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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래를 걷고, 바다를 먹었다… 통영이 기억에 남는 이유

투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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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바다 풍경/사진-투어코리아
통영 바다 풍경/사진-투어코리아

[투어코리아=임지영 기자] 통영은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낼 수 없는 도시다. 겹겹이 포개진 바다와 섬, 발걸음마다 스며든 시간의 흔적, 입안에 오래 남는 바다의 맛까지. 이 도시는 여행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통영은 언제나 ‘다녀왔다’보다 ‘다시 가야 할 곳’으로 남는다.

바다 아래를 걷고, 바다를 먹으며 통영을 온몸으로 느낀 하루. 지금 통영에서 가장 통영다운 순간들을 담았다.

바다 밑을 걷는 경험 ‘통영해저터널’

통영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산책로가 있다. 바로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알려진 통영해저터널이다. 당동과 미수동을 잇는 이 터널은 길이 약 483m. 지금은 보행자 전용으로 개방돼 있어, 누구나 무료로 바다 아래를 걸어볼 수 있다. 머리 위로는 바다가 흐르고, 발 아래로는 시간이 겹겹이 쌓인 콘크리트 길이 이어진다. 짧지만 묘하게 인상 깊은 경험을 남긴다.

해저터널/ 사진-투어코리아
해저터널/ 사진-투어코리아

바닷길이 열리는 한려수도의 비경 ‘소매물도’

통영의 바다를 제대로 마주하고 싶다면 배를 타야 한다. 한려수도의 보물로 불리는 소매물도는 하루 두 번, 썰물 때만 열리는 바닷길로 유명한 섬이다. 몽돌이 드러난 길을 따라 등대섬으로 향하면 기암괴석과 총석단애가 만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 자연이 빚은 조형물들은 섬 전체를 거대한 야외 전시장처럼 만든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본섬의 모습은 공룡이 웅크리고 앉은 형상을 닮아, 걷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소매물도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암릉 위에서 만나는 남해의 파노라마 ‘사량도’

조금 더 역동적인 풍경을 원한다면 사량도가 답이다.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로 이루어진 사량도는 등산과 낚시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 특히 윗섬의 지리망산은 높지 않지만 암릉미가 뛰어나 종주 코스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약 6.5km의 산행길 내내 바다와 바위 능선이 교차하며, 정상에 오르면 남해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랫섬의 갯바위 낚시터, 해안도로 드라이브, 소나무 숲길까지 더해져 사량도는 몸을 움직이는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섬이다.

통영 사량도/사진-통영시
통영 사량도/사진-통영시

바다를 품고 쉬어가는 섬 ‘욕지도’

욕지도는 통영 섬 여행의 ‘쉼표’ 같은 존재다. 본섬을 중심으로 서른아홉 개의 섬이 이어지는 이곳은 사계절 내내 한적하다. 욕지도 고구마로 대표되는 소박한 특산물, 자전거와 마라톤 코스로 인기인 일주도로, 그리고 어디서든 펼쳐지는 바다 전망이 여행자를 느긋하게 만든다. 삼여도, 펠리칸바위, 새에덴 동산 같은 숨은 명소와 부두에서 야포까지 이어지는 바닷길 산책은 욕지도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한다.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사진-경남도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사진-경남도

관광지 밖에서 만나는 통영의 진짜 바다 ‘영운리

통영 도산면 영운리는 지도에는 표시되지만, 여행 리스트에서는 종종 빠지는 곳이다. 그래서 더 좋다. 이곳에는 전망대도, 화려한 포토존도 없다. 대신 아침마다 배가 드나들고,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삶이 이어지는 통영의 일상이 있다. 잔잔한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물결 소리와 함께 고깃배가 스치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관광객을 위한 연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바다다.

영운리의 매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있다. 차를 세워두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잠시 내려 걷다 보면 통영이 왜 바다의 도시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붐비는 동피랑이나 중앙시장과는 결이 다른 이곳은, 통영 여행의 속도를 잠시 낮춰주는 장소다. 하루쯤은 계획 없이, 목적 없이 머물러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는 바다. 그래서 영운리는 여행의 끝자락이나, 다시 통영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억 속 장면으로 오래 남는다.

통영식 유머가 담긴 한 잔 ‘카페 울라봉’

섬에서 돌아오면 도심의 개성 있는 공간이 기다린다. 정량동의 카페 울라봉은 통영 사람들의 위트를 고스란히 담은 이색 카페다. ‘쌍욕라떼’라는 독특한 이름의 메뉴로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진지한 맛이 담겨 있다.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어가기 좋다. 일부 메뉴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방문 전 확인은 필수다.

통영을 먹는 가장 달콤한 방법 ‘명가꿀빵’

통영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꿀빵이다. 중앙동의 명가꿀빵은 1983년부터 전통 방식을 이어온 수제 꿀빵 전문점이다. 기계 대신 손으로, 빠름 대신 정성으로 만든 꿀빵은 단맛을 절제한 팥 앙금과 부드러운 반죽이 조화를 이룬다. 통영의 바다를 걷고, 섬을 보고, 그 바다의 맛을 마지막으로 입에 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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