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김도균 칼럼니스트] “공은 둥글다”라는 말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본질적인 의외성을 상징하는 가장 완벽한 문장이다. 전력상 절대적인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른바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이 가능한 이유이자,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축구의 낭만을 대변한다. 이러다 보니 월드컵 경기가 만들어 내는 이변은 늘 화제가 되어 재미를 만들어 내곤 한다.축구공이 튀는 방향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시장을 만들어 내고 공이 어디로 튀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다.
2026년 북중미(미국, 멕시코, 케나다)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3국 가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그들의 축구 생태계와 문화 속에서 ‘축구’가 가지는 의미와 산업적 위상은 확연히 다르다. 이 3국가의 축구 문화를 비교해 보면 스포츠가 국가의 역사, 인구 구조, 그리고 자본 시장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뚜렷하게 볼 수 있다.
◆ 미국
축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거대한 상업 시장이자 새로운 주류를 만들어 가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와 밀레니얼/Z세대의 축구 선호도가 맞물리면서, 축구는 미국 내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 되고 있다. 교외 지역 아이들이나 하는 운동(Soccer mom 문화)에서 이제는 거대한 스포츠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리오넬 메시와 손흥민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의 합류, 그리고 2026 북중미 월드컵 개최에 힘입어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과거 미식축구(NFL), 야구(MLB), 농구(NBA)의 틈새에서 밀려 ‘축구 불모지’로 불렸으나, 메이저리그사커(MLS)는 공격적인 연고지 확장, 축구 전용 구장 건설, 세계적인 슈퍼스타 영입을 통해 미디어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규모를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미국에서 축구는 전 세계 스포츠 자본이 가장 주목하는 블루오션 시장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프로스포츠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축구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세계 최강인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USWNT)이다. 미아 햄(Mia Hamm)은 미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설이자 펠레에 비견되는 아이콘으로 그녀는 “성취한 것을 축하하되, 성공할 때마다 그 기준을 조금씩 더 높여라.”
이 말은 불모지였던 미국에 축구를 개척 주의적 DNA로 만들어 주류 스포츠로 뿌리내리게 하고, 끝없는 자본 투자와 시스템 확장을 통해 매번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미국 스포츠 산업의 특성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 멕시코
“축구는 종교이자 삶 그 자체, 대체 불가능한 국가적 정체성으로 문화적 DNA이다.”
멕시코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절대적인 주류 문화이자 종교에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대부분 축구를 접하고 월드컵 기간에는 사실상 전국적 축제 분위기이다. 축구는 국민에게 일상의 희로애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주말마다 동네 공터부터 거대한 에스타디오 아스테카(Estadio Azteca)까지 축구로 삶이 돌아간다.
멕시코는 유럽과 남미의 영향을 받아 20세기 초부터 축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달리, 멕시코에서는 다른 종목이 축구의 아성을 위협하지 못한다. 멕시코 프로축구 리그(리가 MX)는 북중미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과 열성적인 팬덤을 자랑하며, 멕시코 국가대표팀 ‘엘 트리(El Tri)’의 경기가 있는 날은 국가적인 휴일과도 같다.
멕시코는 월드컵 단골 출전국이지만, 항상 16강에서 탈락하며 ‘마의 8강(Quinto Partido)’ 벽을 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 캐나다
“이민 국가의 다양성을 묶는 통합의 매개체이자 잠재력 높은 신흥 시장이다.”
캐나다의 압도적인 국기는 단연 ‘아이스하키’이지만 현재 축구는 캐나다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종목이다. 놀랍게도 캐나다 내에서 유소년 및 생활 체육 참여 인구가 가장 많은 스포츠는 하키가 아니라 축구이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기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고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가진 축구가 자연스럽게 다문화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하는’ 스포츠에 머물렀지만, 최근 알폰소 데이비스 같은 글로벌 스타의 탄생, 자국 프로리그(CPL)의 출범, 그리고 월드컵 본선 진출 등 엘리트 체육에서의 성과가 이어지면서 팬덤 기반의 상업적 스포츠로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다.
멕시코가 축구의 짙은 전통과 열정을 상징한다면, 미국은 거대한 자본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산업적 확장을, 캐나다는 다문화 사회의 포용과 새로운 저변 확대를 보여주는 역동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축구가 만들어 내는 극적인 드라마와 축제 분위기는 일반 국민의 축구 참여와 관심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트리클_다운 월드컵 (Trickle_down World Cup)’ 효과를 일으킨다. 트리클 다운 월드컵은 월드컵 이벤트가 개최되거나 국가대표팀이 성공을 거둘 때,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나 인기가 풀뿌리 축구와 지역 사회로 고르게 흘러 들어간다는 낙수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미 트리클 다운 월드컵을 만들어 가는 3국 가는 월드컵 문화가 정착되면서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증진되어 국가 전체의 의료·보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거시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김도균 교수(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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