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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현장] ‘데미안 허스트’ 韓 관객 직접 만나…“혐오감보다 질문 안고 돌아가길”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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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 데미안 허스트가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0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 데미안 허스트가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작품을 보고 떠날 때 혐오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문과 생각을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현대미술계의 대표적인 ‘문제적 작가’로 꼽히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한국 관객들과 만나 예술과 죽음, 유머, 회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예술은 관객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이어야 한다”며 “좋아하든 싫어하든 작품을 통해 질문이나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데미안 허스트 작가와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이 참석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는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한 개인전 「진실은 없고,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개막 이후 연일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고 있으며, 주말과 휴일에는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로 관심이 높다. 작가와의 대화 역시 예약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1초 만에 마감됐으며 현장에는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듣기 위해 입구까지 의자를 펼칠 정도였다.

지난 10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 (왼쪽부터)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데미안 허스트,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이 참석했다. ©투데이신문
지난 10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 (왼쪽부터)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데미안 허스트,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이 참석했다. ©투데이신문

허스트 작품 세계 관통하는 주제…“죽음 아닌 삶에 관한 것”

이날 행사는 이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과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에 허스트는 “특정 작품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다”면서도 “회화와 오브제는 작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중요한 축”이라고 답했다.

이날 대담의 중심에는 허스트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죽음’이 있었다. 허스트는 “죽음은 상실과 슬픔 등 여러 감정과 연결돼 있다”며 “죽음 자체보다 상실과 슬픔,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음을 둘러싼 문화적 차이도 언급했다. 허스트는 “영국에서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멕시코에서는 죽은 이를 기리고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며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피하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에 대해서는 “해골은 죽음의 은유일 뿐 죽음 그 자체는 아니다”라며 “다이아몬드처럼 가장 값비싼 장식으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공포와 죽음을 장식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예술은 언제나 삶에 관한 것이지 죽음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며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오히려 은유와 상징을 통해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데미안 허스트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백금, 다이아몬드, 인간의 치아, 17.1 × 12.7 × 19 cm.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데미안 허스트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백금, 다이아몬드, 인간의 치아, 17.1 × 12.7 × 19 cm.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관람객 줄어도 韓은 예외…“예술, 관객 끌어당기는 힘 있어야”

관객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 관람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작가로서 예술이 사람들을 밀어내는 것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예술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작품을 보고 떠난 뒤에도 작품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혐오감만 느끼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문과 생각을 안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허스트는 소의 사체나 수조 속 상어 등 파격적인 작품으로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받아온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질문’의 중요성을 짚으며 “작품은 답처럼 보이지만 사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한 것”이라며 “개념 미술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관객의 마음속에서 완성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다이아몬드 해골이나 동물 사체를 활용한 작업은 죽음, 아름다움, 공포, 종교, 자본 등을 둘러싼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 유리, 채색된 철, 실리콘, 모노필라멘트, 상어, 포름알데히드 수용액, 217 × 542 × 180 cm.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스스로를 “전통적 미술가”로 규정…예술 경계 짓기에 선 그어

그는 자신을 “전통적인 미술가”라고 규정하며 현대미술과 전통미술의 경계를 구분 짓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동굴 벽화부터 개념 미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예술은 처음에는 현대미술이었다. 예술을 흑백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회화 작업에 대한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미술을 시작했을 때는 회화가 이미 죽은 매체라고 생각했고 진실을 추구하려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진실을 믿지 않는다. 회화 역시 끊임없이 변하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팟 페인팅은 회화에 대한 일종의 반(反)회화적 시도였다”며 “지금의 체리 블라섬 시리즈는 보다 전통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추상회화처럼 해체된다. 재현과 비재현 사이를 오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오는 28일까지 데미안 허스트 개인전 「진실은 없고, 모든 것은 가능하다」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허스트의 초기 대표작부터 최신 회화 연작, 작업실을 재현한 설치 공간까지 아우르며 작가의 40여 년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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