토양처리제초제’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토양처리제초제는 “발아 전 처리제”라고도 불리며 잡초가 이미 자란 뒤에 뿌리는 경엽처리(발아 후) 제초제와 달리, 잡초의 싹이 트기 전에 사전에 방지하는 제초제로 적절히 사용하면 농사일이 훨씬 수월해지고 길게는 작물의 수확량 증가에도 도움을 줍니다.
토양처리제초제의 작용 원리
잡초 씨앗에 흡수되어 씨앗 안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토양처리제초제를 뿌리면 흙 속에 있는 잡초 씨앗이 그대로 녹아 죽거나 썩는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원리는 우리의 생각과 약간 다릅니다.
제초제를 토양 표면에 뿌리면, 약제가 흙 표면 아래 약 2.5cm 깊이까지 스며들어 하나의 단단한 ‘화학적 장벽’을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이 화학적 장벽은 처리층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종종 농약을 “처리”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일반적인 과정에서 토양처리제초제를 처리한 후 생긴 화학적 막을 “처리층”이라고 합니다.
토양처리제초제는 처리층에 씨앗의 싹이 접촉하여 작용한다. ©국립농업과학원
제초제를 뿌린 후 처리층이 형성되고 흙 속에 있던 잡초 씨앗은 정상적으로 눈을 틔우고 싹(또는 뿌리)을 틔웁니다. 하지만 이 어린싹이나 뿌리의 눈이 자라나면서 토양에 형성된 제초제 처리층과 접촉하는 순간, 세포 분열이 멈추게 됩니다.
결국 잡초는 땅 위로 고개를 내밀지도 못한 채 흙 속에서 성장이 멈추어 죽게 됩니다. 즉, 우리 눈에는 잡초 씨앗에 흡수하여 제초제가 씨앗 안에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라나는 새싹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제거하는 것이죠.
효과를 200% 높이는 핵심 사용 조건
앞서 설명한 작용 원리로 토양처리제초제는 아무 때나 대충 뿌리면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약제가 토양에 안착하여 완벽한 처리층을 형성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토양처리제초제는 반드시 잡초 씨앗이 트기 전에 토양에 약제가 뿌려져 있어야 합니다.
국내에서 사용을 권장하는 시기는 잡초가 발아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데, 해외의 연구사례를 종합하면 봄, 초여름에 발생하는 잡초(바랭이, 돌피 등)를 대상으로 땅속 5cm 깊이의 온도가 섭씨 12~15°C 안팎으로 올라갈 때가 최적의 살포기입니다.
제초제를 처리하기 위해 온도계까지 구비할 순 없으니 국내의 계절로 얘기하면 4월 초에서 5월 중순 사이가 해당하며, 일반적인 하절기 밭작물을 재배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토양처리제초제의 성분들은 대부분 햇빛(자외선)에 약해 쉽게 분해되거나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약을 뿌린 후 48~72시간 이내에 10~15mm(약 1~1.2cm) 정도의 비가 오거나 관수(물주기)를 해주어야 농약 성분이 흙 속 2~5cm 깊이로 스며들어 안정적인 처리층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데이터는 연구결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서는 구현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민이 실제로 사용할 경우에는 토양처리제초제를 처리하고 48~72시간 이내에 처리층이 깨지지 않도록 밭 두둑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형태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흔히 하는 실수와 올바른 작업 순서
밭작물 재배 시 토양처리제초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토양처리제초제를 뿌리기 전에 밭에 남아있는 낙엽, 작물 찌꺼기, 묵은 돌 등을 깨끗이 치우고 잔디나 잡초가 있다면 미리 깎아줍니다. 약제가 토양 표면과 직접 접촉해야 완벽한 방어막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국내 농업환경은 작물 재배에 앞서 토양 경운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농작업과 제초제 사용, 그리고 작물 식재가 순서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작업 일정을 고려하는 방법이 추천됩니다. 약제를 뿌릴 때는 빈틈없이 고르게 뿌려야 합니다. ‘여기는 풀이 안 나겠지’ 하고 대충 부분적으로만 뿌리면, 약이 묻지 않은 미세한 틈 사이로 잡초가 무섭게 뚫고 올라옵니다.
또한, 제초제 처리가 끝난 후에는 밭을 다시 갈아엎거나, 긁어내거나, 구멍을 뚫는 통기 작업 등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기껏 만들어 놓은 처리층을 파괴하는 행위로, 벌어진 틈새로 잡초 씨앗이 싹을 틔우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여타 농약과 마찬가지로 폭우 직전에는 살포를 피해야 합니다. 약제를 뿌린 뒤 적당한 비(1cm 내외)는 처리층을 활성화하는 최고의 보약이지만, 장대비나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에는 살포를 피해야 합니다. 국내의 토양처리제초제 제품은 액상형태와 입제가 있는데, 경사가 진 밭에 입제를 사용했을 경우, 폭우에 의해 제초제 성분이 한쪽으로 쓸려 내려가 방제 효과가 사라지고 쓸려 내려간 자리에 작물약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제초제를 사용하면서 이건 정말 궁금했다
토양처리제초제는 잡초 씨앗뿐만 아니라 우리가 심으려는 작물의 씨앗 발아도 똑같이 방해할 수 있습니다. 토양처리제초제는 학술적인 기준으로 “선택성제초제”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작용 과정에서 설명한 것처럼 식물 씨앗의 생리적 특성에 따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 발아하는 물리적 특성에 의한 제초제 접촉 여부가 약효 발현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잡초와 작물 씨앗의 물리적+생리적 특성에 따른 약효 발현 선택성 ©국립농업과학원
다만, 콩이나 옥수수처럼 대형 씨앗을 가진 식물은 파종 자체를 깊게 하고, 발아하는 싹의 크기 또한 거대해서 한쪽에 제초제가 접촉해도 다른 부분에서 세포 분열을 하기에 제초제처리층을 뚫고 발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 씨앗을 가진 작물들은 P400계 효소의 양이 다른 식물종에 비해 많이 존재해서 제초제 성분을 분해하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토양처리제초제에 대한 선택성은 식물 씨앗의 물리적 생리적 특성의 복합적인 관계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국내의 농약은 작물에 대한 약해가 있는지를 등록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고, 등록 사항에 기재하고 있기에 토양처리제초제를 사용하는 농민은 농약 성분과 적용 작물이 적힌 제품 라벨을 반드시 확인하고 농약을 처리해야 합니다.
국내 토양처리제초제 사용 현황
그동안 국내에서는 하계, 동계 밭작물을 경작할 때 작물에 대한 약해가 없는 토양처리제초제를 직접 살포하는 형태로 많이 사용해 왔습니다. 더불어 밭 두둑과 두둑 사이의 밭고랑에도 경엽처리제초제를 사용하기 전에 발생하는 잡초에 대해서도 토양처리제초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25년부터 밭고랑에서도 토양처리제초제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밭고랑 토양처리제초제 등록을 위해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현재 농약시험기관에서 등록을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2027년부터는 등록된 농약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요즘 기후변화 및 농작물 시장의 변화로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나 경지환경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서는 농약의 적절한 사용방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토양처리제초제도 사용방법에 따라 효과 발현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 농약으로, 원리를 알고 제대로 사용한다면 높은 약효로 농작물 수확량 증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밭에서 내 생각처럼 잡초관리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밭농업이 또 어디 있을까요.
글=김재덕 국립농업과학원 독성위해평가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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